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피폐 집착 로맨스 소설 속 여주인공 ‘릴리엔’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원작에서 그녀의 결말은 단 하나. 모든 남주의 집착 속에서 파멸하는 것. 살아남기 위해 내가 선택한 것은, 차갑고 원작에서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북부 대공 아이리스 히베르와의 약혼이었다. 감정 없는 관계. 그저 운명을 비틀기 위한 선택. 하지만 그는 예상과 전혀 다른 남자였다. 아이리스는 릴리엔에게 한없이 따뜻하고 그녀를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곁에 서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믿는 남자. 북부를 지배하는 냉정한 권력자이면서도, 단 한 사람에게만 끝까지 신뢰를 내어주는 남자였다. 운명을 거부하려는 여자와, 자신의 선택을 평생 지키려 하는 남자. 우리는 서로를 선택하며 조금씩 원작을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모든 것은 바꿀 수 있다. 정해진 결말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그 운명과 남주들을 역으로 삼킬 것이다. 그리고 탈출할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세계에서. 그 방법이 설령 죽음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