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동
정은동
평균평점 4.38
개 버릇
5.0 (1)

“우리는 몇 번 더 자 보는 거로 하죠.” 남자 잘 후리게 생긴 단유을.  그게 그녀에게 달린 꼬리표였다. 세상 사는 게 너무나도 피곤한 유을의 앞에 날벼락처럼 나타난 남자. “단유을 씨 살면서 나쁜 짓 안 해 봤어요?”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응, 그런 것 같더라. 바른 생활 하느라 수고가 많아요.” 태백가家의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태백의 오연한 황태자. 태시진 전무. “사모님께서 저를…… 의심하세요.” 엮여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너덜너덜해질 게 뻔한, 난장판을 넘어서 개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뭐 제대로 한 것도 없는데 의심받으면 억울하지 않나?” 그와 잔다는 건, 모욕과 멸시마저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임을 모르지 않았는데. “이참에 확 타락해 버리죠. 나랑 같이.” 고고한 낯에 적선 같은 웃음과 권위적인 친절을 두르고 남자는 유을이 그어 둔 금 따위 함부로 짓밟고 넘어왔다. 일러스트: 메이비진

굶주린 짐승을 건드리지 말 것
4.0 (1)

어느 날 아연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생판 모르는 남자와 맞선도 모자라, 결혼까지 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 이럴 줄 알았으면 연애라도 실컷 해 볼걸! 스물아홉 평생 이렇다 할 경험이 없던 아연은 억울함과 반발심에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만다. 오랫동안 친구의 영역에 있었던 소꿉친구, 권성현에게. “네 거. 커?” “너 지금… 뭐라고?” 서늘하게 잘생긴 눈매가 확연히 일그러졌다. “…크면, 어쩔 건데.” “한 번만 보면 안 돼?” 섣부른 충동은 설익은 도발이 되었고, 딱 한 번의 일탈은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는데…. “왜 가만히 있는 사람 들쑤셔. 아무것도 모르는 게.” 그날 아연은 만고불변의 법칙을 깨달았다. 굶주린 짐승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을. *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개정판입니다.

쓰레기를 구분하자
5.0 (1)

보름 전, 죽으려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언니의 죽음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희주를 억지로 물 밖으로 끌어낸 남자, 권국현. 그가 희주를 구한 건 보통의 인간이 갖는 연민이나 동정심 때문이 아니었다. 언니가 진 빚을 대신 갚으라는 이유에서였다. “너 의사라며.” “의사 아니라 법의학자요.” “째고 꿰매는 거 전문이겠네. 바느질 잘해?” “시체 전문인데요.” “나랑 잘 맞겠어. 나도 시체라면 꽤 좋아하거든.” 배가 뚫려 와서는 피가 철철 흐르는 남자의 상처를 마지못해 치료해 주게 되는데…. “생긴 것만큼이나 마음씨도 천사네.” “죽고 싶은 천사 봤어요?” “예쁘게 사는 게 원래 좀 엿같아.” 국현은 희주에게 딱 다섯 달, 자신의 주치의로 일하면 빚을 까주겠다고 제안한다. “사양하겠습니다.” “상냥하게 말해서 오해했나 본데, 제안 아니야.” “그럼 협박이에요?” “그런 셈이지?” 언니가 생전에 물리 치료사로 일했던 권국현의 저택. 뭔가를 숨기고 있는 그의 부하들. 비밀을 알기 위해서 국현의 주치의가 된 희주, 그런데 자꾸 이상한 쪽으로 그와 엮이게 되고. “여태 소중하게 아껴 둔 걸 나 같은 놈한테 처음으로 주는 거야? 안됐네.” 쓰레기 같은데 상냥하고 능글맞은 남자에게 점점 끌리고 만다. “아껴 둔 게 아니라 버리는 건데. 그 쪽한테.” “응, 고맙게 받을게?” 쓰레기 소굴에서 희주는 과연 진짜 쓰레기를 구분할 수 있을까? 쓰레기를 구분하자. 일러스트: doom

불순한 동정
3.5 (1)

“그럼 어제 그건 뭡니까. 안 만진 데 없이 다 만진 것 같은데.” 15년 만에 다시 나타난 도성그룹 황태손이자 도성전자 상무 도지헌. 비서 괴롭히기를 유희 삼아 즐기는 그의 세 번째 비서 한수연. 수연의 남자 친구가 바람을, 그것도 남자와 피우는 장면을 지헌이 목도한 이후 그들의 관계가 묘하게 달라졌다. “……실수요.” 그날 밤의 일은 분명 실수였다. 수연의 머리카락 끝을 지분거리던 지헌의 손가락이 불현듯 멈추었다. “한수연 씨. 상호 동의하에 저질러 놓고. 하루 만에 멋대로 실수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나는 뭐가 됩니까. 실수로 길바닥에 넘어져 있는 사람 옷 벗기는 파렴치한?” 지저분한 말을 잘도 늘어놓은 주제에, 지헌은 고상하고 우아하게 시조나 읊은 양 태연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