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자가 바람이 났다.세연은 눈물을 흘리지도, 이별을 고하지도 않았다.가게 알바생과 지저분한 욕정을 채우는 광경을 목격하고도 담대하게 용서한 척한 건, 바람은 바람으로 응징해주기 위해서였다. 저보다 몇 배는 더 처참히 무너뜨리기 위해.하지만 누구와?“그럼…… 저랑 해볼래요, 선배?”순진하고 예의 발랐던 정은석의 은밀한 제안.하룻밤 복수 이후, 그가 달라졌다.“선배. 선물이 꼭 물건이어야 돼요?”“어? 아니, 다른 것도……. 뭐가 갖고 싶은데?”“선배.”“응?”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대답했으나 은석은 또 한 번 선배, 하고 같은 답을 내놓았다. 왜 부르기만 하고 말이 없을까. 더 할 말이 남은 건가 싶어 기다려보았지만, 은석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나 뭐?”“선배가 갖고 싶어요.”“…….”세연은 순간 제가 취했나 싶었다. 소주는 두 병째였고 대부분 은석의 입으로 들어갔다. 고로 취할 리가 없는데, 도무지 은석의 말을 해석할 수 없어서 혼란이 가중됐다.“근데 그건 안 되겠죠?”“……?”“복수는 끝났으니까. 선배와 내가 할 명분이…… 이젠 없으니까.”정은석이 명분이라고 했다. 웃음기도, 위화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은 말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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