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히다

사로잡히다 완결

“손 놓으세요. 약혼자분이 오해하세요.”
약혼자란 말에 재혁의 미간이 심각하게 좁혀졌다. 그녀가 달아나려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이해했지만 곧이곧대로 밝힐 수 없는 상황이 못내 답답했다.
“사장님이 곤란해지시는 거 싫습니다. 그러니까.”
“윤서영 씨야말로 오해하지 마. 윤서영 씨가 이대로 가 버리는 게 날 곤란하게 만드는 거야. 알겠어?”
“두 사람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재혁 씨가 말한 그 중요한 선약이 저 도우미와 함께 있는 건, 아니겠죠?”
서영이 무어라 말을 꺼내기도 전에 은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날아들었다. 그 소리에 서영이 손목을 빼내려 했지만 재혁은 그녀를 붙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도우미? 함부로 말하지 마. 윤서영 씬 내가 초대한 손님이야.”
재혁이 분명하게 답을 하자 은아의 얼굴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전 손님이 아니라 그냥 직원입니다. 사장님은…….”
그를 변호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도 모자라 서영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쩔쩔매는 모습을 보였다. 서영이 무어라 말을 보태려는 순간 재혁이 그녀의 뒷머리를 감싸며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언제까지 거기 있을 거지? 이 이상을 보고 싶은 건가?”
사랑을 잃어버린 남자의 가슴에 그녀의 눈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차갑게 죽어 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그녀에게 그의 영혼이 완전히 사로잡혔다. 겁을 먹은 것이 확실한 여자에게 이토록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것이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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