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저것이…….”
“저것이 아니라, 아가씨입니다. 주인님.”
공작은 작게 미간을 구겼다. 비딱하게 소파에 기대앉은 그의 전신에서 감출 수 없는 고압적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아가 낳은 아이가 저거란 말 아닌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거’가 아니라 아가씨입니다.”
그는 다시 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장미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어 올리고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계집아이들이 좋아하는 비스크 인형 같았다.
깜빡깜빡 느리게 움직이는 눈꺼풀 아래 드러난 눈동자는 선연한 붉은색.
희한한 일이군.
절대로 제 핏줄이 될 수 없음에도 이상하게 자신의 눈과 꼭 닮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것은 저주스러울 만큼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퇴색되고 둔화하여 잘 느껴지지도 않았던 어떤 감정의 한 귀퉁이였다.
은둔의 공작 가, 메이디스 가.
감히 그의 관 뚜껑을 열어 깨운 의문의 아이는 순진무구한 어린 짐승처럼 살랑살랑 웃었다.
“안녕, 디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고요하던 메이디스 성이 그녀로 인해 서서히 깨어난다. 마치 마법에 걸려있던 동화 속의 성이 마법에서 풀려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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