혜정교 살인사건 [단행본]

혜정교 살인사건

이소설의 배경은 1780년대의 조선조(朝鮮朝)로 정조 연간이다. 정조 시대는 물류유통이 커다란 경제적인 이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대로, 그에 따라 농자천하지대본의 전통적인 가치가 흔들리고 신분제의 동요가 생겨났다. 특히 한강에서 조운(漕運)을 하던 경강선인(京江船人)들 중에 큰 부자가 된 자들이 많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 추국도사(推鞫道士:추국이란 중죄인을 잡아다가 국문하던 일로, 그런 일에 도가 텄다는 뜻이니까 요즘으로 말하자면 민완형사 내지는 탐정을 의미한다) 이몽헌도 부호인 경강선인의 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몽헌은 아버지를 졸라 운종가(雲從街:현재의 종로거리)에 생선전(生鮮廛)을 차려놓고 있지만, 그의 관심은 언제나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해괴하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에 쏠려 있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해에 죽은 어사(御使) 박문수(朴文秀 1691∼1756)를 가장 존경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어사로서의 직분이나 영조의 사랑을 받았던 총명함 때문이 아니라, 수수께끼에 대한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 때문이었다. 몽헌이 추국도사라는 별명을 얻어 장안에 유명해진 것은 1782년 낙엽이 떨어지기 시작한 가을에 일어났던 한 해괴한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부터였다. “도련님, 도련님!” 나는 비웃(청어) 두 마리를 사러왔던 손님이 생선전을 나가자마자 사랑채로 통하는 쪽문을 열고 들어서며 소리쳤다. 사랑마당을 지나 사랑방 앞 툇마루에 바짝 붙어서서 다시 말했다. “도련님, 계십니까?” “웬 소란이냐?” 나는 툇마루로 올라서서 무릎을 괴고 문을 열어젖혔다. 몽헌은 붉은 보료에 앉아 책상다리를 한 채 두 손으로 곤륜(崑崙 : 후두 부분)을 감싸듯 하고 위아랫니를 딱딱 마주치고 있었다. 도인법(導引法)의 일초인 고치삼식육(叩齒三十六)이었다. 눈을 지그시 내려감고 있는 신중한 모습에 나는 딱딱거리는 잇소리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혜정교(현재의 광화문 교보문고 언저리)에서….” “어허, 멀거니 보고서도 이 놈이!” “다름이 아니오라….” “썩 입 닥치지 못할까!” 서슬 퍼런 몽헌의 다그침에 나는 더 말을 붙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몽헌이 조용히 숨을 쉬는데, 숨소리가 들리지 않게 찬찬히 9번 호흡을 한다. 그 방법이 끝나자 손목 안쪽이 귀를 막는 동작을 취하면서, 특히 귀 뒤의 유양돌기(乳樣突起) 뼈를 손가락으로 톡톡 튕긴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몽헌이 한번 도인에 들어가면 적어도 두 식경은 지나야 끝나기 때문이었다. 천고이십사(天鼓二十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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