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목숨을 빚졌다는 것을 잊었나? 넌 내 허락 없이 못 죽어.” 죽은 자의 피와 살로 뒤덮인 그리스 본토의 주인이자 미케네의 왕. 사자들을 거느리며 제 발아래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오만한 남자, 트리스탄. 세 명의 이복형제를 죽였을 때조차 아무런 감흥이 없던 그의 삶에 갑작스레 끼어든 자그마한 사제 테오도로스. 아니, 브리세이스. “어딜 가려고? 가짜 사제.” 세상 어느 눈부신 것을 가져다 놓아도 반응하지 않던 남자의 심장이 하필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그녀를 향해 맥동하기 시작한다. “넌 내 거야. 그 새파란 눈동자. 입술. 빌어먹을 머리카락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