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지환의 결 좋은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꼭 햇볕에 말린 포근한 향이 났다. 순간 고개를 돌리던 지환과 눈이 마주쳤다. 아마 지환은 그녀가 수학 문제가 이해가 되지 않아 자신을 보는 줄 알았던 것 같다. 아주 다정히, 그것도 자세하게 풀이를 해주었다. 그 나근나근한 목소리가 좋아서 자영은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석지환이 좋아지게 된 건. 고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지환을 대학교에서 다시 만났다. 그땐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지환과 같은 대학에 와서 추억을 공유하고 같이 시간을 보낼 줄은. “석지환. 너도 좋아하는 여자 없잖아.”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없다고 누가 그래?”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지환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지, 여자 친구가 있는지도 몰랐다. 그것도 모르면서 혼자 오해해서 김칫국만 마셨다. “그럼 자영이 넌 이상형이 어떻게 되는데?” 지환이 훅 치고 들어왔다. 왠지 이마로 땀이 삐죽 솟아나는 것 같다. “어? 좀 덩치도 있고. 든든한? 강호동처럼 재밌는 타입?” ‘난 네가 좋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가까스로 삼켰다. 지환이 유학을 가버린 그해의 봄은 유독 따뜻하고 짧아서…… 아팠다. 영원히 볼 수 없다 생각하니 괴로웠다. 그런데 지환을 홍콩에서 재회하고 사고까지 쳐버렸다. 반듯이 누워 자고 있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어 몇 번이나 눈을 비벼 보았다. 그러나 그녀와 같은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틀림없이 석지환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