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인 양 모든 것을 바친 여자가 있다. 황나윤, 스무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그녀의 세상은 온통 도설우로 가득했다. 하지만 헤어진 캠퍼스 커플에게 남는 건 걔 친구가 내 친구여서 생기는 끔찍한 이별의 잔해뿐. “나윤아, 나 다음 달에 결혼해. 올 수 있어? 근데 알지? 내 남친이랑 설우랑 절친인 거. 걔가 축가 부를 건데, 안 불편하겠어?” 전 남친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대학 동기의 결혼식에도 마음 놓고 갈 수가 없다. 연애 주의 사항 첫 번째, 절대 소속이 같은 남자와 연애하지 말 것! 이리저리 연애를 피하다 보니 벌써 서른, 나윤의 앞에 유일했던 사랑 도설우가 다시 나타난다. 그것도 같은 부서, 직속 상사로. 연애 주의 사항 두 번째, 절대 헤어진 전 남친에게 다시 빠지지 말 것! 그런데 도설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거침없이 찰 땐 언제고, 이젠 또 거침없이 들이닥친다. “프로젝트 합숙소가 호텔 방이라도 돼? 내 방에서 잠깐 회의만 하자는 거잖아.” 연애 주의 사항 세 번째, 절대 그놈과 다시 연애는 하지 말 것!
“저 트렁크 주인 변태 중에 상변태다! 하나같이 교미 중인 자세로….” 포근한 이불과 베개, 잠옷이 들어있어야 할 초연의 여행용 트렁크에는 곤충 교미 채집 표본이 가득했고. “이게…. 대체 뭔가?” 학회장 앞에서 열어젖힌 민현의 트렁크에는 귀하디귀한 채집 표본은 온데간데없고 웬 여자의 잠옷과 이불 한 채, 베개가 들어있다. 인천 공항 입국장이 아이돌 가수의 등장과 함께 아수라장이 되면서 두 사람의 트렁크가 뒤바뀐 것! 민현은 살인범의 증거물 은닉을 의심하고, 초연은 변태의 수집품에 기겁한다. 트렁크 비밀번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은 운명인가, 악연인가. 살인범과 변태의 누명을 쓰고 트렁크를 맞교환하는 두 사람. 이제 다시 볼 일 없을 거라며 돌아섰는데, 지리산 관광 상품개발을 위한 협력 프로젝트에서 다시 만난다. “그때 그 트렁크에 있던 표본들이요. 짝짓기 중인 곤충이라고 하던데요.” “네, 액화 질소로 냉동한 겁니다.” “일종의 곤충 복상사인가.” 곤충의 잠자리를 연구하는 남자와 일평생 잠자리가 불편했던 여자의 기묘한 동행이 시작된다. 일러스트: DELTA
서희는 아버지의 회사가 부도나면서거액의 빚과 생면부지의 여섯 살짜리 이복동생을 떠안게 된다.은행에 사정하러 간 서희는 학교 선배이자 DL금융그룹의 대표, 서지한과 마주치고,얼결에 한 거짓말로 인해 그의 저택에 들어가게 되는데…….“이건 위로의 의미로 잡은 건가?”그가 서희의 손과 그녀의 입술을 야한 눈으로 바라보며 물었다.“겨우 이걸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해? 가슴 아픈 과거를 떠올리며 선의를 베푼 사람을 우습게 속여 놓고?”“일부러 그런 건 아녜요!”“그래? 그럼 위로, 제대로 해 봐.”내려다보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굴.“가, 갑자기 왜 이러세요?”예로부터 아름다운 것은 사람을 현혹하니 조심하라 했다.“말했잖아. 너만 보면…….”그것은 어떤 것을 요구한다 해도 다 허락하게 만드는“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고.”기묘한 설득력을 가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