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라디오> 능수능란한 입담의 작가 구효서 특유의 해학과 골계의 미학
낭만과 향수를 자극하는 산골소년 병태의 유쾌한 성장기
작품활동 20년 동안 오로지 ‘소설만으로 존재하는’ 전업 작가로서 우직하게 살아온 소설가 구효서.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라디오 라디오』가 1995년 첫 출간된 이후 11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는다. “<웰컴투 동막골>의 원조”라 자평할 만큼 작가 자신의 애정이 깊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소설 속 낭만과 향수에 사로잡힌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영화 <방과후 옥상>의 감독 이석훈이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로 영화화를 추진하여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출간 당시 “식민시대 바보문학의 천재 김유정을 연상시키는 작품”, “엄숙주의를 벗어난 은근한 유희성과 발랄한 상상력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언론의 찬사와 함께, “1960년대 휴전선 근처의 한내마을이라는 시공간을 통해 가난, 분단, 근대화를 판으로 한 한국인의 원체험을 만날 수 있는 작품”(문학평론가 조남현)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고향이나 유년시절과 조우케 하는 아련한 추억의 기록이다.
작가는 소설 속 병태나 묘선이 듣던 라디오와 현재의 우리가 즐겨 듣는 라디오를 『라디오 라디오』라는 제목으로 일직선상에 놓음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고 과거로 여행하는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강화도 북단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모습은 주인공 병태의 생일이나 성격, 선병질적 체질 등으로 고스란히 투영된다.
한국전쟁 후 이데올로기의 극렬한 대립 때문에 하루가 멀다않고 쏟아지는 무장공비와 삐라, 대북·대남 선전 선동, 이쪽 것인지 저쪽 것인지도 모를 대포 소리 속에서도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좇는 마을 사람들의 태평한 모습은 열한 살 소년 병태의 눈을 통해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정치나 이데올로기는 뒷전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라디오 드라마와 유행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아이러니컬한 유머를 찾을 수 있다.
이제까지 총 25권의 소설을 통해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낸 작가가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구효서 특유의 해학과 골계의 미학이 풍부한 『라디오 라디오』의 새로운 출간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려운 시대 상황과 희화화된 인간 존재 모두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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