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가장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는 주영연. 베끼고 흉내 내어 만든 껍데기는 단단하고 안락했다. 납치된 채 한주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럼 이제 아는 걸 말해 봐요.”아무것도 모르는 영연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주헌. 죽음이 목전까지 다다랐을 때, 그녀는 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거짓말을 하고야 만다. “저 아는 거 더 많, 은데, 여기선 말 안 할 거예요. 그러니까, 그러니까…….”“...”“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영연은 목숨을 구걸해 기어코 살아남는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목줄을 쥔 한주헌이었다. 그 줄은 자신의 목에 단단히 얽혀 있었다. “거짓말을 진짜로 만들 기회를 줄게요.”거절할 수 없는 폭력적인 제안. 영연은 그것을 받아들이며 다짐했다. 반드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야 말겠다고. 이 희망만이 그녀를 살게 했다. * * *“나…….”나는, 왜…….왜…….더듬더듬 단어가 이어졌다.“왜…… 나, 왜…… 여기 있지.”영연은 관성적으로 중얼대면서도 가만히 퍼져 있었다. 모든 의지를 잃은 사람처럼, 두 눈은 텅 비어선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풀지 못할 문제를 받은 어린아이처럼 입만 달싹였다.“그러게.”주헌이 맨손으로 영연의 볼을 닦았다. 말라붙지 않은 물방울이 그의 손으로 옮아 붙는 게 느껴졌다.“내가 집에 있으라고 했잖아.”그가 안타깝다는 투로 혀를 찼다.
“그 애랑 자지 말아요.” 내가 없을 때, 내가 아무것도 느낄 수 없을 때, 당신이 나를 만지는 게 싫어. “내가 그런 개새낀 줄 알아?” 나는 다 알거든. 네가 아닌 척을 해도, 다른 누가 너인 척해도. 그러니까 그렇게 실금 같은 웃음을 짓지 마.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센 척하지 마. 그렇게 주먹 꽉 쥐고 힘 잔뜩 주고 있지 마. 그러다, 예쁘고 여린 몸이 깨질 것 같아서 무서워진다고. 산산히 조각나서 허공으로 사라져버리면, 나는 어쩌라고. 유일한 빛이 되어버린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인간병기 한재준의 목숨을 건 탈주가 시작된다! 일러스트: DAMUK
“용케 무당질헌다.” 몸주신이 오락가락하는 반쪽 무당, 정윤세. 원치 않는 신내림을 받고 평범하길 바랐던 일상에서 도망쳤다. 부디 사랑했던 존재에게 피해가 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 어떠, 어떻게….” 법무법인 한율의 수석 변호사, 백승조. 기업 합병과 구조 조정 등 대형 사건을 맡아 업계에 이름을 알린 그가 3년 동안 찾아 헤맨 존재를 드디어 찾았다. 다시는 놓아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다른 놈하고 붙어먹겠다고 숨어 버리면 안 찾을 줄 알았어?” 이미 끝난 사이라 생각했다. 그 일상이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상상은 결코 해본 적 없었는데…. “윤세야, 누구 맘대로 끝나. 내가 끝낸 적이 없는데.” “!!!” “미리 말해 두는데, 눈에 뵈는 게 없어. 정윤세가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야.”
“그놈한테 가고 싶다는 말로 들리는데.” 자신이 내뱉은 말에 제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난다.그가 사는 세상에는 좀처럼 없는 일이라 단이 입가를 슬쩍 비틀었다. “난…….”“아님 갈 곳이 있나?” 제나의 말을 싹둑 자른 그가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천천히 풀었다. 갈 곳…… 정곡을 찔린 제나가 입술을 물었다. 없다, 갈 곳은. 이제 제나가 갈 곳은 어디도 없었다.제나는 그의 탓도 아닌데 그를 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단은 금방이라도 물기를 쏟아낼 것 같은 제나의 말간 얼굴을 보자 조금 전까지 있었던 두통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도와주신 건데요?” 그녀의 물음에 그의 눈썹이 스윽 올라갔다. 그에게서 나는 묘한 체취에 머리가 어지럽다. 시린 그의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제나가 시선을 그의 목덜미로 내렸다. 가슴께까지 벌어진 셔츠에서 그가 손을 뗐다. 그 손이 허리에 짚는 걸 제나의 눈동자가 따라갔다. “빚은 갚아야지.”<[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사실 팔에는 수갑을 채우고 싶고, 목에는 목줄을 매어 놓고 싶어.”처음엔 목적을 위해 몸 로비를 하는 그렇고 그런 여자라고 생각했다. 여자에게 적대적인 운호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건 없었었음에도 묘하게 신경 쓰였다. 보호본능을 자극함과 동시에, 먹어치우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그녀를 향해 한 발 내딛는데…….“나를…… 사랑하세요?”“아뇨.”단호한 대답이었다.“나는 기본적으로 배려라는 걸 몰라요. 세상이 다 거슬려. 사실 주변의 모든게 다 짜증스러울 뿐이야. 누가 숨만 쉬어도 불쾌하거든.”“그런데 나는요?”“당신은 그렇지 않아. 그래서 내 곁에 두는 거예요. 안 귀찮거든. 짜증이 안 나.”그는 배려라는 걸 모른다고 말했지만 은수가 지금까지 받은 건 명백한 배려였다. 그 간극이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다행이에요.”※본 소설은 마약과 약물에 대한 내용과 다소 강압적인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추가외전 1-8화는 기존에 이북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던 외전을 15세이용가로 편집한 버전입니다.@일러스트 : 바트
“여기서 해. 얼마든지 네 말대로 해줄 테니까. 네가 다리를 벌리라고 하면 벌리고, 핥으라면 핥을게.”대선후보로 점쳐지는 딜런 베이커. 보수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그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차남 애런이 게이란 사실이다. 그나마 결혼시켜 잠재웠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둘 순 없었다.애런의 법적인 아내이자 절친인 이유리, 한국계 미국인인 그녀는 애런의 절대적인 안식처이다. 그들의 결혼생활은 딜런의 대선 후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안정적으로 보내왔던 그 시간들은 레오루카 카사니가 등장하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금발에 푸른 눈을 지닌 미친개로 인해!“나는 세컨드라도 상관없는데.”“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말 잘 듣고, 잘생기고, 아마 그것도 잘할 개 같은 남자가 필요하면 말해.”“필요 없어요.”거절은 비명처럼 튀어나왔다.대놓고 세컨드라니! 개 같다니! 남자는 개 같기는 했다.미친개.#표지 일러스트 : 바트
그 남자, 아니 그 새끼가 쓰레기라는 건 듣자마자 알았다. 시작은 사소한 호기심이었다. 두 번의 파혼 전적이 있는 동생의 약혼자가 어떤 사람일까, 하는. 차갑지만 다정하고, 강인하지만 우아한 남자. “나랑 잘래?” “싫어.” “쓸데없이 자존심 세우는 건 취향이 아닌데, 오늘은 그런 게 끌리네.” “…….” “정말 나랑 잘 생각 없어요?” 그러나 직접 만나 본 남자는 소문대로 다정한 쓰레기였고, 가볍고 악한 본성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우희에겐 남자가 필요했다. 이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였으니. 그렇게 가면을 쓰고, 스스로를 속이며 남자의 사랑을 갈구했다. 온통 거짓뿐인 연애의 시작이자, “좋아. 좋아해. 좋아해. 내가 당신을 많이 좋아해….” “계속 좋다고 해 봐. 실컷 예뻐해 줄 테니까.” 결국엔 죄가 될 사랑이었다.
완벽한 결혼이었다. 아름다운 신부, 미남이자 유능한 신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맺어야 했을 이야기. “내가 여자로서 그렇게 별로예요?” 단, 결혼 첫날밤부터 남편이 나를 돌처럼 본다는 사실만 제외하고는. “자꾸 나랑 잠자리 안 하려고 하는 거, 그거… 이혼 사유예요!” 그리고…… “한지향 씨! 서은학 씨를 살해한 혐의 인정하십니까?” “대체 왜 남편을 살해한 겁니까?” “평소 남편인 서은학 씨와 가정불화가 있었던 겁니까?” 살해? 살해라니, 누가? …내가? 하지만 온몸에 범벅이 된 남편의 피와 내 지문이 묻은 흉기까지. 나는 꼼짝없이 남편 살해범이 되어 있었다. 그것도 결혼 생활에 불만을 가져 남편을 죽였다는 남사스러운 오명을 뒤집어쓴 채. “내가 죽인 게 아니라고요! 나도 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그럼, 대체 이건 뭡니까?” 삐- ‘죽일 거야, 죽여 버릴 거예요! 천하의 나쁜 놈. 죽어 마땅한 놈!’ 어, 그게 그러니까, 내 목소리가 맞긴 한데. 설마… 진짜… 내가?
경력도 망가지고 돈도 없고. 절벽의 끝에서 입사하게 된 세명디스플레이. 그곳에서 만난 섬세하고 화려한 꽃과 같은 남자, 최이현. ‘어차피 저런 사람들은 나를 동정하거나, 싫어하거나 둘 중의 하나야.’ 그런데 회사의 아이돌 같은 그 남자가 늘 ‘찐따’로 불렸던 그녀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힘들면 제게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혼자 헤매고 있는 그녀를 도와주고, “신애 씨가 마음에 들어서요.”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봐 주고. “사실은, 제게 신애 씨가 필요해요.” 그렇게 저항할 수 없이 빠져들게 만들더니. “우리는 여기까지입니다.” 끝내 나를 아프게 한다. 그런데 이 남자, 어딘가가 낯익다. 크게 상처 입을 것만 같은데 도망가야 할까. 하지만 그녀는 이 사랑을, 이 남자를 믿어 보고만 싶다.
※본 도서는 강압적인 관계, 선정적인 단어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 12월 31일, 한 해의 끝자락이었다. “새해부터 시체 처리하는 줄 알고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찬 바람이 새는 옥탑방에 누워 죽기만을 바라고 있던 소희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가 찾아온다. “안 죽어 줘서 고마워?” “…누, 누구….” “애기 너 존나 예쁘게 생겼구나.” 남자의 정체는 새로운 채권자, 계원호. “어설프게 토낄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아저씨는 받아 낼 게 있으면 시체라도 팔아서 수금하거든.” 남자가 핸드폰 모서리로 소희의 아랫배를 주욱 그어 내렸다. 그리고 핸드폰이 그 위를 지그시 눌러왔다. 흠칫 놀란 소희가 몸을 떨었지만, 그럴수록 닿은 부위에 가해지는 압력이 거세어졌다. “흣….”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소희가 숨을 집어삼켰다. 일러스트: 배곡파
“진짜 내가 업어 키웠는데.” 보들보들한 까만 머리카락, 뽀얀 얼굴에 통통한 뺨, 인형처럼 동그란 눈. ‘귀엽다.’ 둘이 크면 결혼시키면 되겠다고 아빠들끼리 농담하긴 했지만. 아빠 친구 아들, 다섯 살 어린 성민은 채은이 바랐던 완벽한 동생의 모습이었다. “누나, 나 넘어졌어. 아파. 허엉.” “보건실 가자.” “다리 아파. 누나.” 채은은 그 작은 몸을 업고, 성민의 가방을 손에 들었다. 등에 느껴지는 아이의 체온이 따끈따끈해서, 조금 더웠다. 성민을 챙기는 채은을 보고 친구가 물었다. “채은아, 걔 사촌 동생이야?” “아니. 그냥….” 아무리 생각해도 성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아는 동생.” 채은에게 성민은 그렇게 업어 키운, 아는 동생이었는데…. “누나, 우리 언제 결혼해?” “누나, 해도 돼?” “누나, 좋아?”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는지 모르겠지만. “누나 그런 사람이었어? 이렇게 막 버리는?" 되돌아가기에 너무 늦은 건 확실했다. ※ 본 작품에는 외전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용 시 참고 바랍니다.
유디트는 살아있는 용을 본 적이 있다. 그 녀석의 이름은 세르피온. 불길하다는 붉은 눈을 타고났음에도 오로지 능력만으로 자수성가한 희대의 대마법사이자 마탑 랭킹 1위에 빛나는 상아탑의 주인. 사람들은 그런 그를 두고 전설 속의 드래곤이 살아 돌아온 것 같다고 찬양했다. 영원히 빛이 바래지 않는 저 새하얀 상아탑처럼 그의 이름 또한 영원히 빛날 줄 알고 얼마나 배가 아팠던가. [세르피온 미르노이아. 만장일치로 해임.] 하지만 그 신화가 비로소 막을 내렸다. 그냥 막을 내린 것도 아니라 완전히 끝이 났다. [죄인 세르피온을 1급 위험인물로 지정. 루멘티아의 모든 기관에서 영구 제명한다.] 한때 루멘티아의 가장 빛나는 별이었던 녀석은 하루아침에 전과자가 되어 내쫓겼다. 이룬 업적도 많고, 영웅으로까지 추앙받던 놈이지만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 그가 금기 마법을 시전하지 않았더라면. 시전 하더라도, 이후에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만 보였더라면. 그렇지 않더라도, 평소에 사람들에게 싸가지 없게 굴지만 않았더라면. 그래서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손절하지만 않았더라면. 세르피온 같은 대마법사가 이렇게 비참하게 추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성질을 X대로 부리더니 결국 X 되었구나! 누구보다 그 싸가지를 잘 알고 있던 유디트는 깔깔대며 세르피온의 처지를 비웃었다. “안녕. 유디트. 오랜만이지?” 그 당사자가 저를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모르고. 8년 만에 재회한 그는 여전히 뻔뻔하고 당당하게 거래를 제안했다. “내가 널 대마법사로 만들어 줄게.” 마력이 없어 마법사도 되지 못한 그녀를 대마법사로 키워 주겠다고. “하지만, 너. 이제 알거지잖아?” 모든 것을 잃은 빈털터리의 몸으로. 일러스트: 무트
나, 태이섭. TK그룹의 압도적 후계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34년 수절 인생을 살아왔것만. 동갑내기 사촌이자 라이벌이었던 태준섭과의 경쟁에서 현재 스코어는 압도적 패배. 인생의 목표가 무의미해진 지금, 만사가 귀찮을 뿐이다. 유럽 출장이라는 핑계로 실컷 놀고 왔더니, 입사동기인 강민경이 비서 겸 업무보좌를 맡는단다. 수석으로 입사해 나에게 차석이라는 좌절을 맛보게 했던 그 강민경이. 나, 강민경. TK 간부 승진 코스를 착실히 밟으며 탄탄대로를 걷는가 싶더니만. 예쁜 외모에 더러운 인간성. 집요하고 쪼잔한 성격에 위선의 달인인 TK 황태자, 태이섭을 보좌하란다. 이제 모 아니면 도. 로또 아니면 쪽박이다. 후자의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 문제지만. 책 속에서 “능력 인정. 홍보실에서 송백재 수발을 들었으면 실크로드였는데. 어쩌다가 샜어요? 이렇게?” “새다니요, 저는 전무님 모시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 차장.” 이섭이 손을 까닥했다. 민경은 뒷좌석으로 고개를 조금 더 빼어 돌아다보았다. “입술 좀 봐.” “네?” 운전대를 쥐고 있던 김 기사가 어깨를 움칫 떨었다. 이섭의 시선이, 당황하여 반쯤 벌린 채로 굳어 버린 민경의 입술을 향했다. “바싹 말라 있네. 침도 안 바르고. 어? 무슨 그렇게 아침부터 거짓말을. 이제부터 그러지 마요.”
※ 본 작품은 강압적 관계, 가스라이팅 등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하녀의 배를 빌려 태어난 구박데기 왕녀, 피비 엔시스. 그녀는 하루아침에 볼모가 되어 제국에 팔려 갔다. 거부할 수 없었다. 삶의 이유인 어머니가 인질로 잡혀 있었으므로. “앞으로 내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면 왕녀가 모친과 여생을 누리게 해 주지.” “…만약 그리 해 주신다면, 제 몸과 영혼을 온전히 전하께 바칠게요.” 그녀의 주인이 된 황태자는 아름답고 섬뜩한 사내였다. 피비는 그에게서 수치심과 쾌락을 배웠다. 차츰 그에게 마음을 열기까지 했다.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무슨 말씀이세요, 전하…. 어머니가 이미 죽었다뇨…?” 일러스트: MUCUZI
패션지 에디터 유지안. 약혼자의 양다리 소식에 무작정 파리로 떠난다. 낯선 도시에서 넋 놓고 있던 지안은, 자신을 소매치기로부터 구해준 남자와 충동적으로 원나잇을 하게 되고. 3개월 후. 지안의 회사에 능력치 만렙의 편집장이 프랑스에서 오게 된다. “유지안 씨. 휴대폰 어디 있습니까? 인터넷 창 열고 패션 에디터 검색해.” 첫만남에, “네 꼴이 지금 패션 에디터야?” 동료 에디터들 앞에서 쉼없는 독설로 지안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편집장. 그는, 바로 파리에서의 원나잇남 신현민이었다. “내가 유지안 씨한테 꼭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예.” “그렇게 도망가면.” “….” “기분이 어때?” 바람 잘 날 없는 'The Runway'와 지안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요정처럼 아름다운 왕녀, 엠버. 용병으로 굴러먹던 남편은 그녀와 본질적으로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강제 결혼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진 엠버는 몇 년간의 결혼 생활 내내 제 남편의 모든 것을 격렬하게 증오했다. 그러나 그가 그녀와 배 속 아이를 지키려다 죽음을 맞이하자 엠버는 크게 후회하고 시간을 돌리게 되는데……. 회귀의 시작점이, 하필 첫날밤이다? “결혼식 내내 한 번도 쳐다보질 않기에 천한 놈의 아내가 되어 마음이 상했거니 싶었는데.” 그녀는 이미 다 타고 남은 재 가루 같은데 그는 폐허 위에서 춤을 추는 불의 정령 같았다. 그가 품은 생명력이 너무 뜨거워서 델 것 같아, 엠버는 결국 눈을 휙 피했다. * * * 나는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내게 구멍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 그리고 이내 기뻐졌지. 어딘가 모자란다는 건 그 부분만큼을 당신으로 채울 수 있는 거니까. 그런데 조금 채우고 나니 이런 욕심이 들더라고. 아, 내가 좀 더 못난 놈이었으면 당신을 송두리째 집어삼켜 버릴 수 있었을 텐데.
어쩌면 악마인지도 몰랐다. 원하는 모든 걸 줄 테니 영혼을 팔라 끊임없이 유혹하는, 악마. “적당히 튕기죠? 어차피 사인할 거면서 피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이쯤 하시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랑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돈 필요하잖아, 당신.” 혼자선 결코 헤어날 수 없을 진창을 벗어나려 악마 같은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게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내 옆에 붙어서 계속 이렇게 살려달라고 울고 애원해 봐. 혹시 알아? 어쩌면 나한테도 조금의 아량 같은 게 남아있을지도.” 지옥 불인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부나방이 된 것 같았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번 내달린 마음은 점점 더 끝 모를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지옥도 지옥 나름인 거니까요.” 당신은 누구일까. 천사일까, 악마일까. 내게 내민 그 손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내 기분이 거지 같으면 거래 안 해요, 난.” 그리고 이 지독한 관계의 이름은 인연일까, 악연일까. 다정하고 난폭한 파란, <로맨틱 플로우> 일러스트: 오후
어느 날 나락으로 몰린 여자, 이은유.그녀를 나락으로 내몬 남자, 류태건.“난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뭐 순서대로 되겠지.”은유 앞으로 떨어진 채권을 사들인 건 딱 한 가지였다.그녀를 괴롭히기 위해서.남들에게 그 기회를 주기 싫어서.“네가 선택해. 나한테 올지. 다른 놈들한테 갈지.”바들바들 떠는 은유를 바라보며 태건이 매끄럽게 입술을 말아 올렸다.이은유.한때 나의 사랑이자, 전부였던 여자.너를 괴롭혀야 한다면 내가.너를 나락으로 끌어 내리는 것 역시 내가.그리하여 마땅히너의 바닥을 보는 것 또한 내가.그 모든 순간엔 내가 있을 것이다.반드시.내가.내가 할 것이다.<[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집안과 약혼자,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희연은생사의 기로에서 그를 살린 낯선 남자에게 붙잡히고 만다.“왜 하필 내 눈에 띄어가지고. 뒤지려면 혼자 조용히 뒤지든가!”“누가 구해 달랬어?”“너 진짜 뒤지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그렇게 희연은 저를 구한 이규를 쫓아가 그의 삶 속에 몸을 던진다.곰팡이 슨 반지하 방, 조폭의 유흥거리로 링 위에서 싸움질을 하며 살아온 밑바닥 인생.순진한 이규는 거칠게 희연을 밀어내면서도 차마 내치지는 못한다.“뒤지려고 할 때 그냥 놔뒀어야 하는데.”“이미 구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네가 나 새까만 바다에서 구해 준 것처럼 나도 너 끌어내 줄게.”죽고 싶은 여자와 살고 싶은 남자.티격태격하며 내디딘 두 사람의 동거가 서로를 구하기 시작하는데….*“이규야. 죽지 마.”싸우지 말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당장 그가 하는 일이 그런 것이었고, 그걸로 평생을 살았고…. 희연은 아직 그에게 평범하게 사는 걸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못했으니까. 그의 까만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이건 무슨 장난인데. 왜 떠나는 것처럼 말하는데.”이규의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 그의 어깨가 거칠게 들썩였다.“내가 선택한 거니까 안 놓겠다며.”변명할 말 따윈 없었다. 그렇게 말한 것도, 약속한 것도 전부 그녀였으니까. 그런 주제에 이제 와서 떠나겠다고 멋대로 말하다니.“내가 너 구해 줬잖아!”이규가 악을 쓰듯 외쳤다.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볼 자신이 없었다. 희연은 떨리는 숨을 내뱉으며 그의 어깨를 세게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