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운국 소녀, 유하란.
도적들에게 끌려간 가족들을 찾기 위해 떠난 하란이 국경의 작은 도시에서 조우한 의문스러운 사내, 진염.
‘나를 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이냐?’
‘사랑?’
하란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던 염은 차츰 그녀에게 집착하며, 그녀의 가족들을 인질 삼아 곁에 두고자 한다.
‘네 가족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고 싶다면, 날 만족시켜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원망하는 하란의 눈동자 속에서 염은 뒤늦게 사랑을 깨달으나, 가족들의 단서를 찾은 하란은 붙잡는 그를 매정하게 떠나고…….
‘사랑한다고 했잖아.’
‘이미 늦었다.’
하란이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던 염은,
끝내 그녀를 되찾기 위해 스스로 가장 존귀한 자리에 올라 그녀의 나라를 짓밟기 시작하는데…….
‘이제 시작이야, 내 사랑.
네가 내게로 오는 길, 내가 고이 닦아줄게.’
광기와도 같은 사랑은 사내로 하여금 떠나간 그녀를 되찾기 위해 권좌를 움켜쥐고 전쟁을 일으키게 하였으나, 그런 그를 막으러 나온 적국의 장수는 다름 아닌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