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몬스터> 저울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소는 내려가거나 올라가기를 반복해야 하며, 어느 한쪽이 늘 같은 위치에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와 시어머니가 접시에 올라간 저울을 상상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시어머니 쪽이리라. 물론 그건 상관없다. 고부 관계에서는 나이만 봐도 시어머니가 우위에 서는 게 당연하고, 나중에 집안에 들어온 며느리가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하는 부분도 있으리라. 잠입한 조직에서 자신의 위치를 의식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행동하는 건 정보원에게 초보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도 마음이 들썽거리는 걸까.
왜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걸까.
왜 시소를 반대 방향으로 기울이고 싶어지는 걸까.
-73쪽
“싸움은 참 쉽게 일어나지.”
이번에는 그가 말했음을 알았다. 싸움이란 방금 내게 덤벼들었던 걸 가리키는 것 같기도 했다.
“인간의 역사는 전부 싸움이잖아.”
“응?”
“싸움 사이에 잠깐의 휴식이 있을 뿐이야”
“잠깐의 휴식?”
“싸움이 없는, 모든 것이 순탄하고 평온하기만 한 상황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아.”
“절대로, 라는 표현은 좀.”
“절대로 없어.” 그는 단언했다. “언제나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싸우고 있어. 그게 역사인걸.”
“누군가의 평화는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성립되니까. 그런 뜻?”
내 말에 그가 혀를 차거나 그와 비슷하게 불만스러운 태도를 취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싸움이 나빠? 아니잖아. 모든 것의 기초, 근본이야.”
-223쪽
“각자의 마음이나, 당장의 사회만 생각하면 싸움은 안 좋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다른 차원을 따진다면 싸움은 없어서는 안 돼. 실험실에서 비커 내용물을 휘저어 섞는 것과 똑같은 이치야. 휘젓지 않으면 실험을 못하잖아.”
어디의 누가 무슨 실험을.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엇도 진화하지 않지. 충돌이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걸 탄생시켜. 별도 그래. 작은 혹성이 충돌을 되풀이해 그 에너지로 마그마의 바다가 생겼지. 달에도 수많이 충돌한 흔적이 있고. 물도 운석이 충돌해서 만들어진 거잖아.”
“아아, 응, 뭐.” 나는 한심하게 맞장구만 쳤다.
“만사는 최대한 많은 가능성이 생기는 방향으로 나아가. 뒤섞어서 확산시키는 거야. 그러니 싸움은 일어나야 해. 싸움이란 충돌이니까. 현재 상태 유지와 축소야말로 악이야. 만들고는 부순다. 부수고는 만든다. 하지만 부순다는 인식조차 없겠지.”
“누가?”
“꼭 누구를 지칭하는 건 아니야. 아무튼 싸움은 없어지지 않아. 계속 싸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까.”
- 224쪽
어처구니가 없지? 다만 어느 시절이나 대립은 사라지지 않아.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나타나 땅바닥에 선을 긋고 이렇게 말하지. ‘이 선을 기준으로 저쪽 놈들은 적이다. 우리는 저쪽 놈들에게서 이쪽을 지켜야 한다’라고.”
“그런 게 의미가 있나요?”
“아까 바다 일족과 산 일족의 이야기와 똑같아. 옛날에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배웠지. 대립이 일어남으로써 인간은 진화한다고. 무풍 상태로는 아무것도 발생하지 않아. 서로 부딪쳐야 비로소 변화가 일어나지.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인간은 진화해.”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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