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래도 되는 날 - 킴쓰컴퍼니] “개 추워.” 그냥 춥다는 말로는 부족한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바람과 함께 재엽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공항 한복판에 구두를 벗어 놓고선 노숙할 준비를 한다고 하질 않나, 소맥을 한 번도 못 마셔 봤다 하고선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연거푸 술을 마셔 대질 않나. 그런데 그걸로도 부족했을까? “내가 서툴러도 상관없다면, 나랑 자요.” 본격적으로 여자의 도발이 시작되자, 재엽의 마음속에 강풍이 일었다. [2. 돌풍이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 - 이윤정(탠저린)] “나는 하고 싶어요, 지금.” 썸인 줄 알았는데 목적이 있었던 만남. 여자는 그 배신감을 하룻밤으로 대갚음하려는데……. “……그러고 나면? 또 내 앞에서 사라질 생각인가?” 제대로 사과하고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남자. 여자는 그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당장이라도 당신 안고 싶은 걸 애국가까지 부르면서 참고 있는데, 당신은 바지도 안 입고 나타나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냐고 묻네. 그러면서 입은 왜 맞춰?” 비행기 결항 한정 제주 올로케 밀당 로맨스. 그 승자는 과연 누구……? [3. 귤 향 가득한 밤 - 물빛항해] 처음 그녀가 책방을 찾아온 날. ‘모자가…… 더러워졌어요.’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말하던 순간, 태석의 심장 속으로 작은 조약돌이 날아왔다. 여름과 겨울, 6개월에 한 번씩 총 여섯 번의 만남을 이어 오는 동안 퐁, 작게 떨어진 돌멩이는 심장에 파르르 파문을 만들더니 살금살금 그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와 천천히 그를 물들이다, 결국 그를 온통 집어삼키고 말았다. “지난여름 이후로 줄곧 생각했어요. 우리 관계에 대해서. 주향 씨를 좋아해요. 언제든 마음 놓고 보러 갈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언제든 마음 놓고 보러 갈 수 있는 사이…….” “이 밤에, 남자의 집에 불러 놓고 할 말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나도 즉흥적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생각은 해 봐요.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벽난로에서 조용히 귤이 익어 가는 밤, 그들을 다른 하루에 데려다 놓을 바람이 불고 있었다.
*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재편집된 작품입니다*내 동정을 가지고 도망갔어도 원망한 번 안했어.원망은커녕, 관심 한 번 받아 보려고 매일 네 곁에서 팔딱거렸다고.그런 날 두고 지금 네가 저 씹다 뱉은 껌 같이 생긴 아저씨를 만나 말 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듣고만 있어? “젠장. 진짜 듣자듣자 하니까.”퍽 거칠게 욕을 뇌까리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눈깔이 있으면 봐. 예쁘지? 존나 예쁘지? 이런 예쁜 여자가 당신 같은 사람을 왜 만나겠어? 주름생기기 전에 결혼을 해? 뭣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야. 너,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어디서 새파랗게 어린 새끼가.”남자는 아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장이라도 덤빌 기세로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기고만장하게 쳐다보는 눈이 기분 나빠서 기태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다.해 보자는 건가? 아 씨. 지민서가 나타나고서 내 인생이 왜 자꾸 드라마 같아지냐. 그래, 기왕 이 정도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거,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그런데 내 취향은 끈적하고 진한 멜로인데, 왜 자꾸 예고 없이 막장 장면이 등장하는 거냐고!
[1. 이래도 되는 날 - 킴쓰컴퍼니] “개 추워.” 그냥 춥다는 말로는 부족한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바람과 함께 재엽의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난다. 공항 한복판에 구두를 벗어 놓고선 노숙할 준비를 한다고 하질 않나, 소맥을 한 번도 못 마셔 봤다 하고선 낯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연거푸 술을 마셔 대질 않나. 그런데 그걸로도 부족했을까? “내가 서툴러도 상관없다면, 나랑 자요.” 본격적으로 여자의 도발이 시작되자, 재엽의 마음속에 강풍이 일었다. [2. 돌풍이 다가와 마음을 흔들면 - 이윤정(탠저린)] “나는 하고 싶어요, 지금.” 썸인 줄 알았는데 목적이 있었던 만남. 여자는 그 배신감을 하룻밤으로 대갚음하려는데……. “……그러고 나면? 또 내 앞에서 사라질 생각인가?” 제대로 사과하고 진지한 관계를 원하는 남자. 여자는 그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준다. “당장이라도 당신 안고 싶은 걸 애국가까지 부르면서 참고 있는데, 당신은 바지도 안 입고 나타나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냐고 묻네. 그러면서 입은 왜 맞춰?” 비행기 결항 한정 제주 올로케 밀당 로맨스. 그 승자는 과연 누구……? [3. 귤 향 가득한 밤 - 물빛항해] 처음 그녀가 책방을 찾아온 날. ‘모자가…… 더러워졌어요.’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로 말하던 순간, 태석의 심장 속으로 작은 조약돌이 날아왔다. 여름과 겨울, 6개월에 한 번씩 총 여섯 번의 만남을 이어 오는 동안 퐁, 작게 떨어진 돌멩이는 심장에 파르르 파문을 만들더니 살금살금 그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와 천천히 그를 물들이다, 결국 그를 온통 집어삼키고 말았다. “지난여름 이후로 줄곧 생각했어요. 우리 관계에 대해서. 주향 씨를 좋아해요. 언제든 마음 놓고 보러 갈 수 있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언제든 마음 놓고 보러 갈 수 있는 사이…….” “이 밤에, 남자의 집에 불러 놓고 할 말은 아니었던 것 같긴 하네요. 하지만 나도 즉흥적으로 한 말은 아니에요. 그러니까 생각은 해 봐요.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벽난로에서 조용히 귤이 익어 가는 밤, 그들을 다른 하루에 데려다 놓을 바람이 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