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에게 고백을 거절당했다는 하찮은 이유로 은혜마저 저버리고 이곳까지 도망쳐 왔지. 그리고 나와 연을 끊고 지금껏 10년을 살았어. 그래도 한때는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는데 말이야.”“…….”“내가 당한 게… 배신이란 거겠지.”그렇게 말하는 한태하의 얼굴에 쓸쓸함이라고는 조금도 묻어 있지 않았다.“너는 배은망덕하지만 그런 사람들에게도 끝까지 아낌없이 주라 하셨던 선대의 가르침이 있었으니. 나는 널 원망하지 않아.”가증스러운 새끼.민주원은 침을 뱉고 싶었다.그냥 살게 내버려 두지 왜 뒤늦게 쫓아와서, 겨우 아문 심장을 다시 도려내 헤집는지 알 수가 없었다.한태하가 가벼이 웃었다.“그래서 또 한 번, 선의를 베풀어 주러 왔어.”“…….”“앞으로 내가 너와 해야 할 건 하나야.”민주원을 향해 한태하가 씹듯이 아주 천천히 내뱉었다.“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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