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작농의 딸 폴라. 우연한 계기로 명망 높은 벨루니타 백작가의 사용인으로 고용된다. 그런데 모셔야 할 주인님께서 앞이 안 보이신다고? 눈먼 주인님의 시중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 성격이 너무 지랄맞다는 게 문제다! 시력을 잃고 성질 더러워진 주인님과 산전수전 다 겪은 시녀님의 이야기 * 총구가 이마에 닿았다. “죽고 싶어?” “그냥 쏘십시오.” “뭐?” “이대로 계속 주인님을 방치해도 결국 전 죽습니다. 얼마 안 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겠죠. 이리 죽고 저리 죽을 바에야 주인님의 총을 맞고 죽는 영광이라도 누리겠습니다. 자, 얼른 쏘고 끝내세요.” “……미쳤나?” “안 쏘시나요? 그럼 시트 갈겠습니다.” 그대로 시트를 당기자 그가 기겁하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잠시 뺏으려는 힘과 버티려는 힘이 충돌했다. 그러나 상대는 피죽도 못 먹은 환자다. 난 코웃음을 치며 온 힘을 다해 시트를 끌어당겼다. “진짜 미쳤군!” 시트를 뺏기고 소리치는 빈센트를 뒤로한 채 새 시트를 가져왔다. “당장 나가!” “네, 할 일을 끝내면 나가겠습니다. 제가 빨리 끝내고 나갈 수 있게 좀 일어나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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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고 싶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죽어 줄 테니.’ 소문대로 작고 연약해 보이던 넷째 왕자가 까탈스럽다 못해 좀 별난 성격이란 건 머리 뽑힌 첫 만남 이후 바로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그대의 곁에 내가 있을 자리를 만들어 줘.” 6년 만의 재회이자, 청혼이었다. “제가 전하의 바람을 이뤄 드리면, 전하께선 제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내 모든 걸 줄게.” 전쟁영웅이라 칭송받게 된, 적국 첩자로 인해 가족을 잃은 기사. 왕실의 수치라고 외면받던, 적국의 피를 이은 반쪽짜리 왕자. 두 사람의 결혼은 왕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는데. * * * ‘당신과 나 사이에 사랑 따윈 필요 없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애정. 서로를 알되,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관계. 우린 그걸 지켜야 한다. “아도라. 정말 소중한 건 말이야, 나만 알아야 하는 거야.” 마치 보기 좋게 포장된 겉면을 보여 주듯. 중요한 부분은 교묘하게 숨겨서. 아주 예쁘고 아름다워 누구나 혹할 수 있게. 6년 만에 재회한 남자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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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작농의 딸 폴라. 우연한 계기로 명망 높은 벨루니타 백작가의 사용인으로 고용된다. 그런데 모셔야 할 주인님께서 앞이 안 보이신다고? 눈먼 주인님의 시중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 성격이 너무 지랄맞다는 게 문제다! 시력을 잃고 성질 더러워진 주인님과 산전수전 다 겪은 시녀님의 이야기 * 총구가 이마에 닿았다. “죽고 싶어?” “그냥 쏘십시오.” “뭐?” “이대로 계속 주인님을 방치해도 결국 전 죽습니다. 얼마 안 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겠죠. 이리 죽고 저리 죽을 바에야 주인님의 총을 맞고 죽는 영광이라도 누리겠습니다. 자, 얼른 쏘고 끝내세요.” “……미쳤나?” “안 쏘시나요? 그럼 시트 갈겠습니다.” 그대로 시트를 당기자 그가 기겁하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잠시 뺏으려는 힘과 버티려는 힘이 충돌했다. 그러나 상대는 피죽도 못 먹은 환자다. 난 코웃음을 치며 온 힘을 다해 시트를 끌어당겼다. “진짜 미쳤군!” 시트를 뺏기고 소리치는 빈센트를 뒤로한 채 새 시트를 가져왔다. “당장 나가!” “네, 할 일을 끝내면 나가겠습니다. 제가 빨리 끝내고 나갈 수 있게 좀 일어나 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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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죽이고 싶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죽어 줄 테니.’ 소문대로 작고 연약해 보이던 넷째 왕자가 까탈스럽다 못해 좀 별난 성격이란 건 머리 뽑힌 첫 만남 이후 바로 깨달았다. “내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그대의 곁에 내가 있을 자리를 만들어 줘.” 6년 만의 재회이자, 청혼이었다. “제가 전하의 바람을 이뤄 드리면, 전하께선 제게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내 모든 걸 줄게.” 전쟁영웅이라 칭송받게 된, 적국 첩자로 인해 가족을 잃은 기사. 왕실의 수치라고 외면받던, 적국의 피를 이은 반쪽짜리 왕자. 두 사람의 결혼은 왕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하는데. * * * ‘당신과 나 사이에 사랑 따윈 필요 없다.’ 적당한 거리. 적당한 애정. 서로를 알되,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관계. 우린 그걸 지켜야 한다. “아도라. 정말 소중한 건 말이야, 나만 알아야 하는 거야.” 마치 보기 좋게 포장된 겉면을 보여 주듯. 중요한 부분은 교묘하게 숨겨서. 아주 예쁘고 아름다워 누구나 혹할 수 있게. 6년 만에 재회한 남자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 폴라. 우연한 계기로 명망 높은 벨루니타 백작가의 사용인으로 고용된다. 그런데 모셔야 할 주인님께서 앞이 안 보이신다고? 눈먼 주인님의 시중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까 싶었는데 성격이 너무 지랄맞다는 게 문제다! 시력을 잃고 성질 더러워진 주인님과 산전수전 다 겪은 시녀님의 이야기 * 총구가 이마에 닿았다. “죽고 싶어?” “그냥 쏘십시오.” “뭐?” “이대로 계속 주인님을 방치해도 결국 전 죽습니다. 얼마 안 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겠죠. 이리 죽고 저리 죽을 바에야 주인님의 총을 맞고 죽는 영광이라도 누리겠습니다. 자, 얼른 쏘고 끝내세요.” “……미쳤나?” “안 쏘시나요? 그럼 시트 갈겠습니다.” 그대로 시트를 당기자 그가 기겁하며 시트를 움켜쥐었다. 잠시 뺏으려는 힘과 버티려는 힘이 충돌했다. 그러나 상대는 피죽도 못 먹은 환자다. 난 코웃음을 치며 온 힘을 다해 시트를 끌어당겼다. “진짜 미쳤군!” 시트를 뺏기고 소리치는 빈센트를 뒤로한 채 새 시트를 가져왔다. “당장 나가!” “네, 할 일을 끝내면 나가겠습니다. 제가 빨리 끝내고 나갈 수 있게 좀 일어나 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