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의 영역

맹수의 영역

어느날 곽오주를 찾아온 양반 처녀 서효인.“뭐든지, 준다고 했소.”여인이 쓰고 있던 장옷을 벗은 것은 그때였다.솜을 누빈 배자를 입고 머리에 아얌을 쓴 여인은 사내의 짐작대로 어림잡아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젊은 처녀였다.비녀를 쪽진 것이 아니라 댕기를 드리운 것을 보니 처녀가 분명했다.‘소복이라….’그런데 입고 있는 것이 소복이다.댕기도 흰 것으로 드리웠고 흰 배자에 흰 저고리, 흰 치마까지. 쓰고 있던 장옷만 빼면 금방 상을 당한 사람의 복색이다.입고 있는 소복보다 더 새하얀 얼굴이 뽀얗다 못해 창백하지만 그 위에 드리워진 짙고 긴 속눈썹이 유난히 눈길을 사로잡았다.흰 눈 위에 핏방울이 떨어지면 저런 얼굴일까.창백한 얼굴에 붉은 입술이 두드러졌다.입술 연지를 바른 것도 아닌데 입술이 붉었다.붉고 도톰한 입술.그리고 쭉 뻗은 가는 목.그러나 도도한 눈매.문득 처녀의 이름이 궁금해진 사내였다.“이름이 뭐요.”“서효인이요.”서씨 성을 가진 양반의 처녀.“상을 당했소?”“오라비가 죽었소.”“어쩌다 죽었소?”“호랑이에게 물려 죽었소.”그제야 사내가 처녀의 눈매가 왜 그리 독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대답만 하시오. 그 호랑이를 잡아줄 건지 말건지. 그 호랑이를 잡아주기만 하면 원하는 건 뭐든 주겠소.”효인의 말에 사내가 묵묵히 제 소매를 걷었다.팔뚝까지 소매를 걷자 사내의 팔뚝에 새겨진 낙인이 드러났다.자자형을 받은 것이 틀림없는 낙인의 자국이었다.“이런 놈이라 장가를 오겠다는 여자도 없는데, 이렇게 하면 내가 그 부탁을 들어줄 수도 있소. 나한테 시집오겠다고 하면 말이오.”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을 했다.어느 양반 처녀가 자자형을 받은 천한 호랑이 사냥꾼에게 시집을 오겠는가.그것도 저리 고운 처녀가 말이다.“그거면 되는 것이오?”그러나 처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그쪽 아내가 되면, 그 호랑이를 잡아주는 것이오?”‘미친 건가?’곽오주는 저 처녀가 실성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호랑이를 잡아야 하는 여자 서효인.호랑이를 잡아주고 싶은 사내 곽오주.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벗어나지 못하는 맹수의 영역 안으로 발을 들여놓은 이들.맹수보다 더 사나운 사내와, 귀신보다 더 독한 여자의 동행.*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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