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 부린 겉멋이 지나쳐 인물의 대사와 세계관의 집중을 방해한다.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한 빈민촌의 16살 여자애가 "사특한 징조" 같은 어휘를 구사하는 지점에서 극의 몰입이 깨지기 시작한다. 작가의 문장 욕심이 캐릭터의 설정을 무시하고 간간히 튀어나온다. "오늘은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날이야" 식의 작위적인 독백은 비장미를 주기는커녕 현실감을 떨어뜨리고 오글거림만 유발함.
이 소설은 재앙 속에서 탄생한 초인들이 기존 사회 질서를 어떻게 재편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서사의 중심에는 물리적 힘은 가졌으나 가족과 자신마저 지키지 못했던 사회적 약자, 김극이 있다. 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쌓아온 억울함과 뒤틀린 인정욕구를 품고 살아가던 중, 초인적인 능력을 각성하며 전환점을 맞이한다. 강자존인 '소월'을 보며 김극은 깨닫는다. '사회적 약속'이 사실은 강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족쇄에 불과했다는 것을. 결국 그는 동경하던 강자의 반열에 오르면서 갈등하게 된다. 작가는 여기서 '포용력'이라는 키워드를 기점으로 서사를 두 갈래의 분기로 찢어 놓으며 극단적인 결과값을 제시한다. 첫 번째 분기는 포용이 거세된 현대 사회의 갈등 구조를 투영한다. 약자 시절의 상처를 파괴적인 힘으로 분출하는 김극이 증오와 배제를 반복한다. 두 번째 분기는 김극이 진정한 강자로서의 여유와 관용을 갖췄을 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해와 대화, 구성원들의 양보가 선순환을 그리며 상생하는 해피엔딩을 통해, 동일한 과거를 가졌더라도 주체의 '선택'이 미래를 얼마나 극명하게 바꿀 수 있는지 대조한다. 하지만 이 극단적인 분기 방식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작가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설정된 갈등은 서사의 개연성을 희석시킨다. 분기 1에서 보여주는 정부의 극단적인 무능과, 분기 2에서 호의가 반드시 호의로 돌아오는 꽃밭 같은 사회상은 현실감을 무너뜨린다. 결국 이 작품은 강자가 된 약자의 '포용'의 실질적 힘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하지만,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하기 위해 현실적인 개연성을 거세했다는 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검미성 작가는 여전히 훌륭하며, 전작보다 더 좋은 작품에 감사한다.



높은 평점 리뷰
표지와 홍보용소설이라는 사실에 거부감이 매우 컸으나. 백수귀족은 실망시키는 법이 없었음
완-벽
셰프가 정성껏 요리한 전생물. 전생/착각물이라는 흔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설정이 세계관의 깊이를 더한다. 눈치와 지능이 없는 여주인공의 우당탕탕이 주변 캐릭터의 다채로운 시점 서술을 이끌어내며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