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순정>으로 연재됐던 작품입니다.“더 이상 당신에게 이용당하지 않을 거야!”사랑하는 에스테반 공작의 애첩이 된 샐리.하지만 공작에게 그녀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를 원망하며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한 샐리.다시 눈을 뜬 그녀는 열여섯 살의 하녀로 돌아가 있었다. 그와 만나는 미래를 피하기 위해 샐리는 초라한 하녀로 살아가기로 결심하는데!그러나 이번엔 샐리가 모시는 아가씨인 사라가 에스테반 공작의 애첩으로 지목되고 만다!“제가 아가씨 대신 에스테반 공작님을 만날게요.”가족과 같은 사라를 원치 않은 길로 내몰 수 없었던샐리는 다시 그를 만나는 운명을 받아들인다.그러나 과거처럼 불행해지진 않을 것이다.그녀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았으니까.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공작이 비천한 신분의 여인을 애첩으로 고른 이유.“내게 가짜 애첩이 필요한 이유는 내 아내라는 여자와 이혼하기 위해서야.”“가짜로 맺어진 관계니 잠자리를 하는 일 같은 건 절대 없겠네요. 그렇죠?”“물론. 우리 사이에 그럴 리는 없다. 절대.”하지만 확언과 달리 에스테반 공작은 점점 샐리에게 빠져들고 마는데…….공작의 계약(가짜) 애첩이 된 샐리의 사교계 접수기![일러스트] 돼지케이크[로고 및 표지 디자인] 매진
"당신이 납치하기를 기다렸어요."때는 바야흐로 왕도 한복판에서 귀족 남자가 귀족 여자를 유괴해 강제로 청혼하는 일이 놀랍게도 유행하는 시절.레니에 드 카발리에르 공작. 왕도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그리고 내일이 없는 남자. 가진 것이라곤 조각 같은 얼굴과 고귀한 작위 뿐. 3대에 걸친 막대한 빚을 상속받은 박복한 레니에는 대부호 코르테즈 후작이 급사하고 수도원에 틀어박혀있던 그의 외동딸 앙리에트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술김에.“이걸 좀 묶어주시겠어요? 자루에 구멍은 뚫려있겠죠? 일단 댁까지 저도 숨은 쉬어야 하니까…….”정신을 차려보니 전부, 저질러져 있었다.“저어, 괜찮으셔요?”“예?”여자가 친절하게 물었다.어딘가 이상한데. “레니에 님. 여기는 안전한 곳이에요.”“…….”“이제 안심하셔도 되어요.”이 상황에서 웃고 있어야 하는 게 적어도 납치당한 여자는 아닐 것이다. 안심해야 하는 쪽이 납치한 남자는 아닌 것처럼.
전생과 현생의 경계에서 숨죽인 나비, 날개를 펼치다. 대륙의 운명을 뒤흔드는 장대한 전쟁 로맨스! 여왕이 염원하였던 애국과 평화 그리고 영예. 그 모든 것은 정복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믿었던 부군의 배반으로 영광은 추락하고 배반자와 그녀의 형제는 각각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백여 년 후, 범부의 딸로 다시 태어난 여왕의 눈앞에 몰아치는 과거. 삶과 죽음의 경계에 존재하는 전장에서 여왕과 배반자의 후손과 그녀의 형제는 다시 조우한다. “오랜 시간, 나는 너를 기다려 왔다. 누님.” 누구도 예기치 못한 그 순간, 이미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었다.[일러스트] 우문[로고 및 표지 디자인] 디자인 그룹 헌드레드
‘우리 악녀님 하고 싶은 일 다 해. 단, 그 새끼만 만나지 마.’별 볼 일 없는 가문의 딸인 샤샤는 빙의 후그나마 믿을 만한 얼굴을 무기로 영애들에게 접근한다.그래서 얻게 된 별명이 ‘높으신 분들의 애완동물’.자신의 특기를 살려 여주인공 곁에서 꿀 빨며 살려던 샤샤의 앞에 원작의 악녀이자 황태자의 약혼녀 레베카가 나타난다.원작의 결말을 알고 있는 샤샤는 레베카를 멀리하려 하지만어쩐지 쿨하고 멋진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파멸이 예정된 레베카를 두고 볼 수 없게 된 샤샤.“레베카, 요즘은 황태자랑 어때?”“사이 나빠. 예전에 내가 왜 그 사람을 좋아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싫어.”샤샤는 치명적인 귀여움을 무기로 레베카와 바람둥이 황태자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데…….‘언니, 그 새끼 만나지 마.’귀여운 애완동물 샤샤의 제국 최고 멋진 언니 레베카 구출기![일러스트] 1차 코요[일러스트] 2차 녹시[로고 및 표지 디자인] 래하
제국의 유일한 황녀 시에나 아르젠트.그녀는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가졌다.영민한 두뇌, 극상의 미모, 우월한 재능.장차 황제의 관을 쓸 후계자의 지위까지.스무 살의 생일을 앞둔 어느 날.그녀는 꿈을 꾸기 시작하며 수십 년 후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는데. 그녀는 신의 축복으로 예지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기뻐하며 신께 감사한다.하지만 꿈에서 보는 자신의 미래는 갈수록 이상하다.시에나가 막연히 그렸던 미래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반쪽 핏줄이라고 경멸했던 이복 오라버니의 반격.자신의 절대적 아군으로 믿었던 어머니의 숨겨진 모습.그리고 현실과 미래, 양쪽에서 시에나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남자의 등장.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이 급격히 달라지기 시작하고 그녀 또한 변화한다.글 : 하늘가리기표지 및 삽화 : 나래
※ 완결단시간 많은 온라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화제의 그 작품. 아딘미르의 가시꽃.부모의 비호하에 타인을 휘두르고 부수는 악녀. 리윤 아딘미르.고통받고 고통을 주며 성장하는 그녀의 이야기.아딘미르 백작 가문의 수치라는 소리를 듣고 자라온 리윤 아딘미르. 그녀는 뛰어난 부모님은 물론 오라버니와도 비교당하며 스스르 비틀렸다고 여긴다. 언제까지나 백작가의 견고한 울타리 속에 있을 수는 없기에 성질을 억눌러 참으며 아카데미 생활을 버텨낸 것이 3년.하지만 결국 리윤은 자신의 성격을 들켜 버리고, 주변은 모두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바야흐로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대.매끈한 선로가 어느덧 잉그람의 드넓은 국토를 동서남북으로 가로질렀고,거대한 비행선은 상용화를 꿈꾸며 매일같이 공장에서 발전을 거듭했다.과학의 산물이 비로소 만인에게로 퍼져 가고 있었다.그럼에도 여전히 맨손으로 불을 피워 내고 주문으로 비를 내리는 전능한 자들이 있다.빛나는 이성으로도 설명할 수 없고, 과학으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지고의 재능.예부터 사람들은 두렵고 경외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우러렀다.때로는 신으로, 때로는 귀신으로 불린 그들은 마녀(魔女)였다.위대한 마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재능을 조금도 물려받지 못한 불운한 마녀 디아나.“세상에 너처럼 쓸모없는 마녀는 처음 본다.”일곱 살 어린 나이, 스승 밑에 들어간 순간부터 디아나가 바란 것은오직 하루빨리 독립하여 사랑하는 언니, 헤스터와 단둘이 행복하게 사는 것뿐.하지만 독립한 직후 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조차 암운이 감도는데…….“너, 이번 여행은 조금 길겠어.”별이 내려 준 불길한 예언은, 어떤 미래를 가리키고 있을까.
사창가에서 자란 내가 세상을 구할 성녀라니,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나는 들판에 핀 제비꽃과 같은 하찮은 존재였다.천민이기에 경멸당했고,성녀이기에 숭배받았다.그러나 여기, 경멸도 숭배도 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얼어붙은 강철같은 남자는 고요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나는 널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말 그대로, 그는 날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나와 함께했다.“네 앞에서 죽겠다.” 심지어는 죽음까지도.푸른 불꽃과도 같은 남자였다.그저 그 색이 차가워 불꽃인지 몰랐을 뿐이었다.그렇게, 기사는 제비꽃을 피웠다.
냉혹한 사회에서 무력감을 느끼던 차, 차원 이동해 오게 된 알티우스 제국!32년 만의 신탁이라며 제국민들이 그녀에게 건 기대와는 달리다연은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이전 세계와 다를 게 없는 냉대.한차례 실망감이 휩쓸고 난 뒤 찾아온 것은 심각한 피로감과 무기력증.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좀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그런데……“오늘은 하루 종일 무얼 했지?”오늘도 독설로 명치를 때리러 왔나.정신계 공격 수치 만렙의 언어 폭격기, 황제 미하일 드나르 알티우스.그는 왜 매일 상쾌한 표정으로 내 방을 방문하는 건지?아니 뭐지, 이 익숙함은.죄송한데 혹시 저희 엄마세요?하아, 황제 좀 싫다.
모략의 천재, 황제를 만들다!"오빠가 잘되어야 너도 잘되는 거야." -온갖 악행을 저질러 오빠를 황제로 만들었다.하지만 아르티제아의 헌신은 배신으로 돌아왔다.죽음의 문턱에서 그녀에게 구원의 손을 내민 것은, 정의로운 숙적 세드릭 대공뿐이었다.“계책을 내라.”“…….”“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인물을 나는 그대 외에는 떠올리지 못하겠어. 로산 후작.”“…….”“나에게는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이미 기울어진 세력 판도를 뒤집고 도탄에 빠진 제국을 구할 계책은 없다.그러나 방법은 있다.모든 것이 잘못되기 이전으로 시간을 돌리는 것.피의 눈물과 함께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바쳐 고대마법으로 시간을 돌린다.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으리라.죽지 않고 18세로 회귀한 아르티제아는 세드릭 대공을 위한 악녀가 될 것을 결심한다.“저에게 청혼해 주십시오. 당신을 황제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악마에게 무릎을 꿇은 대가로,당신은 당신 대신 손을 더럽힐 악마를 얻을 것입니다.*단독 선공개 작품입니다.
아름다운 외모, 어마어마한 마력을 지닌 화염의 대마법사 히스란 에페시온. 그런 그의 유일무이한 약점은 남자로서 흥분하지 못한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히스란의 비밀 공간에 이계의 여자 재하가 날벼락처럼 떨어지고, 그녀의 손길 한 번에 지금까지의 고민은 눈 녹듯 사라진다. 그녀가 고민의 해답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히스란은 은밀한 제안을 건네는데……. “그대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은데.” “제안?” “거래라 생각해도 좋고.” 불감증을 치료하는 데 협조하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히스란의 말에 기가 찬 재하. 아, 불감증이신 분이 침대에서 그렇게 건강하셨어요? 천하의 거짓말쟁이를 바라보는 듯한 매서운 시선에 히스란이 빠르게 덧붙였다. “그대가 처음이었어.” “거짓말!” 치명적인 결점을 가진 남자와 그 문제를 해결할 열쇠를 품은 여자. 하나 빼고 모든 것이 서툰 연애 고자들의 불감증 치료기! 《불감증 마법사와의 거래》
희대의 범죄자가 탈옥했다. 남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일하는 바가 첩보기관이었고 단골손님들은 죄다 스파이란다. 7년 바텐더 경력을 살려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보라는 마스터는 ‘좋은 스파이는 없어’란 뜻 모를말만 남기고 사라지는데. “가장 잘 해주는 사람에게 정보를 줄 거예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 젠틀한데 이상한 스파이들이 저 말을 오해한 것 같다. 누가 잘해 달라고 했지 나를 꼬시라고 했냐고! * * * “자, 손님들. 제 말 잘 들으시고, 해당하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집에 가고 싶다. 눈을 질끈 감은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이 뭔지 모른다. 그게 무엇인지 전혀 관심도 없다. 손 드세요.” 사람들이 조용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문지른 헤스터가 구석에 앉은 에드가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제 볼을 움켜쥔 채 다소 원망스러운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었다. 힘겹게 입꼬리를 올린 헤스터가 입을 열었다. “나는 ‘센트럴 콜래트럴’에 대해 안다. ……나는 스파이다. 손 드세요.” 스무 개의 팔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을 보던 헤스터가 얼굴을 쓸었다. 정말로 이상한 날이었다.
오늘은 참 스펙터클한 하루였다. 빵을 빼앗길 뻔했고, 왕자를 따라 왕궁에 들어왔으며, 자신이 탑의 관리인이라 말하는 야니스를 만났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시트에 뺨을 묻고 막 잠에 빠지려는 찰나였다. 몸이 다시 휙 돌아갔다. 가물거리는 눈을 급하게 깜박였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야니스가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에요.” 그가 상체를 세우더니 셔츠를 확 벗어 던졌다. 참 박력 있었다. 셔츠를 벗어 던진 그는 옷을 입었을 때보다 더 건장했다. 넓은 어깨와 팔, 가슴과 배가 근육으로 꽉 짜여 있었다. 하도 탄탄해서 손가락으로 찔러도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옛날 아주 먼 옛날 숲이 아름다운 어느 작은 마을에 솜씨 좋은 인형사가 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예쁜 아가씨가 괴상한 물건을 만든다며 수군거렸지만 이브니아는 행복했답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요. “나의 창조주.” 반짝이는 푸른 눈과 붉은 입술로 홀리듯 말하는 그를 보며 그녀는 숨이 막혀 왔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그녀가 만든 인형이었으니까요! “난 널 이렇게 만든 적이 없어.” “네가 옆에서 숨만 쉬어도 이렇게 돼. 그러니 네가 이렇게 만든 거 맞아.” 보석을 박아 넣은 푸른 눈이 무섭도록 집요해지고 안료로 물들인 붉은 입술이 탁한 숨을 내쉬었습니다. “나 같은 걸 더 만들 생각은 하지 마.” 정성 들여 빚은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며 귓가에 나른히 속삭였습니다. “나한테만 이렇게 예쁘게 울어 줘.” 마사. 인간을 타락하게 만든 신의 과일. 그와의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었습니다. *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개정판입니다.
“그러니까 저것이…….” “저것이 아니라, 아가씨입니다. 주인님.” 공작은 작게 미간을 구겼다. 비딱하게 소파에 기대앉은 그의 전신에서 감출 수 없는 고압적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아가 낳은 아이가 저거란 말 아닌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거’가 아니라 아가씨입니다.” 그는 다시 아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장미처럼 붉은 머리카락을 양쪽으로 묶어 올리고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계집아이들이 좋아하는 비스크 인형 같았다. 깜빡깜빡 느리게 움직이는 눈꺼풀 아래 드러난 눈동자는 선연한 붉은색. 희한한 일이군. 절대로 제 핏줄이 될 수 없음에도 이상하게 자신의 눈과 꼭 닮은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는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것은 저주스러울 만큼 기나긴 세월을 살아오면서 퇴색되고 둔화하여 잘 느껴지지도 않았던 어떤 감정의 한 귀퉁이였다. 은둔의 공작 가, 메이디스 가. 감히 그의 관 뚜껑을 열어 깨운 의문의 아이는 순진무구한 어린 짐승처럼 살랑살랑 웃었다. “안녕, 디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고요하던 메이디스 성이 그녀로 인해 서서히 깨어난다. 마치 마법에 걸려있던 동화 속의 성이 마법에서 풀려난 것처럼.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집에서 고즈넉한 전원생활의 꿈에 젖어 있던 파이퍼. 안개 자욱한 어느 날, 낯선 손님이 집으로 찾아온다. 방금 물속에서 걸어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수상한 남자 손님. 그 손님은 다짜고짜 할머니 애셔와 했다는 약속을 들먹인다. “애셔가 약속했거든, 딸을 낳으면 나랑 결혼시키겠다고.” 파이퍼는 그 말을 듣고 문득 집을 물려받는 대가로 할머니로부터 받았던 부탁을 떠올린다. ‘네가 그 남자에게 신부를 구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어코 누군가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갈 테니.’ 과연 안개 낀 날에만 찾아오는 이 손님의 정체는 무엇일까? “파이퍼. 내가 네 욕망이 될 가능성은 정말 조금도 없을까?” 그리고 파이퍼는 애셔의 부탁을 무사히 완수하고 바라던 대로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누릴 수 있을까?
아… 또 다시 교통사고를 당했음에 틀림없었다. 이번으로 몇 번째지? 네 번째? 아님 다섯 번짼가? “전 살아나고 싶지 않아요. 이대로 그냥 저를 데려가 주시면 될 거 같은데요.” 그러나 사신은 자신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안 돼! 간절하고도 다급한 마음으로 손을 뻗어 잡히는 대로 무언가를 꽉 움켜쥐었다. 몸을 틀어 돌아서 가는 사신의 옷자락을 부여잡은 것이었다. 검고 긴 자락의 망토가 미끄러지더니 후드가 벗겨졌고, 곧바로 그 망토는 스르륵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나타난 모습은…… 차라리 천사에 가까웠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길고 긴 속눈썹과 깊고 진한 눈동자가 크게 놀란 채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이미 죽어서 천국에 온 건가?’ 넋이 빠져 바라보고 있는데, 그 매혹적인 눈과 얼굴이 심하게 찌푸려진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세상으로 다시 살아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 허나 그대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죽음은 아닐 것이다.” 명부에도 생부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당찬 인비와 천사처럼 아름다운 까칠한 사신, 무유의 저승 동거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아즈웰.”남자는 죽기 전 그렇게 말했다.비슈아드력 1759년 10월 1일, 낮 2시.한 남자가 단두대 아래서 과거의 영광을 버린 채, 허무하고 고요한 죽음을 맞이했다.그가 왜 그런 죄를 짓게 된 건지는 그에게 사형을 내린 왕도, 또 그의 죽음을 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 수 있었다.마지막 순간, 남자가 웃고 있었다는 것을.그의 금빛 눈동자만큼은 죽지 않았음을.연인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버린 여자.연인의 과거를 위해 자신의 미래를 버린 남자.“라헬, 난 괜찮아. 그니까, 너도 괜찮아야 해. 알겠지?”두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의 운명을 강하게 흔들었다.* * *“아즈웰, 저와 결혼합시다. 이젠 그 무엇도 우리 앞을 막지 못해요!”라헬이 그 어느 때보다 의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즈웰은 어이가 없어졌다. 왜 항상 모든 일의 끝이 고백인 걸까?“……거절할게.”단호하게 거절을 내비치자 라헬이 금세 어깨를 늘어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걸로 스물한 번째 거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