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 “나는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는다” 원하는 것에서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그것을 계속할 수 있는가? 진정으로 원하는 단 한 가지를 가진 인생과 진심으로는 원하지 않지만 뭐든 가질 수 있는 인생 중 어떤 인생을 원하는가? 왜 우리는 자신에게 없는 것을 가장 절실하고 소중한 것으로 느끼며 그것을 가지려고 일생을 아등바등 살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고 불운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은 이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하는 무수한 ‘무정부주의자들’을 위한 바이블이다.
<고요한 밤의 눈> “최고의 이야기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누군가에 의해 감시 받고 조작되는 현실, 침묵하는 당신은 우리 편이야… 스파이가 된 걸 환영해!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밤의 눈』이 출간됐다. 혼불문학상은 우리시대 대표소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됐고, 1회 『난설헌』, 2회『프린세스 바리』, 3회 『홍도』, 4회 『비밀 정원』, 5회 『나라 없는 나라』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혼불문학상 수상작들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혁신적인 작품으로 한국소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2016년 제6회 혼불문학상에는 총 274편이 응모되었다. “『혼불』에 깃든 현대적인 의미, 그러니까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는 통치성의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충실히 계승하는 작품”이 여럿 있었다. 이 가운데 “감시사회나 다름없는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저항”하는 『고요한 밤의 눈』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수상자 박주영 작가는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시간이 나를 쓴다면」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6년 첫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로 제30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고요한 밤의 눈』은 “스파이 소설이면서 스파이 소설이 아니며, 스파이들의 암약”을 다루지만 그들의 모습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루하고 절망적인 삶을 보여주는 소설로 “퍼즐처럼 널려 있는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그 퍼즐의 참의미를 발견하면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치게 하며 독서의 참의미와 참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평을 받으며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심사위원으로는 평론가 류보선, 소설가 이병천, 은희경, 하성란이 참여했으며 심사위원장은 소설가 현기영이 맡았다.
<종이달> <추천평> 화려한 브랜드 네임과 다채로운 성능을 갖추었으나 좀처럼 쓸모가 없는 컴퓨터. 누구나 한 번쯤 쳐다보지만 누구도 선뜻 구매하지 않는 상품. 아무렇지도 않게 방구석에 자신을 구겨두는 것에 점점 더 이렇게 익숙해져가는 존재. 『종이달』의 주인공 윤승아는 스물일곱 살 자신의 청춘을 그렇게 묘사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매일매일 엄청난 내면의 고투를 치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특장점인 어여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특이한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어떤 직장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녀는 ‘예쁘다’는 말보다는 ‘특이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녀의 외모를 보고 반색했던 사람들은 그녀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향해 ‘특이하다’는 말을 남긴 채 그녀에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그러나 독자들은 ‘누가 봐도 예쁜 그녀’보다 ‘누가 봐도 특이한 그녀’의 생각과 그녀의 꿈, 그녀의 사랑이 궁금하다. 그녀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진열대 위에서 마냥 기다리는 청춘’의 고독을 박차고, 정말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 한다. 그녀는 자신을 제값에 사주지 않는 이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세상 사람들이 붙여준 가격으로는 절대 나를 팔지 않을 거니까. 그래, 아무도 사지 마, 사지 말라고. 이러고 있다가 불타 사라져버릴 테니까. 활활.” 그녀의 두둑한 배짱이 사랑스럽다. 『종이달』에는 그녀가 마침내 찾은 ‘작가’라는 삶이, 그녀가 마침내 떠나게 된 광활한 아프리카의 꿈이 펼쳐진다. - 정여울(문학평론가)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청춘들을 위하여! 이 시대 청춘들의 불안한 심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박주영의 장편소설 『종이달』.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백수생활백서>와 그 밖의 작품들을 통해 오늘날 젊은이들의 고민을 이야기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스물일곱 청년 백수의 자아 찾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빠지지 않는 외모에 집안도 나쁘지 않은 스물일곱 윤승아. 그녀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일 년을 다니고 그만둔 후 여러 회사를 들락거리다 이제는 백수로 작은오빠 집에 살며 놀고 있다. 승아의 나날들은 우울하기만 하고, 이십대에 벌써 희망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그렇게 의미 없는 시간들을 보내던 그녀에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데….
<숲의 아이들> 서정적 미스터리, 혹은 하드보일드 러브스토리 오늘의작가상, 혼불문학상 수상 작가 박주영 신작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로 ‘오늘의작가상’을, 『고요한 밤의 눈』으로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주영의 신작 장편소설 『숲의 아이들』이 출간됐다. 『실연의 역사』 『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 등 우리 시대의 청춘들, 특히 여성들의 삶과 사랑 그리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들려주던 박주영이 이번에는 결코 지워낼 수 없는 짙은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어린 시절 의문의 실종 사건으로 동생을 잃고 희망을 잃은 채 살아온 이영우, 가장 친한 친구가 유괴되어 살해당한 뒤 미제 사건 전담 형사가 된 은혜주,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이십 년간 복역 후 출소를 앞둔 조남국. 각자의 자리에서 위태롭고 지난한 시간을 견뎌온 그들이 이십 년 전 일곱 살의 나이로 실종되었던 이영채의 시신이 발견되며 한자리에서 만난다. 각자의 비밀을 가진 세 사람이 만나 펼쳐 보이는 본격 서정 미스터리, 혹은 하드보일드 러브스토리!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그래, 이제 꿈꾸어야 할 것은 마지막 연애다! 레시피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요리할 수 있어. 남자도, 연애도, 사랑도, 인생도! 연애는 요리처럼, 요리는 연애처럼! 이 세상 누구도 만들 수 없는 오직 나만의 요리, 나만의 사랑! 연애도 사랑도 인생도 요리처럼 레시피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재료는 무엇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만약 재료 중에 없는 게 있으면 다른 것으로 대체해도 되겠지만 이것이 빠지면 요리가 안 된다는 걸 명심하고, 처음에는 어떻게 해놓았다가 시간이 얼마쯤 지나면 어떻게 하고, 불 높이는 이렇게 조절하고, 재료는 이것부터 넣어야 하며, 뚜껑을 덮어둘 것인가 말 것인가, 혹은 조리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며,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고,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서 내고, 먹을 때 이렇게 하면 더 맛있다, 까지! ……욕심부리지 말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어느새 내가 원하는 요리가 신기하리만치 맛있게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사랑 또한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 않을까. *문제는 사랑을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그 방법을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나는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내가 자신을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나 나는 이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자 했는데 그 옆의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해오거나, 그가 이제 드디어 나를 사랑하는구나 여기고 안심했는데 그는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거나…… 대개는 타이밍이 안 맞았고, 처음부터 착각을 했거나 도중에 뭔가 착오가 있기도 했고, 잘되어간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남은 것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이 아닐 때도 있었다. *사춘기 시절은 모든 꽃미남 연예인이 곧 내 남자가 될 것만 같더니, 스무 살이 되어선 제일 가까이 있던 아무개와 멋도 모르고 곧장 연애로 직행하더니, 그렇고 그런 연애도 몇 번쯤 경험하고, 어느덧 이십대 후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연애와 결혼이더라.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도 꽃미남 댄스가수들도, 그저 잠시 잠깐 흐뭇한 미소를 흘려줄 뿐, 더이상의 사적인(?) 감정은 없다. 선도 보고 소개팅도 해보지만 이 사람은 이래서 별로고 저 사람은 저래서 별로다. 에잇,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그때 아무개와 결혼해버릴걸. 이별 예감 지훈은 공식적으로는 내 여자 친구인 유리의 애인이고, 나의 초등학교 동창이며, 그리고 내 첫사랑이다. 사람들은 우리 셋을 두고 도대체 누가 누구랑 어떻게 되는 사이인지 알 수가 없다고들 했다. 유리와 내가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다녔고, 내 왼쪽이나 유리의 오른쪽에 지훈이 서 있었다. 어쨌든 나는 내 친구 지훈보다도 내 친구의 애인 지훈을 앞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훈이 내 첫사랑이라는 사실은 영원히 털어놓기 힘든 나만의 비밀이 되었다. 매사에 낙천적이고 먹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나에겐 사 년간 사귀어온 남자친구 성우가 있다. 어느 날, 성우가 데려간 맛집. 어, 여긴 얼마 전에 지훈이랑 와봤던 데잖아? “여기도 지훈이랑 온 적 있니? ……지훈이랑 너, 음식도 나눠먹냐?” “지훈이는 뭘 잘 안 먹잖아.” “그래서?”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시켜서 둘이 나눠먹은 거지.” 예감이 좋지 않다. 그날 이후, 하루에도 몇 번씩 오던 성우의 전화가 뚝 끊겼다. 성우가 멀어지고 있다. 아무리 둔감한 나이지만, 그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새삼스럽게 왜 이러는 거지?지훈과 내가 같이 영화도 보고, 차도 마시고, 술도 마시고, 식사도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성우가 그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지훈과 안 하던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에이, 모르겠다. ……그런데, 이러다 정말 헤어지는 거 아냐? 이별, 그후 성우와 헤어졌다. 갑자기 성우가 지독히 싫어하던 프라이드치킨이 먹고 싶어진다. 이제는 닭고기를 참을 필요가 없다. 좋아, 너랑 있을 때 못 먹었던 닭이나 실컷 먹으며 몸보신하지 뭐. 그런데 이놈의 살은 왜 자꾸 빠지는 거야? 보기 좋게 살이 쪄서 너와의 이별쯤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참, 이젠 성우 만날 일 없지. 성우랑 헤어졌다고 했더니, 가장 친한 대학 친구인 수진과 유리, 이 둘의 낌새가 이상하다. “금방 유리랑 통화했는데, 걔 도대체 왜 그러니? 너랑 성우 일에 왜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게다가 다 끝난 일인데.” “무슨 말이니?” “나더러 성우랑 너랑 그렇게 되는데 왜 가만있었느냐고 묻더라. 너랑 성우랑 헤어지면 안 될 내가 모르는 무슨 큰 이유라도 있는 거니? 하도 열이 받쳐서 난 둘이 정말 잘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랬더니, 알겠다면서 전화 끊더라.” 성우와 헤어졌다는 말에 이렇다 할 논평도 없이, 괜찮으냐는 의례적인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유리. 그런 유리가 요즘 내게 자주 전화를 걸어 어디서 누구하고 무얼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시시콜콜 챙기며 안 하던 짓을 한다. 게다가 수진은 유리에게 혹시 전화 오지 않았었냐며 내 눈치를 살피질 않나, 분명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입 꾹 다물고서 공연히 심술만 부리질 않나…… 도대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영화는 여전히 로맨틱코미디가 최고고, 콘서트는 꽃미남 댄스그룹이 나오는 게 좋고, 웬만한 연주회는 졸리는 게 당연한, 대한민국 ‘표준 여성’들의 상큼발랄 사랑 레시피! 사랑을, 이를테면 요리라고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성급하게 요리할 필요는 없다. 있는 그대로 본래의 맛을 느끼고 아는 게 먼저다. 이건 무슨 맛일 거야, 라고 기대하고 그 방향으로 끌고 간다면 재료의 참맛을 충분히 살릴 수 없다. 요리에 신경을 써야 할 때는 본격적으로 연애가 시작되는 시점부터이다. 처음 데이트 약속을 정하는 순간부터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배려도 하면서 서로를 조절해나가야 한다. 거기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다. 분명히 그랬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맛을 보고 간을 맞추는 그 시점에, 상만 차려서 내면 되는 바로 그때, 나는 다 된 요리를 망쳐버린 건 아니었을까. 혼자 끓어서 넘치도록 멍하니 있었거나, 다 끓지도 않았는데 속은 안 익고 겉만 익었는데 성급히 불에서 내려놓은 건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요리를 한다. 폼나게 푸짐하게 째깍째깍 신나게 요리하는 이도 있고, 별로 어렵지 않게 간단한 재료를 써서 손쉽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쓰싹 요리를 만들어내는 이도 있고, 차곡차곡 준비해서 라면 하나를 끓여도 그릇까지 제대로 세팅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도 있고……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에 어울리는 인생이 있는 것처럼 요리도 그렇다. 무엇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와 같다. 오늘도 나는 요리노트에 레시피를 기록하는 걸 잊지 않는다.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처방전 같은 건 없지만 나와 비슷한 누군가와 함께 나눌 만한 조언 같은 것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준비할 수 있는 최상의 재료를 준비하자. 2.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자. 3. 돌이켜보고 반성하자. 4. 느낌, 감각, 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믿자.
<실연의 역사> 유리에 베인 것처럼 따갑고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시린,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삶. 매일매일 헤어지면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역사. 여섯 가지의 사랑에 관한, 여섯 가지의 실연의 역사 사랑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연애담을 나누는 풍경은 늘 진지하고 자못 흥미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대화들은 사사로운 웃음이나 눈물 사이에서 아픈 헤어짐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설렘이나 기쁨의 표정들은 찰나에 스쳐지나가고,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고단함만 덩그러니 남을 때, 그제야 우리는 실연을 직시한다. 우리는 왜 사랑에 실패하는 것일까? 영원함이란 말이 상투적인 수식어로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어쩌면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부재(不在)의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뒤늦은 사랑의 맨얼굴에, 우리는 부랴부랴 다친 마음을 수습한다. 실연을 직시할 때, 비로소 사랑의 본모습이 보인다. 이는 곧 삶에 관한 이야기에 다름아닐 것이다. 『백수생활백서』로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하고,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무정부주의자들의 그림책』 『종이달』 등의 장편소설을 펴내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박주영의 첫번째 소설집의 제목이 ‘실연의 역사’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오래전부터 우리 시대 이삼십대 여성들의 삶과 사랑에 커다란 관심을 가져온 그는, 그간 써내려온 여섯 편의 단편소설에서 아픈 이별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이 천착한다. 이 책은 사랑의 여러 가지 존재방식에 관한 농밀하고 세련된 기록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그럼으로써 존재하는 우리들의 ‘실연의 역사’다. 나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에서 이제 나이가 열 살밖에 안 된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질문한다.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느냐고. 우리들은 스무 살이 되어서도, 아니 서른 살이 넘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다. 그래서 박주영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도 늘 사랑에 관해 끊임없이 묻는 자들이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아보기도 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며 노력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늘 헤어짐이다. 우리는 병에 걸렸다. 번번이 실패하면서 거듭해서 사랑에 빠지고,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으면서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으며, 불가능하다고 이해하면서 여전히 기다린다. 우리는 실망할 뿐 절망하지 않는다. 우리는 갇혀서 눈물 흘리고 그리워하면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_(본문 중에서) 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우리는 이렇게 아파하는 것일까. 문학평론가 양윤의의 지적처럼, 어쩌면 사랑이야말로 가장 극적인 성장통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서로를 사랑하고 신뢰하다가, 어느 사이 다시 부침을 겪고 결국엔 헤어지는 것. 박주영은 사랑의 관계가 사람 사이의 존재론적 국면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실연(失戀)이라는 말이 연애의 실패를 뜻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이 단어를 단지 남녀 간의 이별로만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헤어짐의 연속을 ‘실연의 역사’라고 불러보자. 학창 시절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며 일어나는 친구들과의 헤어짐도, 좋아했던 강아지나 고양이와의 사별도, 매우 아껴 늘 사용하던 물건이 어느 날 갑자기 부서져 버려야 했던 기억도, 우리는 실연이라 불러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집의 가장 처음에 실린 「나는 아이팟이다」의 정아는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며 음악을 듣는, 아이팟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다.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윤주 언니는 이런 정아를 가장 잘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나이 차이는 많이 나지만, 그들은 아이팟을 함께 사용하면서 친구가 되고,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결국 윤주 언니는 세상을 떠나게 되고, 정아에게 자신의 아이팟을 남긴다. 친언니를 따라 미국으로 떠나며 정아는 윤주 언니의 아이팟 이름이었던 ‘스텔라’로 불리기를 원한다. 나는 항상 아이팟을 가지고 다닌다. 음악은 모든 것을 잊게 해준다. _(본문 중에서) 「스파이의 탄생」의 남자는 어느 날 스무 살 이후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깨어나 자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 위해 한 여자의 도움을 받고자 한다. 그러는 도중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고백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여자가 스파이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남자도 잊었던 과거인 스파이로서의 생활로 돌아오게 된다. 자아찾기와 사랑의 관계에 대한 묘한 이야기다. 나는 그녀가 이야기하는 십 년 전 내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우리’의 근황도 전했다. 인간이 기억의 총합이라면 그 기억을 가진 누군가를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기억하고 있는 그 누군가. 하지만 그녀는 정답이 될 수 없었다. 그녀는 십 년 전의 나만을 알고 있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은 진실일 테지만 그것은 그녀의 진실일 뿐이었다. _(본문 중에서) 「칼처럼 꽃처럼」의 여자는 실연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여전히 아파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집으로 배달되는 의문의 초대장. 초대장을 보낸 사람들은 그녀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겠다고 한다. 그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사랑은 모든 것이거나 아무것도 아니다.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_(본문 중에서) 「소설 小說 小雪」은 첫눈이 내린다고 전해지는 절기인 소설에 출간된 소설을 쓴 소설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한 남자와 여자가 탄 비행기가 기상악화로 회항한다. 남자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여자는 그 소설의 많은 부분을 자신이 썼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으로 하여금 소설을 쓰게 하는 소설가를 죽이고 싶다고 고백한다. 남자는 장난삼아 완벽한 살인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여자에게 말했고, 얼마 후 그 소설가는 죽은 체 발견된다. 남자는 형사에게 찾아가 그간의 일들을 전하다 소설가를 죽이고 싶다고 말한 그 여자가 소설가 본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의 마지막, 작가의 말은 단 한 줄이었다. “K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남자의 이름은 K로 시작했다. 그리고 소설가의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_(본문 중에서) 「파라다이스 아일랜드」는 현실과 조금 다른 미래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완전한 인간들’은 더이상의 성장이 필요 없는, 말 그대로 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런 완전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영생에 가까운 존재임에도, 생활하는 데 불편한 어떠한 어려움도 없는 좋은 여건 속에서 살아도 그들은 여전히 불행하다. 그들은 사랑할 수 없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어떤 완전한 인간들은 결국 ‘소멸’을 선택한다. 누구의 삶도 아닌 나의 삶. 거지 같거나 짐승 같거나 벌레만도 못하거나, 고통스럽고 의문스럽고 치욕스러운 삶. 유리 조각을 딛고 서 있는 것처럼 베이고,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시리고,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태로운 시간. 시간이 아니라 삶. 백만 번 다시 태어나도 알 수 없는 세계를 궁금해했다. _(본문 중에서) 「메리골드」는 사랑에 목숨을 거는 것은 유치한 짓이며, 결혼은 그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가영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토록 냉소적인 가영의 앞에 세호가 나타나고,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사랑은 단순한 교환이 아닌 도둑질에 가까운 것. 그렇게 세호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린 가영은 결국 자신이 선택한 부유한 남자와 결혼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점점 가라앉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사라질지 모를 지상 위에서 가영은 밭은 숨을 쉬면서 사무치게 사랑을 그리워한다. 몸이 기억하고, 심장이 기억하는 그. 가라앉고 있다. 사라질 전망이다. _(본문 중에서) 이 헤어짐의 세계를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성장이고, 우리가 사랑의 대가로 떠안아야 할 몫이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주체만이 행복할 수 있다. 그리하여 여전히 겪을 수밖에 없는 실연의 아픔을 견뎌내고서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한다. 박주영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는 실망할 뿐 절망하지 않는다.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지만 절대 발을 헛디디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