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물]
TV를 틀면 바이러스에 관련된 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번 흘러나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사고회로가 마비되고, 오직 폭력성만이 육신을 지배한다고 한다.
처음엔 나 자신을 속였다.
괜찮을 거라고, 내일이면 좋아질 거라고.
하지만 TV마저 끊기자 내게 남은 건 세상을 향한 두려움 뿐이었다.
난 아파트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회사에 출근한 아내는 일주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창밖에선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사람들의 비명과 정체모를 존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니다.
목젖이 갈리는 기괴한 소리, 절규에 찬 해괴망측한 소리.
난 아파트에 갇혀 창밖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현실을 바라본다.
커튼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며 오지 않을 구조대를 기다린다.
"아빠, 밖에서 이상한 소리 들려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난 그런 딸아이를 품에 안으며 오늘도 거짓말을 한다.
"괜찮아, 괜찮아."
"무서워……"
"괜찮아, 아빠가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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