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덫 [단행본]

치명적인 덫 완결

그녀가 그의 앞에 나타난 순간, 알 수 있었다.
그가 삶에 대해 집착하게 할 치명적인 덫이 될 것을.
독고 수,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에 서이랑 이 나타났다. 한때 자신의 부하였고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게 한 서 상사의 딸이기도 한 그녀가. 
그런데 그녀는 그에게 죽음이 아닌 살고 싶다는 헛된 욕망을 자꾸만 불어넣고 있었다. 치명적인 덫이 될 것이 뻔 한 그녀인데 바보 같이 그는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세영 씨가 대표님한테 반했나 봐요.”
“이런. 무슨 소리인지. 지금 내 꼴을 보고 반할 여자가 어디 있어. 눈이 뒤통수에 달리지 않았다면. 후후.”
그는 온통 흙투성이인 자신의 옷을 보고 웃어 넘겼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주름이 칼처럼 선 제복을 입은 남자 동기나 상급자 속에서 지내온 그녀지만 지금 그처럼 멋있어 보이는 남자를 본 적 없었다. 머리카락에는 나뭇가지가 군데군데 붙어있고 옷은 흙투성이에다 손은 긁혀 피가 맺혀 있었지만 그 어떤 고가의 슈트나 제복을 입은 남자보다 멋있어 보였다. 사람의 생명을 구하느라 자신의 상처쯤은 모른 채 선 그를 보고 멋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여자는 없을 것이었다.
“그럴까요? 보통의 여자들은 자신을 구한 남자에게 반하는 법인데…….”
“하하하. 그렇다면 서이랑 소위도 나한테 반했나? 아니잖나. 그러니까 그런 농담 그만하고 야식이나 좀 해 먹자고. 저녁 먹은 것은 이미 다 소화된 것 같으니까.”
“그, 그러죠.”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처음 보는 호탕한 웃음에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웃은 그의 얼굴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36살이나 된 아저씨가 아니라 그녀 또래의 남자쯤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잠시 그녀의 심장이 착각하고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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