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린 고요한 빌딩 숲의 밤,
해주는 사람들이 이미 퇴근하고 떠난 텅 빈 사무실로 향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조용하고 매사 성실하게 임하는 연해주 사원이
이 늦은 시각, 업무가 아닌 다른 용무로 사무실에 발을 들여놨다는 것을.
“나랑 있을 때 딴생각 하지 마.”
남자가 여자를 향해 말했다.
그의 서늘한 손끝이 그녀에게 향했다.
강진헌은 모두가 탐내는 남자였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이례적인 승진을 한 팀장으로 모두가 그를 주목했다.
그에 반해 해주는 존재감 없는 어느 말단직원일 따름이었다.
진헌과 함께 보낸 어제의 밤이 꿈같이 느껴질 정도로
그와의 간극은 컸다.
진헌과의 관계는 이를테면,
입에 넣으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는 별사탕 같은 것이었다.
그런 것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은 곤란했다.
이제는 이 아슬아슬한 관계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모르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하는 거야?”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진헌은 더욱 본색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그의 진심에 해주가 친 견고한 방어벽이 점점 무너져내렸다.
상사의 맛은 너무 달콤했다.
그 위태로움을 종종 잊을 만큼.
이 위험한 관계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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