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은 망설임 없이 마당 한가운데 놓여 있던 하얀 가마에 올랐다.그녀를 모시던 이들이 비가 내리는 바닥에 엎드려 통곡했다.여인이 마지막 명을 내렸다.“가자.”그녀를 태운 가마는 늦가을 차가운 빗속에 궐을 나섰다.열일곱, 어린 왕비가 폐비가 되는 오욕을 뒤집어쓴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폐비가 되어 좁은 사저에 갇힌 지 수 해가 지났다.왕은 희진의 처소에 방문했다. 그의 눈에 시퍼런 날이 섰다.희진의 사저에는 쌀 두어 줌, 지긋지긋한 감 그리고 감자 몇 개와 콩 한 바가지가 전부였다.“감나무가 없었다면 국모였던 이가 아사했다 실록에 남을 뻔하였구나.”* * *“안주는 안 주시오?”그의 말에 중전이 전을 하나 집어 왕의 입으로 가져갔다.왕이 그것을 베어 물며 말했다.“나는 다른 안주가 먹고 싶은데.”“예?”중전이 주안상의 안주들을 바라보자 왕이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겼다.“중전, 내가 먹고 싶은 안주는 그곳에 없소.”왕이 그대로 중전의 입술을 머금었다.중전의 입에서는 정과의 단맛이 났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