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해서 어쩔까. 확! 죽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16년 전 들었던 목소리가 재인의 발목을 여전히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 목소리 덕에 모든 걸 내려놓고 살아가던 재인은 한 남자를 만났다. “강한 사람이 되어 있을게. 오래 걸릴 수도 있겠지만, 꼭 다시 널 만나러 올 거야.” 오래전 나눴던 그 약속을 지키러 온 남자, 찬영이었다. 그가 다시 재인의 곁으로 돌아왔으니,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런데, “넌 감당 못 해.” 그는 뭔갈 숨기고 있었다. 재인에게 찬영은 한결같이 수상했다. 이 만남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사랑해.”“무, 뭐? 무슨….”“이 말을 하기까지 11년이 걸렸어.”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왜 눈물이 나는 걸까.갈색 머리칼을 흩날리며 나타난 장신의 남자는 기묘한 재주로 제 눈물샘을 자극하더니끝내 알 수 없는 말로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이것만은 분명히 말할게. 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너를 기다릴 거야.”그리고 남자의 품에 끌어안긴 직후 몰려오는 수마에 눈을 감았다 뜨자,국어 선생님 성지나는 고3 국태준이 되었다?11년 전으로 돌아온 것도 모자라 남고딩의 몸으로 살아가라니, 신이시여 어쩜 이런 시련을!절망은 잠시뿐, 굳은 의지로 간신히 '고2 성지나'와 만나 원래대로 돌아갈 단서를 찾지만.“뭐 하는 짓이야? 내 얼굴 못생기게 만들지 마.”“네 머리로 나 대신 시험을 친다는 게 가당키나 해?”“네가 너무 여리여리해서 새삼 괴롭힘이 불안해? 걱정하지 마. 못생긴 만두처럼 생겨서 터져도 아무런 문제가 안 돼.”이 자유분방한 주둥이는 도대체 뭐지?분명 저 몸에 들어가 있는 건 저를 껴안았던 그 남자인데, 도무지 협조할 생각을 않는다.그래, 네 인생 망칠 순 없으니 모의고사는 열심히 보겠다만.“나 이래서 다시 돌아갈 수는 있는 거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