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왕의 깊은 밤 [단독 선공개]

적왕의 깊은 밤

피에 살고 피에 죽는 사내가 있었다.자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사는 그는 백성들 사이에서 붉은 피의 왕, '적왕' 으로만 불렸다.그런 그에게 눈 같이 하얀 여인이 나타났으니.“이름이 예씨 집안의 가은이라고 했나.”그가 처음으로 여인의 이름을 외웠다.늘 전장을 떠돌던 그가 이제 여인을 품어 보려 한다.핏물로 무장된 그의 마음이 이제야 풀어지려는데여인은 당차게도 그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다.“제게 살인마는 필요 없습니다. 저를 아껴 주시는 지아비만 필요할 뿐이옵니다.”적왕이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살인마든 아니든 이미 내 궁에 들어왔으니 나의 여인이다. 그러니 많은 것은 바라지 마라. 죽기 싫다면.”말이 끝나자마자 그가 여린 몸을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소름 끼치듯 싫었지만 어느새 그녀도 야릇한 피 냄새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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