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사흘 전,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났다.
그것도 모자라 그 내연녀를 결혼식 축가로 세웠다.
축가를 부르는 약혼자의 내연녀와, 그녀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약혼자를 보며 마침내 깨달았다.
이 결혼, 도저히 못 해 먹겠다고.
나는 멀뚱히 나를 바라보는 주례와 하객들을 향해 또렷하게 선언했다.
“저 못 하겠습니다, 이 결혼.”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를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이미 개판이 된 결혼식장 한가운데서 그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나랑 해, 결혼.”
“미쳤어요? 남의 결혼식에 이게 무슨 난장이에요.”
“남의 결혼식은 방금 끝났고, 이젠 내 결혼식이지.”
그런데 결혼식을 엎자마자 청혼을 받았다.
아니, 왜 이러세요? 우리가 언제부터 알콩달콩한 사이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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