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 무유

사신, 무유

아… 또 다시 교통사고를 당했음에 틀림없었다.
이번으로 몇 번째지? 네 번째? 아님 다섯 번짼가?
“전 살아나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그냥 저를 데려가 주시면 될 거 같은데요.”
그러나 사신은 자신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안 돼!
간절하고도 다급한 마음으로 손을 뻗어 잡히는 대로 무언가를 꽉 움켜쥐었다. 몸을 틀어 돌아서 가는 사신의 옷자락을 부여잡은 것이었다.
검고 긴 자락의 망토가 미끄러지더니 후드가 벗겨졌고, 곧바로 그 망토는 스르륵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타난 모습은……
차라리 천사에 가까웠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길고 긴 속눈썹과 깊고 진한 눈동자가 크게 놀란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이미 죽어서 천국에 온 건가?’
넋이 빠져 바라보고 있는데, 그 매혹적인 눈과 얼굴이 심하게 찌푸려진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세상으로 다시 살아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허나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죽음은 아닐 것이다.”
명부에도 생부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당찬 인비와 천사처럼 아름다운 까칠한 사신, 무유의 저승 동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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