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고타로
이사카 고타로
평균평점
불릿 트레인

2022 영국 대표 추리문학상 ‘대거상’ 최종후보작데드풀 감독 X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불릿 트레인〉 원작소설최악의 상황이 멈추지 않는 논스톱 액션 스릴러〈데드풀2〉, 〈분노의 질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브래드 피트, 조이킹, 산드라 블록 등 할리우드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액션 블록버스터 〈불릿 트레인〉이 2022년 8월...

사신치바

<사신치바> 하드보일드에서 로드무비, 로맨스에서 하트워밍 스토리까지 기발한 여섯 가지 스타일을 만난다 <사신 치바>는 독특한 여섯 가지 스타일의 연작소설이다. 코믹한 웃음과 추리소설 같은 미스터리, 가슴 떨리는 로맨스, 그리고 눈물나는 감동까지 여섯 가지 다양한 스타일의 이야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다 버무려졌다. 때로는 하드보일드 풍으로 때로는 로맨스로, 로드무비로, 종횡무진하는 치바의 활약을 보노라면 전력질주를 몇 번씩 하고 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시종 심각하고 진지한 치바지만,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비실비실 웃음이 터져 나온다. 혼자서 키득거리다가 주변의 썰렁한 시선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재미에 빠져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쩡, 하고 울리면서 울컥 하는 대단원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기묘하고 의외로 로맨틱한 사신의 이야기는 기발한 상상의 세계를 넘어,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 사랑에 대한 두터운 믿음, 인생의 실수에 대한 포용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치바의 매력은 쉽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4인조 강도단이 은행도 털고 정의도(?) 구현한다 부도덕한 듯 정의롭고, 평범한 듯 비범한 레전드 4인조 강도단의 탄생! "오늘날 이사카 고타로가 누리는 절대적 인기의 시초가 된 작품" _센가이 아키유키(미스터리 평론가) ‘일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제왕’ 이사카 고타로의 대표작 「명랑한 갱 시리즈」(전 3권)가 김선영의 번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제1권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2003)와 제2권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2006)에 이어 무려 9년의 공백을 깨고 선보인 제3권 『명랑한 갱은 셋 세라』(2015)까지, 15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으며 일본 내 누적 판매 부수 230만 부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경쾌한 문장과 탁월한 유머, 치밀한 복선, 그리고 악당인지 영웅인지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명랑한 갱 시리즈」는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미스터리 평론가 구사카 산조)인 이사카 고타로의 여러 소설들 중에서도 단연 오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한 등단작 『오듀본의 기도』(2000)에서 수수께끼의 섬을 무대로 압도적 상상력을 보여 주고, 『러시 라이프』(2002)로 “한 장의 장대한 트릭아트”라는 극찬을 받으며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그는 세 번째 책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등단 3년 만에 상업적 성취까지 이루게 되었다. 『사신 치바』 『칠드런』 『골든 슬럼버』 등의 후속 작품들이 줄줄이 호평을 받으며 성공을 거두고, 2006년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가 이사카 작품 가운데 최초로 영화화되면서 그는 ‘기발한 발상과 기교를 마스터한 천재 작가’로 미스터리 독자와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평론가들이 오늘날 이사카 고타로의 절대적 인기가 바로 이 「명랑한 갱 시리즈」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소설의 무대는 요코하마. 잘나가는 시청 공무원이자 어떠한 거짓말도 꿰뚫어 보는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나루세와 능청스러운 거짓말로 청중을 홀리는 자칭 ‘연설의 달인’ 교노, 동물을 사랑하는 천재 소매치기 청년 구온, 시계 없이도 누구보다 정확하게 시간을 잴 수 있는 유키코, 출신도 성격도 판이하게 다르지만 우연히 한 장소에서 어설픈 은행 강도 사건에 휘말리게 된 네 사람이 ‘내가 해도 저것보단 잘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해 유쾌한 4인조 강도단을 결성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들은 늘 별것 아닌 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은행을 습격할 때만큼은 환상적인 팀워크를 선보이며 성공률 100퍼센트를 자랑하는 프로 갱단으로 거듭난다. 하지만 강도질이 늘 순탄할 수만은 없는 법. 은행을 털고 귀가하던 길에 현금 수송차 습격단을 만나 모처럼 훔친 돈을 몽땅 빼앗기고(『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범행 도중 우연히 ‘상속녀 유괴 현장’을 목격하고는 ‘아가씨 구출 작전’에 뛰어들기도 하고(『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괴한에게 공격당한 기자를 구해 주었다가 뜻밖에도 꼬리를 밟혀 곤경에 처하기도 하는(『명랑한 갱은 셋 세라』) 등 이들이 가는 길에는 떠들썩한 소동과 황당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은행 돈만 훔칠 뿐,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는 않습니다”라고 태연하게 자신들의 범행을 정당화하는 악당이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내 일이란 고작해야 책임을 지는 것뿐”이라며 후배의 실수를 덮어 주는 쿨한 직장 상사이자, 빚만 남기고 도망간 남편을 대신해 가장의 무게를 오롯이 짊어진 싱글맘이며, 동물을 보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평범한 청년이고,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면 물불은 물론 돈마저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용감한 시민이기도 한 4인조 강도단.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명랑한 갱들’의 활약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은행 강도’는 ‘악당’이라는 상식마저 잊은 채 4인조를 응원하고 이들의 위기 앞에 함께 가슴 졸이게 된다.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며 속편이나 시리즈물을 좀처럼 내놓지 않는 이사카도 “이 소설은 다르다”고 언급할 만큼 애착을 보였고, 「명랑한 갱 시리즈」는 이례적으로 3권까지 이어지며 올해로 등단 20주년을 맞은 작가와 더불어 성장해 왔다. 이사카 고타로 문학의 시초이자 정점인 이 책이 그의 작품을 기다려 온 팬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 될 것이고, 이사카 월드에 처음 발을 딛는 초심자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입문서가 되어 줄 것이다. ■ 줄거리 유능한 시청 공무원이자 인간 거짓말탐지기 나루세, 능청스러운 거짓말과 입담으로 상대의 혼을 쏙 빼놓는 ‘구라 10단’ 카페 사장님 교노, 동물을 사랑하는 천재 소매치기 청년 구온, 1초의 오차도 없는 체내시계를 가진 비정규직 싱글맘 유키코.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저마다 독특한 재능을 가진 네 사람이 뜻을 모아 은행 강도단을 결성한다. 공통점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데다 늘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지만, 은행을 습격할 때만큼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는 4인조 강도단. 어느 날, 성공적으로 은행을 털고 여유만만하게 도주하던 이들은 교차로에서 접촉사고를 당한다. 그런데 상대 차량에서 내리는 이들의 모습이 어딘가 예사롭지 않다. 그들은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현금 수송차 습격범 일당. 어이없는 사고로 모처럼 은행에서 훔친 돈 4천만 엔과 차량, 무기까지 몽땅 빼앗기고 만 ‘명랑한 갱’들은 도둑맞은 돈을 되찾고 프로의 자존심도 회복하기 위해 사라진 습격범들의 뒤를 캐기로 한다. 구온이 몰래 훔쳐 낸 운전면허증으로 일당 중 한 명의 집주소를 알아내 잠입한 나루세와 유키코. 그런데 그곳에서 두 사람이 맞닥뜨린 것은 한 남자의 시체였다. 게다가 다른 일당과 연락이 닿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기의 재다이얼 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저쪽에서는 뜻밖에도 교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 ★★★ 애플이 선정한 2015 최고의 소설 ★★★ 완전히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 대체 불가의 세계, 웰컴 투 이사카 고타로 월드! 애플 선정 2015 최고의 소설 : “산산이 흩어져 있던 다양한 복선이 드디어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에 압도되었다!” 《다 빈치》 선정 이달의 책 : “현실의 일본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이 작품은 ‘조직’과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 ★★★★★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무서움. _ 가마도 ★★★★★ 이사카 고타로가 오랜만에 선보인 대걸작. _ 다코지조 ★★★★★ 감시사회, 민중의 간사함, 정의와 위선의 난해함까지 모두 리얼 그 자체. _ 마루 ★★★★★ 정교한 구성의 플롯에 경의를 표한다. _ Amazon Customer ◎ 도서 소개 완전히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 대체 불가의 세계, 웰컴 투 이사카 고타로 월드! 감시사회의 광기가 만연한 가상의 현실 속 진정한 공포를 결코 무겁지 않은 터치로 그려낸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이사카 월드’라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사카 고타로가 오랜만에 선보인 걸작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의 향연, 거기에 담긴 묵직한 사회 비판의 메시지를 특징으로 하는 작가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제5회 신초 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등단한 이사카 고타로는 『러시 라이프』로 평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중력 삐에로』, 『칠드런』과 『그래스호퍼』로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또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사신 치바』에 수록된 단편 「사신의 정도」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리고 2008년에는 『골든 슬럼버』로 제5회 일본서점대상 및 제21회 야마모토 슈고로 상뿐만 아니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라 3관왕이라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이렇듯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이사카 고타로,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렬한 호응을 얻어온 그가 이번에는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라는 최신 화제작으로 찾아왔다. 치밀한 복선, 감성과 철학이 담긴 대화,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진지한 문제의식이 담긴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평화를 지킨다는 미명하에 공권력이 폭주하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그리며 ‘정의란 무엇인가’를 통렬히 묻는 작품이다.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는 2015년 일본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산산이 흩어져 있던 다양한 복선이 드디어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에 압도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애플이 선정한 ‘BEST OF 2015 올해 최고의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또한 《다 빈치》(2015년 5월호)에서는 “현실의 일본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이 작품은 ‘조직’과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리얼하게 보여준다”라는 평을 받으며 이달의 책으로 뽑혔다. “나는 전쟁과 죽음이 가장 무섭습니다. 사람들의 사고를 정상이 아니게 만든다는 것이 전쟁의 무서움이죠. 마녀사냥에 관한 자료에서 봤는데 ‘네가 마녀다’라고 선고받는 순간, 도망칠 곳이 없어집니다. 사람들 모두를 폭주하게 만드는 공포의 존재. 이런 소재로 소설을 쓰면 사회 비판처럼 해석되기도 하지만, 저는 그저 내가 무섭다고 느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_ 작가의 말 ‘이사카 월드’라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이사카 고타로, 그가 ‘정의’에 대해 던지는 통렬한 화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세상은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 하니까. 그게 싫으면 화성에라도 가서 사는 수밖에 없지.” 데이비드 보위의 곡「Life on Mars?」에서 제목을 따왔다는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라는 타이틀명은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체념 섞인 자유분방함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원래는 『뇌신(雷神)』이라는 제목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그대로 갔다면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감시사회에 대한 공포’라는 주제는 지금까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다루어왔지만 이사카 고타로가 그린 『화성에서 살 생각인가?』에서는 상당히 가까운 미래, 아니 이미 와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게 한다. 정부가 설립한 ‘평화 경찰’, 모니터링되는 사회, 일반인의 밀고에 의한 독재적인 처벌 시스템 등등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모두 리얼함 그 자체다. 독자들은 이사카 고타로가 설치해놓은 소설 장치들을 읽으면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능을 체감하고 그 순간 그 공포감이 배가되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가 나타나 자신들을 구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그 순간, 거짓말같이 히어로가 등장한다. 검은색으로 위장한 고독한 영웅의 모습에 사람들은 기대감을 품음과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영웅은 과연 그들에게 희망이 되어줄까?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테러와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그 원인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인지 이사카 고타로는 이 작품을 통해 묻고 있다. 진실은 교묘하게 모습을 바꾸기 때문에 그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뛰어난 소설가는 ‘소설’이라는 가공의 장소를 통해 진실이 있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의 화자는 수없이 바뀐다. 작품 속에 사는 개개의 주장을 다 담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세상을 보는 눈과 정의에 대한 정의(定義)도 수없이 바뀐다. 그러면서 작가는 분명히 우리에게 묻는다. 화성에 가서 살래? 아니면 목검이라도 들고 행동에 나설래?” _ 옮긴이의 말 살아남거나 화성으로 도망가거나, 희망 없는 현실 감시, 밀고, 연행, 가혹한 고문, 공개 처형 폭주하는 공권력, 도망 갈 곳 없는 세상…… 그러나 우리는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독한 영웅에게 희망을 걸고! 무대는 가공의 일본, 그중에서도 센다이 지역. 정부는 ‘평화 경찰’을 만들어 일본의 각 지역을 순회하며 사회에 위험이 될 만한 인물을 미리 색출한 뒤 단두대에 보내 처형한다. 올해는 센다이가 ‘안전지구’로 선정되어 평화 경찰이 부임해온다. 이들은 위험인물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선량한 시민들을 연행해 고문하고 잔인하게 죽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경찰이, 정권이 잘못을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하고 무고한 죽음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인다. 아니,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4개월에 한 번씩 처형 집회가 열릴 때마다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잔인한 처형을 구경하며 즐기기까지 한다. 여기에 반기를 들고 평화 경찰에 대항하는 자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정의의 편’이다.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유니폼은 위아래가 붙은 블랙 라이더 슈트, 거기에 검은색 장갑, 검은색 페이스마스크에 고글이다. 폼이 안 나는 걸로는 손에 꼽힐 히어로다. 게다가 무기는 목검과 골프공처럼 생긴 비밀 무기로 이 역시 사람을 살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평화 경찰이 공권력을 휘두르는 곳마다 ‘정의의 편’이 나타나 그들의 활동을 방해하자 이 제도를 주도한 악의 화신 야쿠시지 경시장은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중앙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괴짜 수사관 마카베 고이치로를 파견하기에 이른다. 강고하기만 했던 평화 경찰과 안전지구 제도는 ‘정의의 편’이 휘두르는 신비의 무기에 의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마침내 평화 경찰은 내부 분열 양상을 보인다. 정의의 사자로 보이는 수수께끼의 남자, 과연 그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인가! ◎ 책 속에서 “구조조정도 마찬가지예요. 선발된 직원은 아무리 호소해도 결국 퇴직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뽑힌 순간 끝이죠.” 낮에 본 사원은 그렇게 주장했다. “필사적으로 회사에 남는다고 해도 결국 미움만 받을 뿐이에요. 유무형의 지독한 괴롭힘에 시달리며.” “내가 언제 괴롭혔는데?” 마에다가 얼굴을 찡그리자 상대는 겁먹은 표정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 변화에 마에다는 또 기분이 좋아졌다. “자네, 마녀사냥과 구조조정은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르다네.” “그런가요?” “마녀사냥은 그냥 뽑히는 거지만 구조조정에는 다 이유가 있어. 나름대로 퇴직해주는 쪽이 회사에 이익이 되는 사원을 선정한다고.” “사원의 능력과 자질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없다고 해도 누군가를 뽑아야만 해.” “그러니까 그게 바로 마녀사냥이라고요.” _ 11쪽 미즈노는 평정을 가장하면서 대답했다. “그런 놈들은 용서할 수 없어. 누군가 뼈아픈 경험을 하게 해줘야지.” “정의의 편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는 말이로군요.” 다하라가 말했다. “정의의 편?” 가모가 중얼거렸다. “평화 경찰이 그런 놈들을 일소해주지 않을까요.” 미즈노는 다하라를 돌아보았다. 필터를 다시 설치하는 뒷모습이다. “무슨 소리야?” “그 학생들도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 악인이에요. 지역의 안전을 위협하니까요. 그런 놈들이야말로 위험인물이죠. 사실은 그런 놈들에게 벌을 내려야만 한다고요.” “평화 경찰은 진짜 나쁜 놈들은 체포하지 않잖아.” 미즈노 젠이치는 나무라듯 말하고 목소리가 너무 컸음을 반성했다. 주목을 받으면 큰일이다. 지금 미즈노 일행이 있는 곳이 바로 평화 경찰의 취조실이다. _ 103쪽 “다하라 씨가 어떻게 생각하든, 아무리 불만이 많든, 지금의 이 사회를 살아가야만 해. 룰을 지키며 올바르게 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나라를 떠나면 돼. 다만 어느 나라에 가든 이 사회의 연장선상에 있지. 일본보다 의료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도 있어. 약도 없고 에어컨도 없지. 말라리아 때문에 고민하는 나라도 있어. 이 나라보다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화성에 가서 살 생각이야?” ‘화성’이라는 단어가 너무 유치하게 들려, 다하라 히코이치의 마음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 아니면 화성에라도 가서 살 것인가. 희망이 없는 선택지이다. _ 121~122쪽 그 유리 너머에서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옆방에 새로 경관이 왔나 하고 가모 요시마사는 상상했다. 그런데 나타난 것은 시커먼 남자였다. 자신의 눈이 흐려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실내조명의 각도 때문에 그림자가 생겼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경찰의 무시무시한 공권력이 어두운 인상을 주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온몸이 검은 인물이 보였다.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옷을 걸친 데다 페이스마스크까지 검은색이다. 옆방에서 쾅 하는 금속음이 났다. 아니, 실제로 소리가 난 건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불꽃이 튀는 게 보였다. 건너편에 있는 제복 경관 세 명이 일제히 뒤에 있는 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색 남자가 재빨리 이동했다. 손에는 목검 같은 것을 들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세 경관의 머리를 가격했다. _ 137~138쪽 “정의의 편이라는 호칭은 뭐야? 그렇다면 우리가 악이라는 뜻인가?” “말도 안 됩니다. 세상에 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요. 전부가 정의라고 해도 될 정도죠. 해충이라는 벌레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벌레 스스로 생각하면 자신은 유익한 벌레입니다. 다만 야쿠시지 씨, 평화경찰이 위험한 것은 일반 시민을 개미로밖에 여기지 않기 때문이에요.” “벌레 취급은 하지 않아.” “정말입니까? 야쿠시지 씨, 평화경찰 수사관이 실수로 택시 운전사를 죽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카베 고이치로는 조금 도발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목격자 두 명도 죽였다던데요. 굉장하죠. 게다가 어딘가에 버렸다고 하던데.”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나는 금세 알아차렸다. _ 167쪽 “하지만 요즘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저 단순히 좋은 일을 해서 눈에 띄기만 해도 위선이라고 몰아붙여요. 예를 들어 강에 빠진 아이를 본 사람이 ‘여기서 도우면 나는 히어로가 될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강에 뛰어들어 구출했다면 위선인가요?” “참, 성가신 걸 다 생각하네. 오가이 군. 그거야 그냥 용기 있는 선행 아니겠나. 그 덕분에 히어로 취급을 받아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말하자면 보는 사람이 있을 때만 노인에게 잘하고 평소에는 괴롭히는 것 같은 이중성이 위선 아닐까.” _ 269쪽 나는 ‘정의’나 ‘위선’에 좋은 추억이 없다. 오히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부모가 준 소중한 교훈, 유언 비슷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타인을 돕는 것은 죽음과 연결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겁을 먹은 것도 아니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지만 누군가를 살짝 도울 때마다 ‘조심해, 위선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어’ 하고 마음속 경고가 울렸다. 그래서 주위 사람만 생각하고 인간관계도 최소한으로 유지하며 평범한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_ 336쪽 “가시개미는 말이야, 여왕개미가 일본왕개미의 집에 들어가 그곳의 여왕개미를 죽여. 그런 다음 그 여왕개미의 냄새를 자기에게 묻히지. 그러면 일본왕개미의 일개미들이 가시개미의 여왕개미를 자기네 여왕개미로 착각하고 열심히 모신다고. 가시개미의 유충과 알을 기르는 거지. 그러다가 일본왕개미들은 수명을 다해 죽고 어느새 가시개미들은 성채가 되지.” _ 480쪽

시소 몬스터

<시소 몬스터> 저울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소는 내려가거나 올라가기를 반복해야 하며, 어느 한쪽이 늘 같은 위치에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와 시어머니가 접시에 올라간 저울을 상상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시어머니 쪽이리라. 물론 그건 상관없다. 고부 관계에서는 나이만 봐도 시어머니가 우위에 서는 게 당연하고, 나중에 집안에 들어온 며느리가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부분도 있으리라. 잠입한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의식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행동하는 건 정보원에게 초보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도 마음이 들썽거리는 걸까. 왜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걸까. 왜 시소를 반대 방향으로 기울이고 싶어지는 걸까. -73쪽 “싸움은 참 쉽게 일어나지.” 이번에는 그가 말했음을 알았다. 싸움이란 방금 내게 덤벼들었던 걸 가리키는 것 같기도 했다. “인간의 역사는 전부 싸움이잖아.” “응?” “싸움 사이에 잠깐의 휴식이 있을 뿐이야” “잠깐의 휴식?” “싸움이 없는, 모든 것이 순탄하고 평온하기만 한 상황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아.” “절대로, 라는 표현은 좀.” “절대로 없어.” 그는 단언했다. “언제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싸우고 있어. 그게 역사인걸.” “누군가의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성립되니까. 그런 뜻?” 내 말에 그가 혀를 차거나 그와 비슷하게 불만스러운 태도를 취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싸움이 나빠? 아니잖아. 모든 것의 기초, 근본이야.” -223쪽 “각자의 마음이나, 당장의 사회만 생각하면 싸움은 안 좋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른 차원을 따진다면 싸움은 없어서는 안 돼. 실험실에서 비커 내용물을 휘저어 섞는 것과 똑같은 이치야. 휘젓지 않으면 실험을 못하잖아.” 어디의 누가 무슨 실험을.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엇도 진화하지 않지. 충돌이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걸 탄생시켜. 별도 그래. 작은 혹성이 충돌을 되풀이해 그 에너지로 마그마의 바다가 생겼지. 달에도 수많이 충돌한 흔적이 있고. 물도 운석이 충돌해서 만들어진 거잖아.” “아아, 응, 뭐.” 나는 한심하게 맞장구만 쳤다. “만사는 최대한 많은 가능성이 생기는 방향으로 나아가. 뒤섞어서 확산시키는 거야. 그러니 싸움은 일어나야 해. 싸움이란 충돌이니까. 현재 상태 유지와 축소야말로 악이야. 만들고는 부순다. 부수고는 만든다. 하지만 부순다는 인식조차 없겠지.” “누가?” “꼭 누구를 지칭하는 건 아니야. 아무튼 싸움은 없어지지 않아. 계속 싸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 224쪽 어처구니가 없지? 다만 어느 시절이나 대립은 사라지지 않아.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 땅바닥에 선을 긋고 이렇게 말하지. ‘이 선을 기준으로 저쪽 놈들은 적이다. 우리는 저쪽 놈들에게서 이쪽을 지켜야 한다’라고.” “그런 게 의미가 있나요?” “아까 바다 일족과 산 일족의 이야기와 똑같아. 옛날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배웠지. 대립이 일어남으로써 인간은 진화한다고. 무풍 상태로는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아. 서로 부딪쳐야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지.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진화해.” -306쪽

후가는 유가

<후가는 유가> 우리는 쌍둥이고 우리는 불운하고 하지만 우리는 만만치 않다 1년에 단 하루,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두 형제 이야기 애달프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이사카 월드의 원점 회귀작! ‘일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제왕’ 이사카 고타로의 2018년 작 『후가는 유가』가 김은모의 번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2014년 『가솔린 생활』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엄선해 국내에 소개해 온 ‘현대문학 이사카 월드’의 열한 번째 책으로, 불행한 운명에 주저앉지 않고 자신들의 유일한 무기인 ‘순간 이동’ 능력을 이용해 사회 곳곳의 ‘악’과 맞서는 쌍둥이 형제를 그렸다. 이사카 고타로는 2005년 『사막』을 발표한 직후 처음 이 소설의 구상에 들어갔으나 수차례 시행착오와 수정을 거듭하면서, 결국 완성하기까지 10여 년이 걸렸다고 일본 현지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만큼 『후가는 유가』는 작가의 각별한 애정과 열의, 오랜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은 ‘1년에 단 하루 생일날에만 두 시간 간격으로 위치가 뒤바뀌는 쌍둥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간결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단숨에 일본 독자들을 사로잡았고, 출간 이듬해인 2019년 서점대상 10위에 이름을 올리며 이사카 고타로의 필력과 대중적인 영향력이 변함없이 건재함을 증명해 보였다. 기발한 발상과 데뷔 20년차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전대미문의 쌍둥이 미스터리 이야기의 주인공은 후가와 유가라는 이름의 쌍둥이 형제다. 흡사한 외모로 마치 한 사람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쌍둥이’는 사실 추리소설의 트릭으로도 종종 쓰이는 익숙한 소재다. 나아가 살인범이 자신과 닮은 쌍둥이 형제를 이용해 알리바이를 만들고 수사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설정은 이제 공식이라 할 만큼 흔하디흔하다. 하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늘 그렇듯 20년차 베테랑 작가의 노련함과 ‘제왕’다운 기발한 발상으로 진부한 기존의 방식을 모두 전복시킨다. 부모의 학대로 고통받던 후가와 유가 형제는 어느 날 순식간에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는 기이한 경험을 한 후, 자신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처음에는 혹독한 일상을 견디게 해 줄 탈출구쯤으로 가볍게 여기고 이것저것 시험해 보던 두 사람은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에 슈퍼히어로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냉소하면서도, 어느새 그 능력을 이용해 자신들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을 응징하고, 숙부의 돈벌이 수단으로 착취당하던 소녀를 구해 내고, 납치당한 아이를 부모의 품에 돌려주고, 나아가 잔혹한 살인마와 맞서면서, 형제는 힘없이 당하기만 하던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을 구원하는 ‘슈퍼히어로’가 되어 준다. 기묘한 능력을 가진 쌍둥이 형제와 악한들의 추격전. 할리우드 히어로물처럼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절체절명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해학이 긴장과 웃음을 번갈아 선사하며 결말까지 멈출 수 없게 만든다. 한편 힘겨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위하는 두 주인공의 강한 형제애, 현실에 냉소하다가도 결국 약자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이들의 따뜻한 ‘인간미’는 책장을 덮은 뒤에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때로는 추리소설 같고, 때로는 히어로물이나 성장소설 같기도 한 이 독특한 작품에 대해 일본의 저명한 번역가이자 평론가 오오모리 노조미는 ‘전대미문의 쌍둥이 미스터리’라고 호평했다. 이사카 고타로는 오래전 해외의 한 독자로부터 ‘이사카 씨의 작품은 슬프고 씁쓸하지만, 다 읽고 나면 가슴이 따뜻해진다’는 편지를 받은 적 있다고 한다. 그는 『후가는 유가』가 그러한 감정을 소중히 여겼던 초기 시절로 다시 한번 돌아간 듯한 느낌을 주는, 원점 회귀의 작품이라고 했다. 이 책은 그의 초기작이 안겨 주었던 순수하고 따뜻한 여운을 그리워해 온 오랜 팬들은 물론, 재미와 감동이 적절히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찾고 있던 새로운 독자들에게도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 ■ 줄거리 센다이 시내의 레스토랑에서 한 남자가 자신을 찾아온 다카스기라는 방송 제작자에게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남자의 이름은 도키와 유가. 유가와 그의 쌍둥이 동생 후가는 불운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는 걸핏하면 폭력을 휘둘렀고, 그 밑에서 기도 펴지 못하던 어머니는 자식들이 학대당하는 것을 보고도 나 몰라라 하다가 가출해서 자취를 감추었다. 오로지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 버티던 형제는,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 중 순식간에 서로 위치가 뒤바뀌는 기묘한 경험을 하면서 자신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일은 1년에 단 하루, 생일에만 두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며, 그 순간에는 주변 사람들 모두가 정지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물건을 쥐고 있거나 사람을 붙잡고 있으면 그것들도 함께 이동한다. 이 기이한 능력은 고통뿐이던 형제의 일상에 작은 탈출구가 되어 준다. 중학생이 되어 재활용품 수거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두 형제는 핏자국처럼 붉은 얼룩이 묻은 백곰 인형을 주웠다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어린 소녀에게 ‘나쁜 일을 막아 주는 부적’이라는 농담과 함께 그 인형을 안겨 준다. 하지만 다음 날 뉴스를 통해 그 소녀가 미성년자가 모는 차에 치여 참혹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소녀가 죽어 가면서까지 백곰 인형을 ‘진짜 부적인 양’ 끌어안고 있었다는 것에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형제는 이후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순간 이동 능력을 이용해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도와주고, 숙부에게 착취당하던 후가의 여자 친구 고다마를 구출해 내고,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악한들을 응징하며 죄책감을 떨쳐 보려 애쓴다. 그러던 중 소녀를 치어 죽인 가해자가 실은 실수로 사고를 낸 게 아니라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살인범이며, 자산가인 부모님 덕분에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 멀쩡히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브머린

<서브머린> 이사카 월드의 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려 온, 『칠드런』 이후 12년 만의 속편 “사실 『칠드런』의 후속편을 쓸 계획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일어나는 소년사건을 접하고 ‘진나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제 안에서 뭔가가 솟구쳤어요. 『칠드런』을 재밌게 읽어 준 독자들을 위해 진나이와 무토의 새로운 활약상을 쓰자, 이번에는 장편을 써 보자, 하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_ 작가 인터뷰에서 ‘일본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제왕’ 이사카 고타로의 2016년 작 『서브머린』이 최고은의 번역으로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가솔린 생활』을 시작으로 그의 작품을 엄선해 꾸준히 선보여 온 ‘현대문학 이사카 월드’의 열 번째 작품으로, 이사카 고타로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대표작 『칠드런』(2004)의 속편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기존의 결과물에 안주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과 독자에게 늘 신선한 설렘을 주고 싶어서, 속편이나 시리즈물을 쓰기보다는 매번 새로운 인물과 세계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12년 만에 예외적으로 『서브머린』을 출간한 데에는 『칠드런』의 주인공 진나이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는 독자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이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향한 작가 자신의 각별한 애정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터무니없는 말로 상대를 얼떨떨하게 하는 괴짜에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자기중심적 인물이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진나이. 10년 넘게 이사카 월드의 인기 캐릭터 1, 2위 자리를 지켜 온 그가 셜록과 왓슨 못지않은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던 후배 무토와 재결합해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성 있는 인물과 통통 튀는 문장,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유쾌한 발상으로 산뜻한 감동을 선사했던 『칠드런』에 이어, 『서브머린』 또한 ‘소년범죄’라는 가장 현실적인 소재 위에 기발한 설정과 해학, 사회에 대한 냉정한 성찰, 12년이란 공백만큼 더욱 진해진 감동이 공존하는, 이사카 고타로만이 쓸 수 있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보여 준다. 엉뚱한 듯 진지한 가정법원 조사관들과 ‘문제 많은’ 소년들이 펼치는 죄와 벌, 용서에 관한 가슴 따뜻한 이야기 “그러니까 우리 일도 너무 세세한 데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사건을 일으킨 녀석들은 모두 엄벌에 처하면 돼. 그렇지?” 와카바야시가 고개를 떨궜다. “우리가 뭘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 너무 열심히 하는 것도 귀찮아.” “네.” “하지만 이게 그럴 수도 없단 말이지.” 진나이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아 죽겠지만, 모든 사안을 기계적으로 엄벌에 처할 수도 없어. 왜 그런지 알아?” “왜 그런데요?” 그러자 진나이 씨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 같은 녀석들도 있으니까.” _ 본문 325쪽 전작 『칠드런』이 진나이라는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결 고리 삼아 서로 다른 에피소드들을 연작소설 형태로 가볍게 그렸다면, 장편인『서브머린』은 하나의 주제를 보다 깊이 파고든다. 이 작품은 인사이동으로 뜻하지 않게 다시 한 팀이 된 가정법원 조사관 진나이와 무토를 중심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소년범죄와, 부조리하게 느껴지는 소년법의 실태,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사건 이후 삶’을 다룬다. 하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단지 사회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고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잘못을 떠올리고 괴로워하는 청년을 향해 무신경한 말을 툭툭 내뱉다가도, 너 같은 녀석이 있어서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거라고 뜻밖의 위로를 건네는 진나이. 그는 인간 사회에 흘러넘치는 온갖 형태의 부조리와 악을 시니컬하게 그리면서도 인간을 향한 끈질긴 관심과 애정만큼은 결코 놓지 않고,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다룰 때조차 ‘엔터테인먼트성’을 포기하지 않는 ‘이사카 고타로적’ 세계관을 가장 잘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진나이’라는 양면적인 캐릭터를 영리하게 활용해, 자칫 가해자에게 쉽게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오해받거나 반대로 너무 무겁게 흘러가 버리기 쉬운 주제를,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지만, 이사카식 해학은 잃지 않는 작품’으로 멋지게 승화시켰다. 이 책은 ‘진나이’라는 인물의 부활을 기다려 온 독자들은 물론, 인간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너무 쉽게 버리고 마는 현 사회의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작품이다. ■ 줄거리 가정법원 소년사건 담당 조사관 진나이와 무토는 무면허 난폭 운전으로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다나오카 유마라는 소년을 담당하게 된다. 다나오카는 어린 시절 양친을 교통사고로 여의고 친척 손에 자란 데다, 10년 전 다른 소년이 일으킨 차 사고로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런 아이가 어쩌다 무면허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되었을까? 진나이와 무토는 난폭 운전을 한 이유를 캐묻지만 다나오카는 뭔가 사정이 있는 듯한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사건의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다나오카의 주변인과 10년 전 사고에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 탐문에 나선다. 무면허 운전으로 무고한 생명을 앗아 간 소년, 그 소년의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또 다른 소년……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쫓아 진실의 퍼즐을 맞춰 가는 두 조사관과 비밀스러운 사연을 간직한 소년들이 만나 죄와 벌, 그리고 용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사카 고타로 작가 생활 제2기의 결정작結晶作 새로운 시도와 작가적 취향이 완벽하게 하모니를 이룬 유일무이한 연작집 대개 새로운 도전을 하면 ‘길을 벗어났다’든가 ‘예전이 좋았다’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쪽을 계속하는 편이 낫다는 건 알지만, 아무래도 나는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누구를 위해서 소설을 쓰는가 하면, 우선은 자신을 위한 게 아닐까요? 독자를 위해서, 라는 것도 생각하지만 이를 우선시하면 그저 ‘일’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역시 나는 스스로가 두근두근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_《다빈치》 2014년 4월호 인터뷰에서 『사신 치바』『중력 삐에로』『칠드런』 등 국내에 소개된 작품 수만으로 이미 중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사카 고타로의 스물여섯 번째 단행본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2014)이 현대문학에서 김선영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2007년 『골든 슬럼버』를 발표하면서 스스로 작가 생활의 제2기에 들어섰다고 공언한 이래, 어떻게 하면 보다 실험적이고 보다 도전적인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해 온 그가 제2기 7년간의 결정結晶이라며 만족스럽게 선보인 연작집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 책에서 지금까지 시도하고 싶었던 글쓰기 기법과 작가로서의 취향을 아낌없이, 작정하고 펼쳐 보인다. 추리에서 연애, 불가사의, 공포, 유머, SF까지 다채로운 테마를 아우르는 일곱 편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연작을 의도하고 쓰인 게 아니라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성격이 다른 매체에 발표된, 각각이 그 자체로 독립적이고 완결적인 작품들이다.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소재들뿐만 아니라 1년에 단편 하나는 꼭 써야겠다는 작가로서의 의지나 글쓰기에 대한 치열한 고민, 순문학을 향한 열정 등이 더해져 한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사카 고타로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완성도 높은 이야기들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묶으면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는데, “단편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이렇게나 고민하기는 또 처음입니다. 세세한 가필도 제법 했고, ‘뭐야 이건?’ 같은 것을 쓰고 싶었습니다”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각 단편의 등장인물과 사건 사이에 의외의 인과를 만들어 이어지지 않으면서 이어지는 별난 연작집을 탄생시켰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은 따로 읽어도 만족할 수 있도록 각각의 단편에 아이디어와 의외성을 담았는데, 그걸 한 권으로 갈무리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각각의 단편을 다듬어 순서를 조정하다 보니 ‘독립된 내용의 단편집’도 아니거니와 ‘통일된 테마나 통일된 등장인물로 한데 엮은 단편집’도 아닌, 신비한 연결 고리를 가진 책이 되었습니다. 이런 단편집은 세상에 드물지 않을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몹시 마음에 듭니다. _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한국어판 서문」에서 연쇄살인범 ‘목 부러뜨리는 남자’는 친절을 베풀고 아버지는 죽은 아들을 위해 ‘복수자’가 되고 노부인은 50년 전의 ‘첫사랑’에 빠져들고 작가는 ‘사슴벌레’를 관찰하며 소설을 쓰고 도둑은 대중매체의 ‘악의’에 습격당하고 역사 속 ‘괴담’에 현재의 목격자는 전율하고 ‘미팅’에서는 울고 웃지만 배우가 살해당한다― 목을 부러뜨려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의 인상착의가 이웃 아파트에 사는 청년과 비슷하다는 노부부의 대화에서 시작되는 「목 부러뜨리는 남자의 주변」은 이 ‘의심하는 부부’, 목 부러뜨리는 남자와 꼭 닮은 강건한 외모의 심약한 청년 ‘오인당한 남자’, 장난으로 던진 말 때문에 왕따를 당하게 된 중학생 ‘괴롭힘 당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면서 진짜 목 부러뜨리는 남자와의 기묘한 인연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잔인무도한 살인귀라면 얼마나 편할까요?’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되는 「누명 이야기」는 ‘야마모토슈고로상 작가 특집’을 위한 단편으로, 독백이라는 형식에 구조적인 재미를 더해 아들을 차로 친 여자를 향한 복수가 완전범죄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수병 리베 나의 배’라는 일본의 원소 주기율표 암기 노래로 시작되는 「나의 배」는 이사카 고타로가 ‘마지막 사랑’이란 주제로 시도한 연애물로, 여기서 노부인은 50년 전 단 나흘 만났던 첫사랑을 찾아 달라고 탐정에게 의뢰한다. H(수소), He(헬륨), Li(리튬), Be(베릴륨), B(붕소), C(탄소), N(질소), O(산소), F(불소), Ne(네온)로 이어지는 원소기호에 얽힌 옛사랑의 추억이 의외의 결말을 이끌어 낸다. ‘세상엔 하느님도, 부처님도 없어’로 시작되어 이 문장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사람답게」는 순문학 잡지에 쓴 단편으로, 외도를 저지른 남자를 조사하는 탐정과 사슴벌레를 관찰하는 작가의 이야기, 이유 없는 악의에 괴롭힘 당하는 소년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지면서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인다. 원래 장편소설용 기획으로 아껴 두었다가 단편으로 전환했다는, ‘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요일별로 흘러가는 구성의 「월요일에서 벗어나」는 도둑질하는 장면이 찍힌 영상으로 방송국 관계자에게 협박당하는 탐정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사카 고타로가 처음으로 쓴 괴담인 「측근 이야기」는 잘나가는 친구의 자랑을 들으며 소소한 복수를 꾀하려던 작가가 우연찮게 400년 전 역사 속 인물의 저주가 현재에 되살아나는 모습과 맞닥뜨리게 되는 단편이다. 레몽 크노의 『문체 연습』에 자극을 받아 쓴 단편이라는 「미팅 이야기」는 줄거리에 점차로 살을 붙여 나가는 글쓰기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으며 광고문 형식, 대사 형식, 문자 메시지 형식 등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을 통틀어 가장 자유분방한 구성을 보이는 이야기이다. 책의 제목처럼 마치 ‘협주곡’과 같은 울림을 빚어내는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구성이나 성격이 전혀 다른데,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는 바로 ‘세상의 균형’이다. 살인과 집단 괴롭힘, 복수, 악의 같은 어둡고 무거운 소재가 전면에서 다루어지고 있고 각각의 단편 속 등장인물들의 인생에는 다양한 고난과 고통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 또한 마찬가지로 균형적으로 존재한다는 이사카 고타로의 긍정적인 시선이 옮긴이의 표현처럼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으로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의 바탕에 흐르고 있다. 아울러 매 단행본마다 치밀한 구성력을 자랑하는 이사카 고타로답게 이 책에도 구석구석 숨겨진 단서들이 있다. 알면 알수록 그가 쳐 놓은 그물은 더욱더 촘촘하게 독자에게 다가온다. 한편,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에는 이사카 고타로의 열혈 독자라면 반가워할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 스스로도 좋아한다고 밝힌 ‘도둑’ 겸 ‘탐정’ 구로사와이다. 이 외에도 이전 작품들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비치는데 이러한 연결 고리를 찾는 일은 독자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언론사 서평 ‘목 부러뜨리는 남자’와 ‘구로사와’라는 두 명의 등장인물을 주선율로 하여, 집단 괴롭힘, 복수, 전쟁 등의 주제를 추리에서부터 SF까지 다양한 기교를 발휘하여 연주해 나간다. 원숙의 경지를 느끼게 하는 일곱 단편을 수록한 연작집. _《월간 겐다이》 만약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최적의 이사카 입문서가 되리라. 마치 마술이라도 보고 있는 기분이다. _《주간 아사히》 이사카 고타로의 초절기교를 음미할 수 있는 연작집. 소설 쓰기의 참고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_《도쿄 산업 신문사》 살벌한 이야기임에도 곳곳에서 소리 내어 웃게 된다.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근저에 있는 것은 ‘아무리 비참한 상황이라도 우리 인간이 저지르는 짓은 어딘가 유머러스한 구석이 있다’라는 시선이다. _《선데이 마이니치》

종말의 바보

<종말의 바보> 2006년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작 2007년 제4회 일본서점대상 4위 나는 내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았다고 믿고 있었다. 때문에 그러는 사이 야스코가 먼저 사과하지 않겠나 배짱을 부린 것은 사실이다. 설마 그 이듬해에 ‘남은 수명은 앞으로 8년’이라는 언도를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내 수명’이 아니라 ‘세상의 수명’이었으니, 실로 예상을 뛰어넘은 일이었다. _「종말의 바보」 19쪽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중층적이고 정교한 구성력과 경쾌하고 소탈한 필치로 그려 내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열한 번째 단행본 『종말의 바보』가 현대문학에서 김선영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소설 스바루》 2004년 2월호부터 2005년 11월호까지 발표된 여덟 편의 연작소설을 묶은 이 작품은 2006년 국내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의 『종말의 바보』는 일본에서 2009년 발행된 문고본을 번역한 것으로 평론가 요시노 진의 작품 해설이 더해져 독자로 하여금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사카 고타로는 『종말의 바보』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 봤음 직한 질문을 던진다. ‘만약 지구가 멸망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어느 날 돌연 8년 후에 소행성이 충돌하여 지구가 멸망한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전 세계를 강타한다.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여 자살이 속출했을 뿐만 아니라 폭동, 살인, 방화, 강도, 사기 등의 범죄가 만연하고 세상은 대혼란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종말을 다룬 여타의 소설이나 영화의 전개와 다를 바 없지만 이사카 고타로는 더 나아가 그 시점에서 5년이 흐른 뒤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어느 정도 차분하고 담담해져서 남은 3년을 마주 볼 수 있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하루하루를 살아 나가는 모습이 이 작품의 주요 이야기이다. 세상의 종말 앞에서 분노하고 체념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사람들을 따스하고 경쾌하게 그려 낸 여덟 편의 드라마 오늘을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묻는 걸작 연작소설 “나에바 군은 내일 죽는다고 하면 어쩔 겁니까?” 배우는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했다. “똑같습니다.” 나에바 씨의 대답은 쌀쌀맞았다. “똑같다니, 뭘 할 건데요?” “제가 할 줄 아는 건 로 킥과 레프트 훅뿐이니까요.” “그건 연습 얘기잖아요? 아니, 내일 죽는다는데 그런 짓을 하겠다고?” 재미있네, 하고 배우는 웃었다고 한다. “내일 죽는다면 인생이 바뀝니까?” 글자라서 상상할 수밖에 없지만, 나에바 씨의 말투는 분명 정중했을 것이다. “지금 당신의 인생은 몇 년짜리 인생입니까?” _「강철의 울」 215쪽 『종말의 바보』의 무대는 지구의 종말까지 앞으로 3년이 남은 시점, 일본 센다이 북부에 자리한 아파트 단지 ‘힐즈 타운’이다. 가까스로 공황 상태에서 벗어난 몇 안 되는 살아남은 힐즈 타운 주민 혹은 그들과 관련 있는 사람이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각각 화자로 등장하는데,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치밀한 구성 아래서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이 흥미롭다. 성적이나 직업 같은 눈에 보이는 기준만으로 자식의 가치를 판단해 딸과도 소원해지고 종말보다 먼저 자살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들의 추억을 매개체로 하여 딸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종말의 바보FOOL」, 간절히 원했을 때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임신에 성공한 아내를 두고 지금 낳더라도 앞으로 3년밖에 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선 우유부단한 남편의 고민과 결심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그를 둘러싼 일상을 통해 그려 낸 「태양의 딱지SEAL」, 언론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여동생을 잃고 종말이 오기 전에 직접 복수를 하려는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농성의 맥주BEER」, 종말이란 상황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 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부모로부터 남겨진 소녀가 남은 시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 나가는 이야기인 「동면의 소녀GIRL」, 종말 소동이 다 거짓말인 양 변함없는 일상을 지켜 나가는 권투 선수의 모습을 그려 낸 「강철의 울WOOL」, 난리 통에 아내를 지켜 내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는 남편과 괴짜 대학 동창의 이야기를 그린 「천체의 돛배YAWL」, 딸처럼 언니처럼 엄마처럼 연인처럼 홀로 남은 사람들 곁에서 그들에게 필요한 상대를 연기해 주는 연기자 지망생의 이야기 「연극의 노OAR」, 망루에서 지구 최후의 순간을 끝까지 바라보고 싶다는 아버지를 둔 비디오 가게 점장의 가족과 딸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엿보이는 「심해의 지주POLE」, 각각의 단편에서 개성적인 등장인물들과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드라마가 유쾌하면서도 섬세한 필치로 전개된다. 이사카 고타로는 지구의 종말이라는 엉뚱한 설정을 가져와 죽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청춘과 독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떤 비참한 상황이라도, 그래도 사람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 『종말의 바보』는 단순한 낙관론도 아니고 날선 비관론이나 냉소도 아니며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담담하게 환기시킨다. 개인, 나아가 가족의 재생을 완만하게 그려 낸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궁극적으로 스스로를 다시 마주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종말의 바보』에 그려진 것은 ‘인생의 규칙’이다. 아무리 비참하고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도 힘차게 살기 위한, 그리고 슬픔을 끌어안은 사람들에 다가서기 위한 ‘인생의 규칙’.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은 목숨이라는 선고를 받아도, 그래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풍요로운 인생을 찾아서. _요시노 진(평론가)

피시 스토리

<피시 스토리> “어서 와, 이사카 월드는 처음이지?” 이사카 고타로 첫 단편집 개정 출간!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마왕』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첫 단편집. 표제작 「피시 스토리」는 한 의문의 작가가 남긴 소설이 남긴 문장이 시공간을 넘어 변주되면서,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인생에 개입한다. 만년에 폐가에 칩거했다는 한 소설가의 문장이, 무명의 록 밴드가 남긴 마지막 노래의 가사가 되고, 그 연결고리들의 숨겨진 관계성 안에서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아름답게 그려진 수작으로, 일본에서 동명의 영화로도 개봉된 바 있다. 이 밖에 매일 밤 동물원 바닥에 누워서 자는 수수께끼의 남자를 추적하는 「동물원의 엔진」, 행방불명된 남자를 찾는 사이 오래된 마을의 기묘한 풍습을 알게 되는 도둑의 이야기 「새크리파이스」, 빈집털이 남자와 그의 친구들이 한 야구선수를 구제하기 위해 분투하는 「포테이토칩」까지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대화와 장난기 많고 천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단편들을 만나볼 수 있는 이 책은 미스터리에서 휴먼드라마까지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색채를 맛볼 수 있는 일종의 베스트앨범이다.

마왕

<마왕>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나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일본 문학평론가들과 편집자들이 뽑은 이사카 고타로 최고의 작품 『마왕』 장난기가 가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지하고 순수한 작가 이사카 고타로. 그런 그가 스스로 말하길 “지금까지 내가 읽어 본 적이 없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는 마음으로 썼다”는 소설 『마왕』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30보 안에서만 통하는 복화술을 가진 형 안도, 10분의 1 확률 안에서만 이기는 동생 준야. 소설의 주인공은 초능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보잘것없는 능력을 소유한 어느 형제다. 『마왕』은 우르르 휩쓸려 다니는 세상 앞에 외로이 선 이들 두 형제를 통해, 우리 안의 마왕이라는 존재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한 편의 우화이다. 얼핏 보면 파시즘과 민족주의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그 안에는 이사카 고타로 특유의 유머와 독특한 캐릭터, 엉뚱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일본 문학평론가들과 편집자들이 꼽은 이사카 고타로의 최고의 소설 『마왕』은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 그리고 순수함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엉터리라도 좋으니 스스로를 믿고 세상에 맞서는 이들 형제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동질감과 찡한 감동을 느끼는 한편, 우리 자신과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모던 타임스

<모던 타임스> 일본 평론가들이 뽑은 이사카 고타로 최고의 작품, 《마왕》의 50년 후 이야기! 일본 문고화 과정에서 가필ㆍ수정된 부분을 완벽하게 반영하여 새롭게 출간한 완성판! 일본 나오키상에 5회 연속으로 노미네이트되고, 《사신 치바》와 《마왕》, 《골든 슬럼버》로 일본은 물론 한국의 젊은 독자층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해 온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 만화 잡지 <모닝>에 연재하던 소설을 한 권으로 엮은 이 작품은 2009년 만화가 하나자와 겐고의 일러스트가 삽입된 동명의 특별판으로 발간된 바 있으며, 본 개정증보판에서는 작가의 가필 및 수정을 거쳐 일본에서 출간된 문고본을 새로이 번역,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평범한 시스템 엔지니어인 와타나베 다쿠미는 직업조차 알 수 없는 수수께끼투성이 아내 가요코로부터 바람을 피운다는 의심을 받고, 그녀가 고용한 의문의 남자에게 협박과 추궁을 당한다. 한편 회사 선배 고탄다 마사오미가, 담당하던 프로그래밍 작업을 팽개친 채 갑자기 실종되어 버렸다. 후배 오이시와 함께 고탄다의 업무를 인계받은 와타나베는 프로그램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어떤 검색 키워드가 인터넷상에서 감시당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품게 되는데…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를 21세기 버전으로 각색한 이 소설은, 정보화 사회의 시스템에 갇힌 인간들이 보이지 않는 세력과 벌이는 잔혹한 대결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발군의 실력이 돋보이는 대화체 구성에 눈을 뗄 수 없는 페이지 터닝, 사회적 메시지를 경쾌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힘은 단연 최고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작품이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

<남은 날은 전부 휴가> “내 인생, 남은 날은 여름방학이야. 숙제도 없이.” 어제는 고단했지만, 내일은 괜찮을 거라는 대책 없는 긍정이 샘솟는다! 다정다감한 소설가 이사카 코타로가 전하는 뜻밖의 감동 스토리 일본에서만 100만 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사신 치바》로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가 된 이사카 코타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퍼즐식 구성과 치밀한 복선, 그리고 상상력 넘치는 이야기로 전 세계 독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받는 그가 가슴 따뜻한 감동 스토리로 돌아왔다. 가벼운 이야기 속에 묵직한 주제를 실어 경쾌하게 전달하는 《남은 날은 전부 휴가》는, 변변찮은 인생이라도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할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연작소설이다. 못된 짓을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두 인물, 미조구치와 오카다의 맹활약에 독자들의 뜨거운 응원이 계속되고 있는 이 소설은 이사카 코타로만의 가뿐한 호흡으로 이야기 조각들이 퍼즐처럼 이어지다가, 기분 좋은 반전을 이끌어내며 독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사신의 7일

<사신의 7일> 내일 죽는다면 누구에게 복수하고 싶은가? 100만 독자가 선택한 《사신 치바》 8년 만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다 “즐겨라, 이게 진짜 이사카 월드다!” 일본에서만 100만 부가 팔리며 천재 작가 이사카 코타로를 세상에 알린 《사신 치바》. 이사카 월드의 대문을 활짝 연 이 작품은 이사카 코타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신작 장편소설 《사신의 7일》은 《사신 치바》의 후속작으로, 연작소설이었던 전편과 달리 장편소설로 출간되어 독자들의 더 큰 환호를 받고 있다. 《사신의 7일》은 인간의 죽음을 담당하는 사신인 치바가 딸을 잃은 부부의 복수극에 휘말린 일주일을 쿨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서스펜스 활극이다. 이 작품은 야마노베의 죽음을 결정하기 위해 그의 곁에 머물고 있는 치바의 시선과 딸을 죽인 범인에게 복수하려 하는 야마노베의 시선이 번갈아가며 진행이 된다. 인간의 일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는 쿨한 사신과 언제나 감정이 먼저 폭발하는 뜨거운 인간의 조합은 뭔가 어긋나 보이면서도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사신의 7일》은 그간 이사카 코타로가 보여준 강점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한마디로 《사신 치바》라는 최강 캐릭터에 《골든 슬럼버》의 치밀한 플롯을 더했다. ‘치바’라는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에 차가운 죽음과 범죄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읽히고, 《골든 슬럼버》에서 보여준 복선의 설정과 회수, 그리고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 서스펜스 때문에 소설은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덧붙여 인간의 삶과 죽음을 성찰하게 하는 철학적 질문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그동안 우리가 사랑했던 이사카 코타로가 화려하게 귀환했다

골든슬럼버

<골든슬럼버> 2008년 일본 서점대상 1위 지금 가장 뜨거운 책! 일본 차세대 작가로 주목 받아온 이사카 코타로. 2008년 현재, 그의 놀라운 성장을 보여주는 소설, 『골든 슬럼버』를 소개한다. 암살범 누명을 쓴 한 남자의 3일을 기록한 이 소설로, 그는 올해 4월에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5월에는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데뷔 초부터 여러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히 수상에 실패했던 그가 이번에야말로 평단과 독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난데없이 암살범으로 지목된 한 남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일을 그린 이 소설은, 시간을 넘나드는 사건 전개와 치밀한 복선, 퍼즐식 구성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독자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특히 소설 초반에 흩뿌린 파편 같은 요소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을 좌우하는 카드로 작용하거나, 전반부에서 나온 어떤 인물의 대수롭지 않은 말 한마디가 후반부에서 예기치 못한 실마리가 되어 사건의 양상을 바꾸는 과정이 반복되는, 놀라운 플롯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문학과 음악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이색적인 작품집 영웅도 초능력자도 강도도 살인 청부업자도 아닌, ‘보통’ 사람들이 들려주는 ‘특별’한 만남에 관한 여섯 편의 이야기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에도 확고부동한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단편보다 장편을 즐겨 쓰고 연애소설에는 관심이 없다고 공언해 온 이사카 고타로가 발표한 연작 단편 형식의 연애소설로, 2015년 일본의 전국 서점 직원이 고른 ‘가장 팔고 싶은 책’인 서점대상 최고작 10위권에 선정되고, 일본 내에서만 1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는 총 여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첫 번째 단편 「아이네 클라이네」는 사이토 가즈요시로부터 연애를 테마로 한 노래의 작사를 의뢰받아 가사 대신 쓴 소설이고, 두 번째 단편 「라이트헤비」는 2007년에 발매된 사이토 가즈요시의 싱글 앨범 〈베리 베리 스트롱 아이네 클라이네〉의 초회한정판 부록으로 수록된 소설이다. 이렇게 쓰여진 「아이네 클라이네」와 「라이트헤비」에서 파생된 이야기 몇 편을 덧붙여 완성시킨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기존 소설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번에 아름다운 가사와 잔잔한 선율처럼 흐르는 플롯이 한데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작품집을 내놓았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 전반에 비해 이 작품집이 또 하나의 실험적 도전이라 명명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소설에 거의 대부분 등장하는 영웅이나 초능력자, 강도 같은 인물과 기상천외한 설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작은 밤의 음악’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보통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엮어 가는 만남과 그에 따른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영롱하게 빚어냈다. 아울러 담백하면서도 진솔한 문체, 재치와 통찰이 번뜩이는 아포리즘, 다채로운 복선, 작품 간의 정교한 연결 고리 등 개성적인 작풍이 더해져, 이사카 고타로의 팬들은 물론 그의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교감의 극치를 보여 줄 작품이다. 그가 한 문예지 인터뷰에서“처음으로 독특한 인물이나 설정 없이도 이사카 고타로다움을 느낄 수 있고, 스토리만으로도 놀라움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발견을 했다”고 언급한 대로, 이번 단행본은 그의 작가적 기량을 확장시킨 괄목할 만한 작품집이다. “만남이란 그런 게 아닐까, 어느 밤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음악 소리 같은 것……” 번잡한 도시의 밤하늘을 수놓는 그들만의 세레나데! ‘그때 거기 있던 사람이 그 사람이라 정말 다행이었다’라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첫 번째 단편 「아이네 클라이네」에서 리서치 회사 직원인 사토는 아내가 집을 나갔다는 회사 선배나 스무 살 때 만나 결혼한 대학 동창 부부 등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진정한 인연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아직 싱글인 그는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며 지인들에게 배우자와의 운명적 만남에 관한 ‘조사’를 벌인다. 두 번째 단편 「라이트헤비」는 1년째 전화 통화로만 관계를 이어 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미용사인 미나코는 단골인 이타바시 가스미로부터 그의 남동생 마나부를 소개받는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유약하긴 해도 다정다감한 성격의 마나부가 미나코도 싫지만은 않은데, 그는 시간이 지나도 만나자거나 사귀자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지내다가 서로에게 다른 사람이 생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 마나부로부터 연락이 끊어진다. 월드컵이나 온바시라 축제처럼 특별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5년에 한 번 열리는 작은 이벤트가 있다. 후지마에게 그건 바로 운전면허 갱신이다. 세 번째 단편 「도쿠멘타」에는 사토의 직장 선배 후지마가 등장한다. 10년 전 후지마는 운전면허 갱신 마지막 날에 한 여자를 만났는데, 그녀는 갓난아이를 안고 다가와 다짜고짜 그의 안경을 벗겨 가져갔다. 준비성 없고 덜렁대는, 자신과 비슷한 성격의 여자에게 호기심을 갖는 후지마. 이후 5년마다 마주치는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거울처럼 꼭 닮았다. 네 번째 단편「룩스라이크」에서는 자전거 주차권 도둑을 잡겠다고 나서는 정의감 넘치는 소년 소녀와 ‘기근 없는 에도시대의 태평성대’처럼 안정적인 연애를 하는 젊은 남녀의 에피소드가 교차한다. 언뜻 보기에 무관해 보이는 두 커플의 교집합에는 서로 빼닮은 아버지와 아들이 있고, 어설프지만 순수한 청춘의 열정이 있다. 다섯 번째 단편 「메이크업」에서는 학창 시절의 갑을 관계가 사회인이 되어 역전되는 상황이 펼쳐진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유이는 고등학생 때 동급생 고쿠보 아키에게 왕따를 당했는데, 세월이 흘러 고쿠보가 회사에 찾아와 광고 건을 영업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하늘이 준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그러나 유이는 잊고 있었던 마음속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깨닫고 복수를 망설인다. 마지막 단편「나흐트무지크」에서는 지금까지 전개된 다섯 단편 속 인물과 사건들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이 작품은 복싱 선수 오노가 방송에 출연하여, 19년 전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당시 오노는 일본인 최초로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었지만, 1년 안에 벌이는 리턴매치에서 무참하게 패배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그는 젊지 않은 나이로 미국의 천재 복서 오언과 타이틀매치를 치른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소소한 ‘만남’들이 ‘특별한 순간’이 되고, 시간이 흘러 삶을 변화시키는 ‘기적’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비관적 상황에서 낙관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이사카 고타로의 바람처럼, 그가 전하는 유쾌하고 따스한 세레나데는 쳇바퀴 돌듯 진부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소소한 행복이라고 할 ‘서프라이즈’를 선사해 줄 것이다. 베리 베리 스트롱 아 이어져 있어 누군가와 / 베리 베리 스트롱 언제 어디서 만날까? 베리 베리 스트롱 아 연결되어 있는 사람은 / 베리 베리 스트롱 지금 어디에? 베리 베리 스트롱 당신을 찾고 싶어요 / 베리 베리 스트롱 아직 깨닫지 못한 것뿐일까. _사이토 가즈요시, 〈베리 베리 스트롱 아이네 클라이네〉 중에서 ■ 언론의 찬사 ★★★★★ 만남이 없다고 한탄하는 당신의 마음을 시원하게 위로해 줄 마법의 소설집. _요시다 다이스케(평론가) ★★★★★ 경묘한 문체, 멋진 경구, 치밀한 복선,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진수가 듬뿍 담겼다. _일간 겐다이 ★★★★★ 처음부터 독자를 사로잡으며 놓지 않는다. 경쾌한 문체로 흥을 북돋우는 명연주로, 각각의 에피소드는 조용히 깊은 울림을 남긴다. 책장을 덮는 것이 아쉽다. _산케이 조간 신문 ★★★★★ 인생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소소하지만 사랑스러운 기적이 있는 6편의 단편들. _다키이 아사요(작가) ★★★★★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라는 제목 그대로, 조용한 밤에 한 편씩 읽고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들게 해 주는 책이다. _오야 히로코(평론가)

러시 라이프

<러시 라이프> 소설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이야기, 문장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영상보다도 더 영상 같은 세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_이사카 고타로 이름 앞에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장편소설 『러시 라이프』(김선영 옮김)가 현대문학에서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이사카 고타로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2006년 국내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의 『러시 라이프』는 일본에서 2002년 발행된 최초의 단행본이 아니라 2005년에 작가가 좀 더 다듬어 보완한 문고본으로서 한층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러시 라이프』는 평단과 독자들의 극찬을 받은, 이사카 고타로의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 준 작품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첫 소설 『오듀본의 기도』를 출간할 당시 어느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영화 같은 소설이 아닌 작품”을 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허를 찌르는 반전 등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설정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 특유의 입담과 재치 있는 대화는 혁혁한 빛을 발한다. 이와 더불어 신과 인간, 정의와 악에 관한 철학적 탐색과 물질만능주의, 경쟁사회, 구조조정과 같은 사회적 화두를 담아내면서, 그 자신의 바람대로 “소설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이사카 고타로만의 훌륭한 “영상 같은 세계”를 완성시켰다. 이사카 고타로 작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소설들이 서로 연결되어 소위 ‘이사카 월드’라 불리는 하나의 세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러시 라이프』는 그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만큼 이후 작품의 모티브들이 소설 곳곳에 포진해 있다. 특히 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이자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피쉬 스토리』 등에서 도둑 겸 탐정으로 활약하는 구로사와의 첫 등장 소설이며, ‘요코하마 영화관 폭파 미수 사건’(『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가면 은행 강도 사건’(『칠드런』), 자신을 동물원의 엔진이라고 생각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동물원의 엔진」(『피쉬 스토리』)) 등 다른 소설 속 이야기들이 화려하게 덧붙어져 한층 더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문고본 발간 당시 수록된 문학평론가 이케가미 후유키의 작품 해설은 『러시 라이프』에 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산토리미스터리대상 가작을 수상한 『악당들이 눈에 스며들다』(1996)부터 『사신 치바』(2005)에 이르는 ‘이사카 월드 제1기’ 중반까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 줄 명안내서이기도 하다. 인생이 릴레이면 즐거울 것 같지 않아? ‘한 장의 장대한 트릭아트’ 로 펼쳐지는 릴레이 모험 활극! 연쇄 토막 살인 사건이 일어난 센다이에 흉흉한 괴담이 떠돈다. 시체가 절로 토막 났다가 다시 들러붙어 시내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센다이 역을 오가는 다섯 명의 범상치 않은 인물인 신인 화가 시나코와 좀도둑 구로사와, 화가 지망생 가와라자키, 정신과 의사 교코, 실직자 도요다가 있다. 이 문제적 인간들의 별난 일상은 불안과 냉소, 비관이라는 어두운 내면을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엎치락뒤치락하며 위태롭게 이어 나가는 그들의 모험 활극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은 한 가닥의 희망이다. 어떤 이의 풍요롭기만 한 ‘어제’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다른 이의 비루한 ‘오늘’로 이어지고, 그것은 또 다른 이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는 ‘내일’로서 그렇게 희망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독특하고 실험적인 구성 방식인데, 에셔의 그림 <올라가기와 내려가기Ascending and Descending>에서 계단의 시작과 끝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무작위로 나열된 듯한 다섯 개의 이야기들이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토막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정교하게 직조됨으로써 짜릿한 쾌감을 준다. 이처럼 『러시 라이프』는 잘 짜여진 구성미가 돋보이는 ‘한 장의 장대한 트릭아트’를 감상하는 즐거움과 함께,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 등장인물 소개 시나코 “Lush Life, 풍요로운 인생. 좋잖아?” 돈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화상(畫商)인 도다에게 휘둘리는 젊은 신인 화가. 자본과 예술 사이에서 고뇌하는 시나코는 늙은 갑부인 도다로부터 께름칙한 내기를 제안받는데, 만약 시나코가 내기에서 질 경우 도다의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구로사와 “댁의 집에서 훔친 게 뭔지 써 두면 안심하겠지?” 인생에서는 아마추어를 자처하지만 직업 정신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투철한 프로 좀도둑. 주특기는 빈집털이고, 특징은 현장을 떠나기 전에 피해자에게 반드시 메모를 남긴다는 것. 초보도 하지 않을 실수를 연발하던 날 동창생 사사오카를 만난다. 가와라자키 “신을 분해할 거야.” 아버지의 투신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다카하시를 신격화하는 신흥종교에 빠져든 화가 지망생. 토막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잡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다카하시가 자신의 삶도 구원해 주리라 믿는다. 교단의 간부 쓰카모토는 그가 진짜 신인지 증명하기 위해 신의 구조를 분해해 보자는 기묘한 제안을 한다. 교코 “오늘이야말로 특별한 기념일이야.” 오만하고 독단적인 성격의 정신과 의사. 자신의 정부이자 축구 선수인 아오야마와 함께 서로의 배우자를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의문의 남자로부터 카운슬러가 되고 싶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친다. 도요다 “그렇다, 강도를 직업으로 삼으면 된다.” 40전 40패, 마흔 번 연속으로 재취업에 실패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실업자. 늙은 떠돌이 개를 데리고 센다이 역 근처를 배회하다가 충동적으로 우체국 강도가 되기로 결심한다.

칠드런

<칠드런> ★ 2003년 제5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문 후보 ★ 2004년 제131회 나오키상 후보 ★ 2004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5위 ★ 2004년 ‘기노쿠니야 베스트 30’ 2위 ★ 2005년 제18회 야마모토슈고로상 후보작 ★ 2005년 제2회 일본서점대상 5위 이사카 월드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기념비적인 첫 작품집 소설가 중에도 올라운더는 존재한다. 장편과 단편 모두를 능숙하게 넘나들며, 나아가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는 뛰어난 올라운더다. 그러한 면이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칠드런』이며, 각 단편의 완성도는 물론이거니와 전체적인 구성에서도 독자적인 시도가 돋보인다. _ 가야마 후미로(평론가) 이사카 고타로의 대표작의 하나이자 2005년 국내에 그의 이름을 처음 알렸던 『칠드런』이 현대문학에서 최고은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소설 겐다이》 2002년 4월호에서 2004년 3월호에 걸쳐 발표된 다섯 편의 연작소설을 묶은 『칠드런』은 문장과 대화의 통통 튀는 재미, 조형력이 돋보이는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기상천외한 설정, 산뜻한 감동 등 ‘이사카 고타로적’인 것들이 고루 담긴 그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집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즐겨 쓰는, 한 작품의 인물이 다른 작품에 살짝 등장하는 식으로 작품 간에 미묘한 연결 고리를 두는 세계관의 공유를 중간중간 발견할 수 있어 이사카 고타로를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가장 먼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특히 이번의 『칠드런』은 일본에서 2007년 발행된 문고본을 번역한 것으로 평론가 가야마 후미로의 작품 해설이 더해져 그즈음 한창 조명되던 신예 작가 이사카 고타로를 다시금 만날 수 있게 한다. 이사카 고타로는 『칠드런』에 대해 “단편집인 척하는 장편소설”이라 평했는데, 「뱅크」「칠드런」「레트리버」「칠드런 2」「인」으로 이어지는 다섯 개의 단편은 저마다 배경이 다르고 화자 역시 다르지만 읽어 나가다 보면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가 밑바탕에 그려진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이 바로 이사카 고타로의 등장인물 중에서 여전히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사랑하는 남자 진나이이다. 그는 터무니없는 말로 상대를 얼떨떨하게 만드는 괴짜에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방약무인, 마이동풍 등 자기중심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사자성어가 무척 잘 어울리며 자신만의 정의를 가지고 주변을 자기 페이스로 끌어들이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는 없는 인물이다. 게다가 불가사의하게도 그는 항상 소동의 중심에 있으니 사건이 그를 따라다닌다고 할 법하다. 흥미로운 것은 『칠드런』이 진나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와 가장 가까이 지내는 네 사람―가모이, 무토, 유코, 나가세의 시선으로 펼쳐진다는 점이다. 아울러 다섯 개의 단편이 시간순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기 때문에 이야기의 궤적을 좇다 보면 어느 순간 기묘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 불가사의한 훈훈함을 선사하는 다섯 개의 기적 이야기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이야.” 순간 주변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소년의 건전한 육성? 평화로운 가정생활? 소년법과 가정심판법의 목적? 그딴 거 전부 거짓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우리 목적은 기적을 일으키는 것. 그뿐이야.” 옆에 있던 우리는 곤혹스러워했지만, 진나이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소리 높여 외쳤다. “안되는 놈들은 안된다고 했지? 절대로 새사람이 될 수 없다고. 지구의 자전이 멈춘다 해도, 지구온난화가 기적처럼 멈춰도, 암 특효약이 발명되어도, 스티븐 시걸이 악역한테 져도, 비행 청소년이 새사람이 되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지?” “그렇게까지는 말 안 했잖아.” 중년 남자가 화를 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진나이 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걸 우리가 한다고.” 진나이 씨는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우리는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야. 그런데 당신들은 기적을 일으킬 수 있나?” _「칠드런 2」 왜 은행 강도는 인질 모두에게 야시장에서나 팔 법한 만화영화 인물 가면을 씌웠을까? 첫 번째 단편 「뱅크」에서 센다이의 대학생 가모이는 친구 진나이에게 이끌려 영업 종료 직전의 은행에 갔다가 강도와 맞닥뜨려 인질이 된다. 어떤 일에든 맞서 싸우는 게 신조인 진나이는 비틀스의 노래를 부르는 등 저항을 시도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하고, 그런 진나이의 행동에 속으로 투덜대던 가모이는 함께 인질로 붙잡힌 시각장애인 청년 나가세로부터 사건에 관한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버지와 아들은 정말로 어머니를 살해해 정원에 묻었을까? 두 번째 단편이며 표제작인 「칠드런」에서는 순진하고 성실한 가정법원 조사관 무토가 절도를 저지른 고등학생과 그의 무뚝뚝한 아버지를 면접조사 하면서 어딘가 수상쩍은 구석이 있는 부자를 추적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뱅크」로부터 12년 후의 이야기로, 놀랍게도 진나이는 무토의 선배이자 가정법원 조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큰 줄기는 비행소년과 가사 분쟁을 해결하는 가정법원 조사관이 하는 일을 다루고 있지만 30대가 되어서도 여전한 진나이의 엉뚱한 조언들로 사건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계속 머물러 있는 사람과 반복되는 행동들…… 시간이 멈춘 듯한 벤치 주변의 비밀은 무엇일까? 세 번째 단편 「레트리버」는 「칠드런」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 「뱅크」에서 만났던 나가세의 연인, 유코의 회상으로 진행된다. 나가세와 유코는 센다이 역 근처에서 실연한 진나이를 위로하는데, 진나이가 뜬금없이 트루먼 커포티 소설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주변의 시간이 멈추었다는 말을 꺼낸다. 과연 그들 주변의 벤치에는 두 시간 전부터 같은 사람들이 계속 앉아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진나이와 친구들은 초자연적이라고도 할 만한 이 불가사의를 파헤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네 번째 단편 「칠드런 2」는 「칠드런」에서 1년 후의 이야기로, 진나이가 시험 관찰 중인 소년과 무토가 담당한 이혼 조정 중의 부부가 등장한다. 사건다운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진나이의 기이한 행동이 역시 의외의 결과를 불러일으키며, 「칠드런」에서 얼핏 드러났던 가정법원 조사관의 진면목이 이 작품에서 유감없이 펼쳐진다. 이 사람은 정말로 진나이가 맞을까? 마지막 단편 「인」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뱅크」에서부터 1년 후의 이야기이다. 나가세와 유코는 진나이가 아르바이트한다는 백화점 옥상에 찾아가지만 진나이는 보이지 않고, 어느덧 혼자 남겨진 나가세는 소소한 모험을 겪다가 진나이를 만나지만 어쩐지 그의 모든 것이 평소와는 다름을 느끼게 된다. 『칠드런』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진나이는 자신들의 일상에 던져진 비일상적인 존재이다. 그들은 진나이를 통해 작은 위안을 얻고,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를 겪는다. 독자들 역시 『칠드런』을 읽음으로써 지금 서 있는 현실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칠드런』은 가능한 한 여러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_ 이사카 고타로

사막

<사막> 이것이 진정한 청춘 소설이다! 『가솔린 생활』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의 이사카 고타로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2006년 나오키상 후보작 이름 앞에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청춘 소설 『사막』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후보에 여섯 번이나 오르고, 독자의 목소리를 제일 잘 반영한다는 서점대상의 최고작 10위권에 연속 6회 선정된 작가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명실상부한 일본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사막』은 『가솔린 생활』『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에 이어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이사카 고타로의 세 번째 소설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중력 삐에로』『칠드런』 등과 같이 젊은이들이 울고 웃고 고뇌하면서 각자의 방식으로 현실을 돌파해 나가는, 이사카 고타로의 대표적인 청춘 소설이다. 2005년 출간 이후 평단과 독자 양측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2006년 나오키상 후보작에 올랐다. 『사막』은 독특한 개성을 지닌 다섯 대학생들의 이야기로, 자취, 아르바이트, 미팅, 연애, 대학 축제 등 보통 젊은이들이 성인이 되어 겪는 첫 경험들을 솔직하고 발랄하게 그린 작품이다. 그런 가운데 빈집털이범 소탕 작전이나 초능력 같은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주인공들은 평범한 일상을 위협받고,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간다. 대학교 신입생 기타무라는 늘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관찰자적 자세를 견지하는 인물이다. 그는 신입생 환영회에서 독특한 네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 함께 대학 4년을 보내게 된다. 늘 사건을 선동하는 호기심 만발의 행동가 도리이, ‘사막에도 눈이 내리게 할 수 있다’는 열혈 청춘 니시지마, 초능력을 가진 얌전 소녀 미나미, 어쩌다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팔등신 미녀 도도가 그들이다. 한데 어울리기 힘들어 보이는 이 개성 만점의 다섯 학생들은 함께 일상의 고민들을 헤쳐 나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학창 시절을 보낸다. 관찰자형 기타무라는 조금 더 열정을 지니고 주변 상황을 배려하는 인물로, 부잣집 날라리 도리이는 좀 더 진지하고 어른스러운 남자로 성장하고, 자기표현조차 못 하던 미나미는 당당하게 자기주장을 하고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며, 냉정하던 도도는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열정을 발견한다. 일견 막무가내로 보이는 행동가 니시지마의 열정이 이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니시지마는 돼지같이 생긴 외모에 잘하는 것 하나 없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으며 스스로에게 당당한 인물이다. 기타무라와 세 친구들이 주변 사회에 관심 없고 자기 생각에만 몰두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초상이라면, 니시지마는 전형적인 ‘청춘’이 지녀야 할 태도를 갖춘 유일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저에게 ‘청춘 시대’라고 하면 대학 시절입니다. 고교생은 아직 부모의 통제 아래에 있지만, 대학생은 부모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적이고, 게다가 건방진, 그런 이미지가 있죠. 대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청춘 소설을 써 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학창 시절의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써 보고 싶었습니다. ‘우정’이라고 하는 건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만, 친구들과 지내는 시시한 일상이 좋아요. _이사카 고타로 이사카 고타로는 『사막』이 출간된 직후 <라쿠텐 북스>와의 인터뷰에서 ‘평범하고 시시해보이는 청춘의 일상’을 가볍게 쓰고 싶었고, 재미있게 즐겨 달라고 했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결과가 어떻든 ‘마음만 먹으면 사막에 눈을 내릴 수 있다’는 정도의 패기는 청춘의 특권이며, 전유물이라는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는 작품 속에서 사회를 ‘사막’에 비유하면서, “‘캠퍼스’라는 오아시스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힘겨운 일들이 벌어진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작품 전체를 따라가다 보면 “사막에 사는 어른들이 오아시스라 칭하는 학창 시절 역시 만만치 않다”는 메시지를 반어적으로 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청춘의 또 다른 전유물은 바로 ‘고민하는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사막』의 다섯 주인공들은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학 시절 우리의 주변에서 한 사람쯤은 있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고민하는 것들은 스무 살 무렵 우리 모두가 했던 그런 고민들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경험하는 일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때로는 독자들을 웃기고, 때로는 울리며, 때로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사막』은 이제 막 20대가 된 독자들에게는 청춘에 대한 가슴 설레는 환상을, 대학 시절을 보낸 독자들에게는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2004년 제25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2005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2004년 제1회 일본서점대상 3위 2004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4위 이사코 고타로의 대표작의 하나로 꼽히는 걸작 미스터리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가 현대문학에서 오유리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다섯 번째 장편소설인 이 작품은 2007년 국내에 소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데, 이번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일본에서 2003년 발행된 최초의 단행본이 아니라 2006년에 작가가 좀 더 다듬어 선보인 문고본을 번역한 것이며, 한층 정교해진 이사카 고타로의 구성력은 독자들에게 이전과는 또 다른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현재까지도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순문학, 아동문학, SF, 전기傳奇소설, 라이트노벨 등 다양한 문학상으로 등단한 신예 작가를 기용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도쿄소겐샤의 추리소설 시리즈 ‘미스터리 프런티어’의 첫 번째 작품으로 배본되었다. 네 번째 장편소설 『중력 삐에로』의 대단한 성공으로 인해 이사카 고타로를 향한 기대치가 한창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청춘 소설의 반짝임과 추리소설의 묘미를 겸비한 이 새로운 걸작의 등장은 일본 문단과 독자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웃집 청년과 서점을 습격하는 현재의 ‘나’ 부탄에서 온 청년과 애완동물 학대범을 추격하는 2년 전의 ‘나’ 두 개의 시간이 교차할 때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가 고파 과일 가게를 터는 예술가라면 그래도 폼이 좀 날 수 있겠지만…… 나는 모형 권총을 들고 서점 뒷문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 밤이라서 그런지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죄의식은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부모님한테는 켕긴달까. 작은 구둣방을 꾸리고 있는 부모님은 대형 할인 마트가 근처에 생기는 바람에 장사가 잘되지 않았는데도 대학을 보내 주었다. 게다가 내가 혼자 사는 데 필요한 돈까지 부쳐 주기로 했다. 이런 짓이나 하라고 대학에 보낸 건 아니라고 그들이 비난한다면, 나로서는 음…… 그것도 일리는 있다고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_ 9쪽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센다이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시나는 온통 검정색으로 차려입은 악마 같은 인상의 이웃집 남자 가와사키에게 함께 서점을 털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는다. 어떤 거창한 이유에서가 아니라, 단지 애인과 헤어져 실의에 빠져 있는 같은 아파트의 외국인에게 국어사전 한 권을 선물하기 위해서. 서점을 터는 짓은 법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시나에게 가와사키는 “정치가가 잘못하고 있을 때는, 그 세계의 정의는 모두 잘못됐다”라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 학습지 방문판매 사원의 사탕발림에 말려들어 수십만 엔짜리 교재를 살 뻔한 전력이 있는 시나는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이 수상쩍은 상황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결국 모형 권총을 들고 서점 뒷문에서 망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무대가 바뀌어, 센다이의 한 펫숍에서 일하는 고토미가 애인인 도르지와 함께 사라진 개를 찾는 장면이 그려진다. 도르지는 “착한 일이든 악한 짓이든 자기가 한 건 모두 자신에게 돌아와.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시 태어난 후에 대가가 돌아올 거야”라고 말하는 부탄에서 온 유학생 청년이다. 고토미는 개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그즈음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던 애완동물 학대 사건의 범인들과 맞닥뜨리고 사건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다. 이처럼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시나’가 화자인 ‘현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고토미’가 화자인 ‘2년 전’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데, ‘현재’와 ‘2년 전’을 오가며 읽어 나가다 보면 두 시간 축을 메우는 공통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추리가 시작된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사회문제를 다루었음에도 이사카 고타로의 독특한 감상과 발상에서 나온 기이하고 황당한 사건들이 탁월한 캐릭터 조형력에 의해 탄생된 개성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나 경쾌한 흐름으로 펼쳐지며, 독자들은 흩어진 조각들을 맞추어 나가면서 또 한 번 이 소설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윤리’의 확립을 도모한다.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에는 맑고 깨끗하며 강인한 윤리가 있다. 세련된 대중 추리소설이지만, 동시에 유연한 정통 문학이다. _ 이케가미 후유키(평론가)

가솔린 생활

<가솔린 생활> 자동차가 이야기를 하고 추리도 한다 소재의 풍성함, 어휘의 신선함, 구성의 치밀함까지 천재 작가 이사카 고타로가 선보이는 자동차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와이퍼가 멋대로 움직일 만한 이야기?” “아니 내비게이션이 박살 난 거처럼 혼란스러워.” _ Drive 발표하는 작품마다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명실상부한 일본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사카 고타로. 이름 앞에 항상 ‘천재’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그가, 각양각색 자동차들의 즐거운 수다가 떠들썩한 전대미문의 웃음 만발 미스터리로 돌아왔다.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2월에 걸쳐 아사히 신문에 연재된 장편소설을 단행본으로 묶은 『가솔린 생활』(2013)이 현대문학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 후보에 여섯 번이나 오르고, 독자의 목소리를 제일 잘 반영한다는 서점대상의 최고작 10위권에 연속 6회 선정된 바 있는 이사카 고타로가 2011년 일본 도호쿠 지방을 휩쓴 대지진을 눈앞에서 경험하며 처음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그는 일본의 한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큰 자연재해를 겪는 동안 책을 읽기는커녕,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일상을 보고는 책을 만지기조차 싫어서 소설가라는 직업이 차라리 이 세상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차츰 자신을 추스르면서 한 가지 결론을 얻었는데, 바로 ‘독자들을 즐겁게 하자!’는 것이었다고 한다. “『가솔린 생활』은 ‘재미있을 것’을 제일의 목표로 썼습니다. 매일매일 신문에 실리는, 앞뒤 줄거리는 잘 몰라도 읽는 것만으로 즐거워지는, 슬그머니 웃음이 나는 소설이 되도록 말입니다. 견딜 수 없는 사건이나 불안하게 만드는 소식, 대단한 공적들로 가득한 신문 한 귀퉁이에 ‘자동차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즐거운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소설에는 그러한 역할도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시도에서 탄생한 『가솔린 생활』은 그간 기상천외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중층적이고 정교한 구성력과 경쾌하고 소탈한 필치로 풀어내 온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 세계를 한층 더 다채롭게 했으니, 바로 이야기의 화자를 자동차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선입관이 흔들리는 세계, 찰떡궁합의 모치즈키 형제와 개성적인 인물들이 그려 가는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장편 가족 소설 ■ 자동차는 지성과 감정을 가지고 있고, 배기가스가 닿는 거리 내라면 대화도 가능하다. ■ 자동차는 인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만, 인간에게는 자동차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이야기의 화자는 녹색 마쯔다 데미오, 통칭 ‘데미오’로, 어머니 이쿠코와 스무 살의 장남 요시오, 열일곱 살의 장녀 마도카, 열 살의 차남 도루로 이루어진 사이좋은 모치즈키 가족의 자동차이다. 옆집의 흰색 토요타 코롤라 GT, 통칭 ‘자파’와 아옹다옹 만담을 펼치고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과 대화하면서 평탄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운전면허를 갓 딴 요시오가 도루를 태우고 데미오를 운전하다 급정거의 충격으로 주차장에 잠시 멈춰 서는데, 느닷없이 한 여성이 올라탄다. 그녀는 결혼 후 은퇴한 여배우 아라키 미도리로, 불륜 의혹을 밀착 취재하던 매스컴을 피해 도망치는 중이었다. 그런 그녀를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고 난 뒤 몇 시간, 아라키 미도리가 터널 안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언론에 대서특필된다. 죽기 직전의 아라키 미도리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었던 요시오와 도루 형제는 그녀를 쫓던 베테랑 연예부 기자 다마다 겐고와 알게 되고 사건에 휘말리고 마는데…… 한편, 마도카는 남자 친구 에구치가 구제 불능의 악당 도가리에게 협박당해 힘들어하고 있고, 초등학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박식함과 신랄함을 지닌 도루는 같은 반 친구들로부터 따돌림 당하고 있다. 이러한 모치즈키 가족의 문제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존재가 바로 자동차 데미오이다. 데미오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차 안이나 차 주변인 경우에 한하지만, 이 제약을 보충해 주는 것이 다른 자동차들로부터 전해 듣는 정보이다. 요컨대 데미오는 차에서 벗어나 이루어지는 대화는 들을 수 없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추측과 추리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러한 제약이 오히려 참신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한편, 『가솔린 생활』에도 이사카 고타로의 전작들에서처럼 경쾌한 흐름과 유쾌하고 개성적인 등장인물, 촘촘히 짜인 사건들은 여전하다. 특히 만사태평한 형 요시오와 어른스러운 동생 도루의 찰떡궁합은 데미오와 자파의 조합에 더불어 읽는 내내 웃음을 떠나지 않게 한다. ‘가솔린 생활’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자동차 기어 변환을 따른 ‘Low(1단)’ ‘Drive(주행)’ ‘Parking(주차)’ 구성은 크고 작은 수수께끼와 함께 ‘에필로그’를 향해 가속해 나가며, 신문 연재소설 특유의 리듬감과 누구나 읽기 쉬운 언어로 쓰였다는 장점이 더해져, 독자들은 어느새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다루면서 가장 이상적인 유대의 본연을 탐구한 소설이다. 깊이 있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_ 나카쓰지 리오(평론가)

화이트 래빗

<화이트 래빗> 2018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2018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8위 2017 《주간분슌》 선정 ‘미스터리 베스트 10’ 3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수 있으니 방심하지 마시라! 재치와 유머, 짜릿한 반전이 공존하는 이사카식 범죄 활극 미스터리 분위기가 살아 있는,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써 보자! 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끝에 영화 <다이하드>처럼 화려하고 강경한 스타일의 농성물을 쓰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만, 이건 이 나름대로 저이기에 쓸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_《나미波》 2017년 10월호 작가 인터뷰에서 『러시 라이프』『사신 치바』『골든 슬럼버』『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국내에서도 확고부동한 독자층을 구축해 온 이사카 고타로의 2017년 작 『화이트 래빗』이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10대 시절 아이라 레빈의 소설 『죽음의 키스』를 읽고 자극받아, 이후 마음 한구석에 ‘언젠가는 나도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는 작가는 한 편의 잘 짜인 미스터리이자 특유의 위트와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범죄소설인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오랜 꿈을 원 없이 펼쳐 보인다. 센다이 주택가에서 하룻밤 새 벌어지는 기기묘묘奇奇卯卯한 인질극 수상쩍은 유괴 전문 벤처기업에서 인질 매입 담당으로 일하는 우사기타 다카노리. 여느 때처럼 성실하게 근무를 마치고 사랑스러운 아내와의 오붓한 시간을 기대하고 있던 그에게 조직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네 아내를 유괴했다.” 우사기타의 보스이자 아내 유괴범인 이나바는 “조직의 돈을 가로챈 컨설턴트 오리오오리오를 찾아 데려오라. 그러면 아내를 돌려주겠다”고 그를 협박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다급해진 우사기타는 오리오오리오의 가방에 넣어 두었던 GPS로 위치를 확인한 뒤, 그가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센다이시의 어느 단독주택에 침입한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집 안에 오리오오리오의 흔적은 전혀 없고,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 불안해 보이는 모자와 그보다 더 의심스러운 한 남자를 맞닥뜨린다. 우사기타는 집 안에서 세 사람을 인질로 잡고, 경찰들에게 “오리오오리오를 찾아내라”며 농성을 시작한다. 이렇게 ‘흰토끼 사건’의 서막이 오르는데……. 유괴범의 아내가 유괴된 희대의 사건. 아내를 되찾기 위한 전직 유괴범의 기상천외한 인질극. 우사기타는 하룻밤 만에 오리오오리오를 붙잡아 소중한 아내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미스터리한 ‘흰토끼 사건’의 결말은? ■ 작가의 말 10대 시절에 읽은 미스터리 소설 가이드북에 아이라 레빈의 데뷔작 『죽음의 키스』가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누워서 읽다가 어느 부분에 다다르면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킨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싶어 냉큼 『죽음의 키스』를 읽어 보았는데, 실제로 도중에 놀라서(누워 있지는 않았으므로 몸을 벌떡 일으키지는 않았습니다만) “장난 아니네!” 하고 흥분했습니다. 그때의 기억이 내내 남아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언젠가는 나도 그렇게 독자가 읽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런 마음으로 이번 작품 『화이트 래빗』을 완성했습니다. 이야기를 읽는 도중에 “어? 이거 어떻게 된 거지” 하고 독자가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중에 가서 “아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유쾌한 기분을 느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 책 속으로 유괴 조직에 들어간 지 2년, 참 괜찮은 직업을 얻었다고 감개를 곱씹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러한 기간은 길지 않았다. 그의 여유로운 일상은 봄날 꿈처럼 덧없이 사라졌다. 그날 와타코 짱은 밤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결혼 후는 물론 교제하던 시절을 합쳐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아내의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어 봤지만 전원이 꺼져 있다는 음성만 되풀이됐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여 경찰에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시간만 흘러갔다. 끔찍한 상상이 차례차례 머리를 스쳤지만 그는 집에서 그저 안절부절못할 뿐이었다. 그날 밤, 자정이 되기 직전에 그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다. 통화 버튼을 눌렀을 때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요 2년간 하늘에 대고 뱉은 침이 한 덩어리로 크게 뭉쳐서 머리에 떨어졌다. “네 아내를 유괴했다.” _25쪽 ‘노스타운’의 한 집에서 밤 9시가 다 되어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미야기 현경의 신고 접수 담당자가 “사고입니까, 사건입니까” 하고 묻자 “노, 노, 농성 사건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좀처럼 듣기 힘든 말에 담당자는 한순간 당황했다. 휴대전화로 건 전화였다. 소곤소곤하는 목소리에서 주위에 들키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이 상상됐다. “범인은 한 명이에요. 느닷없이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요.” 젊은 남자 목소리로 들렸다 _54쪽 구로사와도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더 큰 소리로 힐난했다. “누구야? 당신이라니, 도대체 누구냐고?” 겁먹은 척에다 화난 척에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을 마구 표현하는 날이로구나, 하고 속으로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아내한테 남자의 전화가 왔다고 남편이 이렇게 펄펄 뛰는 게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겠다. “안 들려? 누구야, 대답해.” 자기가 말해 놓고도 콩트처럼 느껴졌다. 좀 지나친 게 아닌가 반성도 했다. “야, 너 이 집 아버지 맞아?” 총구가 구로사와를 겨누었다. “그럼, 내가 아버지야.” 거짓말이라고는 하나 딱 잘라 말했다. 자식은 없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도둑은 방범 장치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순 거짓말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모두가 뭔가의 아버지 아니겠는가. _116쪽 탄생과 죽음 사이에는 이런저런 일이 있다. 그 말마따나 나쓰노메는 날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사건과 크고 작은 다양한 잡일에 힘쓰며, 지금은 이렇게 딸과 함께 걷고 있다. 우주를 기준으로 보면 찰나에 불과할 시간을 슬로모션처럼 늘려서 자신들의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그건 그것대로 득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나쓰노메 아이카는 얼마 안 되나마 주어진 ‘찰나’의 시간조차 제대로 다 사용하지 못하고 죽었다. 나쓰노메가 상상을 초월한 충격을 받았음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깊은 바다보다도 어두운 광경이 있다. 그것은 우주다. 우주보다도 어두운 광경이 있다. 그것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자에 깃든 혼의 내부다. 신호를 무시해 아내와 딸의 목숨을 앗아 간 차, 그 차를 운전한 고령의 운전자, 그 고령의 운전자를 정신적으로 몰아붙인 점쟁이, 거듭 말하지만 마지막에 언급한 점쟁이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 _186~187쪽 인질범에게는 동료가 있다, 조직이다, 그 조직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목록이 있다, 그 목록에 실린 주소를 지도에 표시하자 오리온자리의 모양과 비슷해졌다, 단지 그뿐이다. 그게 이번 인질 농성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로 이어지느냐, 절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아니, 오리온자리 모양과 비슷하지도 않다. “악의 본거지가 밝혀진다느니 그딴 소리는 하지 마.” 오시마가 놀리듯이 말하자 오리오는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한순간 그의 코에서 콧김이 픽 새어 나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엉터리다 싶어 웃음이 터진 것 아닌가 싶었다. _195쪽

그래스호퍼

<개정판 | 그래스호퍼> 복수를 꿈꾸는 남자와 죽이는 게 특기인 놈들의 이유 있는 살인 릴레이! 이사카 월드의 최고 걸작 [킬러 시리즈] 제1권 개정완역본 출간 140만 부 판매 베스트셀러 제132회 나오키상 후보작 『골든 슬럼버』 『사신 치바』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발표해 온 이사카 고타로는 그의 작품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 장르소설의 대가이다. 매 작품마다 작가 특유의 기발한 스토리와 재치 있는 문장은 견고한 독자층을 만들어냈고, 이는 그가 발표하는 작품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중에서 2007년 초판 발행을 시작으로 십 년 간 집필해온 [킬러 시리즈]는 이사카 고타로 소설 세계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스호퍼』는 작가의 [킬러 시리즈]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자 하드보일드라는 소설의 장르로 일본 국내외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둔 화제작이다. 또한 작가의 취향과 위트가 한껏 발휘되어 독자들에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위트 있는 서사를 한껏 맛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킬러들의 세계를 잘 구현한 이 작품『그래스호퍼』는 제132회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고, 그 인기에 힘입어 2008년에 만화로, 2015년 이쿠타 토마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사랑받았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킬러시리즈 후속작『마리아비틀』과 『악스』가 출간되었으며, 이 시리즈는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이번 개정판 출간을 맞아 작가의 의도에 따라 많은 문장이 다듬어지고 덜어지거나 수정되었다. 읽을 때 좀 더 경쾌하며 분위기는 긴박해졌다. 달라진 표지뿐만 아니라 한층 새로운 내용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거꾸로 소크라테스

<거꾸로 소크라테스> 《골든 슬럼버》와 <명랑한 갱 시리즈>, <킬러 시리즈>로 대한민국에도 많은 열혈 독자를 보유한 일본의 대표 작가, 이사카 고타로의 최신작. 출간과 동시에 일본 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빠른 중쇄를 거듭하며 홍보 띠지에 판매 부수를 갱신하는 마케팅을 펼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사카 고타로는 이 책으로 제33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다섯 편의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이다. 각각의 제목은 ‘거꾸로’ ‘반대로’ ‘아니다’ ‘않다’ 등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들여다보면 주인공들의 순수함과 재치로 훌륭하게 ‘기존의 선입관과 싸워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표제작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선입관으로 똘똘 뭉친 담임에 대항하는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문답식 산파술’이라는 방법으로 모든 사물과 신념, 진리를 의심했다. 하지만 소설 속 어른들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태도로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하찮게 여긴다. 바로 거꾸로 소크라테스인 셈이다. 여기에서 이 책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작가가 그리는 것은 단지 어른과 어린이의 싸움이 아니다. 의심하고 회의할 줄 모르는 선입관과의 전면 대결을 선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