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고드윈은 파혼을 위한 도구였다. 이용하고 버릴.
“헬렌.”
레이먼드가 헬렌의 뺨을 매만졌다. 언제 장갑을 벗었는지 차가웠던 볼이 그의 체온으로 덥혀졌다.
“그거 알아요?”
“……뭘요?”
“전야제, 겨우살이 나뭇가지 아래의 남녀는 입 맞춰야 한대요.”
강한 손길이 가녀린 어깨와 허리를 잡아 제게로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좋아해요. 헬렌.”
고작 키스 따위에 어깨를 떠는 여자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생의 촌스러운 가정교사.
손쉬운 다정함에 아닌 척 차츰차츰 무너지는 게 재밌었다.
“사랑이요? 그게 사랑인가요?”
“헬렌. 나는.”
“전부 기만이었죠.”
입장이 뒤바뀌기 전까지는.
강예은 LV.16 작성리뷰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