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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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들이 나에게만 꼬리친다

인간과 마물의 전쟁을 담은 판타지 소설에 빙의했다. 하필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마물 사형 집행인’ 세릴 에일로스의 몸으로. …근데 나 수의산데? - “역시, 세릴! 네 손으로 죽이려고?” “뭔 개소립니까. 죽이긴 왜 죽여요. 통증 반응이랑 공격 반응 구분도 못 해요?” 인간 혐오증이 중증인 사람에게 빙의는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이야 죽든 말든. 근데 감히 동물, 아니 마물을 함부로 해? 수의사의 본성대로 마물을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자, 세릴은 본의 아니게 마물을 길들인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그리고 지하 감옥. 알에서 부화하기 전 인간들에게 납치당해, 20년째 고문 받고 있는 드래곤 ‘바렌’을 만나게 된다. *** “…조, 조금만 더… 가까이 와볼래?” 속내가 훤히 보이는 시커먼 제안에 드래곤은 한 걸음 물러섰다. 세릴은 자신과 멀어지려는 드래곤의 행동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안 돼. 정신 차려. 다짐해 보았지만, 끝내주는 황금빛에 이성은 설 자리를 잃고 탐욕에 자리를 양보했다. 철창 사이로 불쑥 뻗어진 팔이 공포 영화 속 범인처럼 드래곤을 향해 허우적거렸다. “시, 실례가 안 된다면… 허억, 허억. 한 번만 만져봐도 될까?” ‘…뭐?’ “이 비늘, 윤기 나는 비늘… 허억, 혼자 탈피는 할 수 있니?” 커다란 파충류가 혼자 탈피하겠다고 꼬물꼬물하는 걸 상상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저 꼬리! 저 오동통한 꼬리!! 잘 때는 어떻게 잘까? 똬리 튼 몸을 꼬리로 꼬옥 감싼 채 잘까? 진짜 돌겠네. 내 급발진에 드래곤은 한 걸음 더 물러섰다. 심지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경계하듯이 으르릉거리기까지 했다. 그러자 매력적인 황금빛 입술 사이로 이빨이 드러났다. 파충류가 가질 리가 없는, 포유류 육식동물 특유의 어금니 구조였다. “…아아, 이빨! 이빨 한 번만 보여 줘! 제발!!” ‘무슨….’ “그거 유치야? 성치지? 이갈이는 어떻게 했어? 내가 양치 시켜 주면 안 될까? 어?” 유려하게 움직인 꼬리가 쓱 내 앞을 지나갔다.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다. 드래곤은 그걸로 가지런히 모인 앞발을 꼬옥 감싸기까지 했다. 기절초풍하게 깜찍한 퍼포먼스에 드래곤의 말 따위는 머리에 들리지도 않았다. ‘너… 머리에 문제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