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누구예요?”“겨울의 귀신이지.”해마다 첫눈이 오는 날이면 나타나는 사내가 있었다.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이 사내는 어딘가 이상했다.눈은 왼쪽밖에 없었고, 속눈썹은 서리가 앉은 것처럼 새햐얗다.이 사내는 꼭 밤에 내리는 눈 같았다.“그냥 저를 데려가주시면 안 되나요?”“사람은 사람과 살아야지.”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이 사내를 따라가고 싶었다.하지만 그는 봄이 되면 겨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아저씨에게 시집가고 싶어요.’‘사람이 귀신과 혼인하는 법은 없다.’혼인은 안 되는 말이라며 매정하게 굴었던 그를 뒤로하고열여덟이 되던 해, 녹비는 어느 장사꾼에게 시집을 가게 되었다.그날은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때였다.그런데 갑자기 폭설이 내리고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했다.“녹비야, 고운 옷을 입었구나.”그 사내는 봄이 시작되려는 지금 다시 겨울을 몰고 돌아왔다.그리고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손을 내밀었다.녹비의 눈시울이 빨갛게 물들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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