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공개]동갑내기 두 사람, 한별과 수애는 고3 여름방학에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약혼식을 올린다. 한동네에 살면서 어렸을 때부터 쭉 같은 학교에 다닌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마음에 담았다. 부유한 두 집안은 흔쾌히 두 아이의 미래까지도 일찍이 허락했다. 하지만 졸업식을 하루 앞둔 어느 날, 수애네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리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약혼식마저 한별 부모님의 반대에 없던 일이 된다. “부모님 말씀대로 하는 게 맞아. 약혼식은 없던 일로 해. 그냥 유학 가.” 수애는 애써 감정을 싣지 않으려고 애썼다. 녀석에게 동정 따위 받고 싶지 않았다. “나랑 같이 가자. 내가 우리 부모님 설득할게.” 한별은 수애를 놓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는 했지만 이미 그들은 약혼식을 한 사이였다. 그녀를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맹세했었다. 하지만 고집을 꺾지 않는 수애였다. “어떻게 설득할 건데?” 수애는 한별이 부모님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미성년자인 그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더구나 그녀의 아버지는 지금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있는 상태였다. 그녀는 당장 가족을 돌봐야 하는 가장이나 다름없었다. 한별을 놓아주는 게 맞았다. “그냥 인정해. 우린 여기까지야. 잘 가.”수애는 한별의 손을 놓고 그대로 돌아섰다. “기다려! 기다리고 있어. 다른 놈한테 한눈팔면 죽을 줄 알아!” 뒤에서 울부짖는 한별. 수애는 돌아보지 않고 곧장 대문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그리고 10년 후, 그가 거짓말처럼 수애 앞에 나타났다. 더 늠름하고 남자다워진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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