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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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브리세이스
5.0 (1)

“내게 목숨을 빚졌다는 것을 잊었나? 넌 내 허락 없이 못 죽어.” 죽은 자의 피와 살로 뒤덮인 그리스 본토의 주인이자 미케네의 왕. 사자들을 거느리며 제 발아래 인간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오만한 남자, 트리스탄. 세 명의 이복형제를 죽였을 때조차 아무런 감흥이 없던 그의 삶에 갑작스레 끼어든 자그마한 사제 테오도로스. 아니, 브리세이스. “어딜 가려고? 가짜 사제.” 세상 어느 눈부신 것을 가져다 놓아도 반응하지 않던 남자의 심장이 하필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그녀를 향해 맥동하기 시작한다. “넌 내 거야. 그 새파란 눈동자. 입술. 빌어먹을 머리카락까지도.”

연에 나리는 눈

설한의 계절,  얼어붙은 심장을 가지고 태어나 몇 번이나 생과 사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묘진. 죽기를 각오하고 나선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져 내린 망나니 황자 유성이 묘진의 눈앞에 나타난다. "하늘에서 내려왔어요? 하늘사람이에요?" "꼬맹아. 집으로 가자. 데려다 줄게." "나는요. 못 가요. 죽는 편이 나아요." 나도 사는데 어째서 너처럼 고운 아이가 죽으려 한단 말이냐, 묘진의 보랏빛 눈동자를 바라보는 유성이 흔들린다.  "죽지 말고 살아. 어떻게든 데리러 올 터이니." 유성의 따뜻한 등에 업히자 그의 온기로 감싸진 묘진의 심장이 처음으로 뛰기 시작한다.   묘진은 조금 더 살아보고 싶어졌다.  조금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