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
구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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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 “슬픈 사람이 더 슬픈 사람 안아줄게”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구효서 4년 만의 신작! 고단한 시간을 달래고 잃어버린 삶의 입맛을 되찾아줄 마법 같은 소설 다양한 스펙트럼과 선 굵은 필체를 통해 탄탄한 주제의식은 물론 서정성과 짙은 감동을 선사하며 평단과 독자의 호평을 받아온 구효서 작가가 4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를 출간한다. 도라지꽃 피는 계절, 강원도 평창의 한 펜션에서 생의 기운이 가득한 음식을 함께 나누며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인물들의 가슴 먹먹한 여정을 담은 이 소설은, 구효서 작가의 ‘슬로 & 로컬 라이프’ 소설문학의 첫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서 그 의미가 깊다. 이 작품은 작가의 단편소설 「도라지꽃 누님」과 「저녁이 아름다운 집」을 씨앗으로, 인물들을 새롭게 창조하고 이야기 세계를 더 넓고 깊게 확장하며 오랫동안 발아시킨 작품이다. 작가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지방을 배경으로, 음식과 꽃나무를 매개로 하는 경장편 작품들을 꾸준히 써낼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찐한 인생의 사연들과 의미를 경쾌하고 맛있게 차려냄으로써 독자들이 일상의 긴장을 내려놓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작은 행복을 전하고자 한다. 『옆에 앉아서 좀 울어도 돼요?』는 슬픔과 아픔으로 마음이 답답하더라도 한입에 그 속을 스르르 풀어주는, 매운맛과 단맛의 조화 같은 소설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마치 복잡한 도시와 일상을 벗어나 그곳에 가 있는 듯한 생생함 속에 뜻밖의 다정한 위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무너지는 것은 열리는 것이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외치는 간절한 기도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구효서의 첫 멜로 소설 따뜻하고 안타깝고 서늘한 사랑의 변주곡이 시작된다. 사고로 기억을 잃고 얼굴도 바뀐 채, 사랑하는 친구와 그 연인의 보살핌을 받던 중 불현듯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한 여자와, 자신의 연인이 친구의 사랑이었음을 알게 되는 또 다른 여자, 그리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이들의 순수한 열망은 영원할 수 있을까?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중견 작가 구효서의 20번째 장편소설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는 사랑에 대한 관습적 이해에서 탈주해 사랑의 실재를 되짚어보고자 한 작품이다. 작가가 그동안 추구한 낭만성의 정수를 벗어나 사랑에 대한 정형적 의미들을 해체해 냄으로써 사랑의 실체적 진실을 추적한다. 1987년에 등단해 29년째 작품 활동을 하며 전업 작가로서 스물다섯 해를 맞이하는 작가가 『타락』 이후 1년 6개월 만에 발표하는 이 작품은 힘든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가슴 아픈 삶과 시대의 고유성을 천착했던 전작들과 달리 삶을 비추는 소망, 사랑, 진심 등의 언어와 표상에 집중해 그 이면을 뒤집어본다. 앞선 소설에서 파격적으로 보여준 신화적 상상력이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서정적으로 그려지는 한편, 작품 속 현실에서 허구의 의미를 극대화시켜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작품 속 세 남녀의 사랑은 폭풍의 눈처럼 긴장과 고요 속에서 독자들을 내러티브에 몰입하게 만든다. 3년의 시간을 네 개의 장으로 구성해 첫 장에서는 비(非) 연대기적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한편, 감정 변화의 기점이 되는 사건을 복선처럼 반복하면서 서사에 탄력을 더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프리카 신화이자 소원이 이뤄지는 장소인 ‘은라의 눈’은 소설을 몽환적이며 낯설게 그려내는 동시에 세 남녀를 존재론적 혼란에 빠뜨리는 매개체다. 작가는 정부의 부정부패로 인해 국가 행정이 마비되고 비정부기구의 구호단체까지 위협받는 아프리카에서 해외 입양이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구조적 폭력에 주목한다. 입양이 아이의 몸과 마음을 구원하라는 신의 뜻이라 믿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연계해 아이들을 수출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실정은 우리에게도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새벽별이 이마에 닿을 때. 셋 모두를 위해서. 침묵이 지켜지기를” 빌었던 세 사람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사랑의 파국 앞에 서게 되는데, 인물들의 비밀을 추적해 나가는 끝에 전적으로 내 것인 줄 믿었던 나의 진심이 정작 나로부터 소외돼 있었음을, 혹은 내가 내 진심으로부터 소외돼 있었음을 보게 되는 과정은, 지각과 믿음의 세계 이면에 ‘문제적 타자’가 웅크리고 있음을 깨닫고 진짜 자신에 가까이 다가선다는 의미의 지적 성찰의 경험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간략 줄거리 사고로 인해 원래의 외모와 기억을 잃고 말라위에 온 수는 친구 엘린과 그녀의 연인 리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산다. 아프리카 꼬마로부터 말린 쥐가 기억 회복을 도와준다는 말을 들은 수는 깊은 밤, 쥐를 씹다가 불현듯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리를 안다는 것. 입양 가정에서 열두 살에 버림받은 수는 단짝 친구인 엘린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리와의 행복한 나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돌아온 기억을 다시 비밀로 묻어둔다. 하지만 엘린과 리는 각자의 정보원을 통해 수가 리의 연인이었으며, 말라위에서 테러를 당했던 것임을 알게 된다. 수의 기억이 돌아온 줄 모르는 이들 역시 관계를 지키기 위해 자기만의 비밀을 만들게 된다. 어느 날 엘린은 소원이 이뤄진다는 두 개의 크고 깊은 돌 구덩이 ‘은라의 눈’에 다녀오자고 제안하고, 세 사람은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여정에 오른다. ‘은라의 눈’으로 안내한 가이드는 “소원이 반드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세 사람 중 누구도 그 뜻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소원을 빌고 온 후로 갑자기 날카로워진 분위기 속에서 수와 엘린, 리의 관계는 극렬히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등장인물 소개 수(수전 요한슨) - 자라면 엄마처럼 얼굴이 새하얘질 거라 믿었던 한국계 미국인. 나이가 들면 사랑하는 엄마처럼 피부가 하얘질 거라 믿었지만, 엄마의 죽음 후 그녀의 사랑이 부모의 맹목적인 신앙의 결과임을 알고 깊이 상처받는다. 아프리카에서 비밀리에 선교 입양 단체를 추적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전임자의 이름인 ‘주디스 노엘’로 살던 중 리를 만나고, 갑작스런 사고로 기억과 얼굴을 잃어버린다. 엘린 플레처 - 어린 시절부터 수와 함께 자라며 그녀의 고통을 나누어 가진 자매 같은 친구. 갑자기 연락이 끊긴 수를 찾기 위해 말라위로 날아와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아프리카에서 리와 사랑에 빠지지만 리가 수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랑 사이에서 흔들린다. 리 음보야 - 케냐 국가정보원의 비밀 요원이었으나 주디스와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양심고백을 한 후 추방되어 말라위에 왔다. 리버풀 축구팀과 제라드의 열성팬. 스포츠 토토를 즐긴다. 엘린을 사랑하지만, 주디스가 바로 엘린의 친구 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큰 혼란에 빠진다. 정금자 - 한국의료봉사팀에 의해 서울로 이송된 주디스를 돌본 개인 간병인. 어린 시절 입양된 주디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회복 후 말라위로 돌아간 주디스와 편지를 주고받는다. 소크라테스 - 엘린, 레베카와 함께 누가병원에서 일하며 친구로 지내지만 사실은 이익단체의 청탁으로 움직이는 아프리카 비밀테러단체 NBM의 소속으로, 신분을 숨긴 것임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다. 레베카 - 덴마크인 여성 볼런티어로, 엘린과 함께 누가병원에서 일한다. 뜻하지 않게 엘린에게 리의 과거와 소크라테스의 정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책속으로 추가> 곡물 창고 앞 소요는 계속되었다. 창고 문이 닫히고 더는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흩어지지 않고 사투를 계속했다. 하늘은 점점 어두워졌다. 인파는 먼지로 가려졌다. 리도 한때 그런 소요에서 등을 밟힌 적이 있었다. 투르카나 호 북서쪽 마을도 가난했다. 먹을 게 없어서 기약 없는 휴교령이 내렸다. 매일 줄을 서도 창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어쩌다 열리면 사람들은 광분했고 밟거나 밟혀 죽거나 다쳤다. 어른 남자의 커다란 발이 리의 등을 찍었다. 숨이 막혀 넘어져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저녁이었다. 감자에 알이 배기 시작하면서 휴교령이 풀렸다. 감자 죽을 먹은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씩 피어났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 적지 않은 수의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왜 안 와?’라고 물으면 ‘죽었어’라고 누군가 대답했다. 그리고 모두 책을 펼치고 곱셈 기초 공식을 큰 소리로 외웠다. 오, 만물의 하나님이시어―에 뭉구 응우부 예투…… 국가를 부르며 어린 리는 케냐를 구하고 정의로운 케냐를 지키겠노라 다짐했다. ―<그 후> 중에서 그것은 ‘돌아오는 별’이었어. 내 부족의 기원이 담긴 애뮬릿. 그걸 갖고 내게 돌아오기를, 나는 수천 번 수만 번 기원하며 주디, 네 이름을 불렀어. 그것을 가지고 내게 돌아오라고 나는 너에게 말했지. 너는 그것을 가지고 내게 돌아오고 있었던 거야. 너는 몰랐을 거야. 애뮬릿에 새겨진 내 부족의 말을. (……) 나는 주디, 너를 사랑했어. 그 사랑을 끝내거나 정리하지도 않았어. 그리하지 못했어. 그리할 수 없었잖아. 너도 나를 사랑했어. 지금의 사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 나를 사랑했던 너의 권리이기도 하다는 걸 나는 알아. 그런데 나는 말을 못해. 못하겠다. 그래서 이걸 평화라고 할 수 없어, 주디. 너와 엘린을 보고 있으면 숨이 막혀. 나 혼자만 숨 막힌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종종 나는 어쩔 수 없이 슬퍼져. 너에게 미안해. 엘린에게도 나는 미안해. 이게 내 마음의 그늘이야, 주디. 이렇게 맑은 날 나는 깊은 그늘을 품고 널 보고 있다. 네 기억이 돌아와 모두가 알게 된다면 그때는 내가, 우리가 평화로워질까. 그늘이 걷힐까. 그럴 리가. 혼란스럽고 두려워. 너는 지금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 나를 보고 있을까. 엘린일까. 너는 아까부터, 한 그루 종려처럼, 아니면 내 안의 그늘처럼, 거기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 ―<그리고> 중에서 새벽이 되어 수와 엘린과 리는 은라의 눈에 닿았다. 푸르고 차가운 안개가 살갗을 스쳤다. 분화구라고 하기엔 작았고 풍화로 만들어진 돌구멍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둥글었다. 거대한 볼(bowl) 두 개를 나란히 땅에 박아놓은 듯했다. 새벽하늘을 향해 입 벌린 그것들의 한가운데에 가늠할 수 없는 어둠이 고여 있었다. (……) 눈의 내부는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경사면에 돋은 다육식물들이 발에 으깨졌고 셋은 자주 미끄러지며 풀즙에 옷을 적셨다. 으깨진 이파리의 매운 향이 마른 바위 웅덩이에 자욱했다. 골프공이 모여든 자리에 서서, 수는 매운 냄새에 눈도 못 뜬 채 첫 기원을 외웠다. ―이대로.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페에 이르는 고단한 여정 내내 속으로 중얼거렸던 말이었다. 그 한 마디를 위해 은라의 눈에 당도한 것이었다. 불편하고 피로한 순간들을 웃음으로 넘기면서. ―서로의 사랑으로 이루어진 이 평화가, 영원하기를. 수는 속으로 엘린과 리의 이름을 부르고 자신의 이름을 이어 불렀다. 가까스로 매운 눈을 떴을 때 작고 둥근 하늘 한가운데서 새벽별이 반짝였다. 세 사람은 깊은 우물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엘린도 리도 어둠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는 순간이었다. ―<넉 달 후> 중에서

비밀의 문 1

<비밀의 문 1> 90년대 대표적인 남성소설로, 1996년에 출간되어 1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비밀의 문』이 가독성을 고려한 편집, 세련된 표지의 옷을 입고 다시 출간되었다. 소설가를 꿈꾸던 스물두 살 최윤석의 돌연한 실종. 옥천사로 그를 찾아나선 친구 류인범은 윤석의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인범은 그 노트에서도 윤석의 행방을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윤석이 남긴 노트 속 <아육왕상전>에는 인도 불교를 융성케 한 아소카 왕이 실은 전대미문의 폭군이자 살인광이며 불교 분열에 앞장섰다는 놀라운 일대기가 담겨 있다. 서울로 돌아온 인범은 자신의 여자친구가 아육왕상전을 교재로 삼고 있는 밀교집단의 맹원임을 알게 되고, 신도로 가장해 잠입해 '소마'라는 마약을 섭취하고 통음난교를 일삼는 집단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 그리고 역시 가장 잠입해 있던 기 형사를 만남으로써 신도 400만 명을 거느리고 있는 그 집단이 죽음의 세계를 신봉하고 모든 것을 파괴하려하며 자신을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살인을 일삼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점점 미로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건의 실체와 더욱 치열해지는 두 젊은이의 방황과 고뇌... 고대와 현대, 역사와 종교를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과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탄탄한 구성, 숨막히는 스릴과 재미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독자를 사로잡을 것이다.

악당 임꺽정 1

<악당 임꺽정 1> 주제·형식 양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온 작가 구효서씨가 벽초 홍명희의 캐릭터 '임꺽정'을 위인의 신화에서 악당의 얼굴로 뒤집기한 역사소설. '이미 박제가 되었거나 괴물이 된 임꺽정에 대한 이미지 해체와 모반을 통해 벽초의 정치성을 새삼스레 환기시키고 반성케 하려는 의도에서 창작된 결과'라고 작가는 고백한다.

라디오 라디오

<라디오 라디오> 능수능란한 입담의 작가 구효서 특유의 해학과 골계의 미학 낭만과 향수를 자극하는 산골소년 병태의 유쾌한 성장기 작품활동 20년 동안 오로지 ‘소설만으로 존재하는’ 전업 작가로서 우직하게 살아온 소설가 구효서. 그의 자전적 성장소설 『라디오 라디오』가 1995년 첫 출간된 이후 11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는다. “<웰컴투 동막골>의 원조”라 자평할 만큼 작가 자신의 애정이 깊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소설 속 낭만과 향수에 사로잡힌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또한 영화 <방과후 옥상>의 감독 이석훈이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로 영화화를 추진하여 제작이 확정된 상태다. 출간 당시 “식민시대 바보문학의 천재 김유정을 연상시키는 작품”, “엄숙주의를 벗어난 은근한 유희성과 발랄한 상상력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언론의 찬사와 함께, “1960년대 휴전선 근처의 한내마을이라는 시공간을 통해 가난, 분단, 근대화를 판으로 한 한국인의 원체험을 만날 수 있는 작품”(문학평론가 조남현)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고향이나 유년시절과 조우케 하는 아련한 추억의 기록이다. 작가는 소설 속 병태나 묘선이 듣던 라디오와 현재의 우리가 즐겨 듣는 라디오를 『라디오 라디오』라는 제목으로 일직선상에 놓음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고 과거로 여행하는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강화도 북단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의 모습은 주인공 병태의 생일이나 성격, 선병질적 체질 등으로 고스란히 투영된다. 한국전쟁 후 이데올로기의 극렬한 대립 때문에 하루가 멀다않고 쏟아지는 무장공비와 삐라, 대북·대남 선전 선동, 이쪽 것인지 저쪽 것인지도 모를 대포 소리 속에서도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좇는 마을 사람들의 태평한 모습은 열한 살 소년 병태의 눈을 통해 해학적으로 그려진다. 정치나 이데올로기는 뒷전이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라디오 드라마와 유행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서 아이러니컬한 유머를 찾을 수 있다. 이제까지 총 25권의 소설을 통해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쳐낸 작가가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구효서 특유의 해학과 골계의 미학이 풍부한 『라디오 라디오』의 새로운 출간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려운 시대 상황과 희화화된 인간 존재 모두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타락

<타락> ‘퇴락’과 ‘타락’이 ‘낙원’과 ‘구원’일 수 있다 역발상의 신화적 상상력이 탄생시킨 구효서의 ‘새로운 소설’, 아니 차라리 ‘새로운 구효서’의 소설! ■ 이 책에 대하여 2012년 12월호부터 2013년 8월호에 이르기까지 『현대문학』에 총 9회에 걸쳐 절찬 연재되었던 구효서의 『타락』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1987년 등단해 올해로 등단 28년이 된 구효서는 그동안 서른 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하며 명실 공히 한국의 대표 작가로 불리고 있다. 2011년 『동주』 발표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이 장편은 ‘잘 쓸 수 있는 것’과 ‘쓰고 싶은 것’ 사이에서 늘 그 조화를 추구했던 구효서가 “말을 곱씹고 의심하고 와해시켜 쓰고 싶은 대로 써보자” “이제야 쓰고 싶은 대로 쓰기 시작했다”고 그 시작부터 변화를 밝힌 바 있어 연재 초기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낯선 이국땅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사랑은 ‘타락’으로 비춰지지만 그들에게 있어 ‘타락’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모조리 소진하고 영점으로 직하하는 치명적인 움직임일 뿐, 세상이 말하는 그것과는 다른 지점일 뿐이다. 모든 것을 소진하고 이 세계에서 사라져 다른 또 하나의 시공간에서 되살아남으로써 구원이 아닌 타락을 통한 부활-영원회귀 신화를 이뤄내는 낯선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28년 작가 생활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중견 소설가였던 구효서의 새로운 작품세계를 알리는 시발이 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주

<동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저항시인이 된 윤동주 그것이 그를 죽게 한 이유다!”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의 신작 장편소설 동주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두 가지 윤동주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진학 교토의 15세 소녀, 그리고 윤동주의 유고(遺稿) 미스터리! 민족저항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윤동주는 우리에게 새겨졌다. ‘시인’ 앞에 붙은 ‘민족’과 ‘저항’이라는 관형사의 연속이 명예롭고 비장하고 애절하여 무겁다. 그 무거움이 이 소설을 쓰게 했는지 모른다. 무거워서, 열사와 영웅의 묘소에 잠들게 된 시인의 꿈이 혹 날마다 거친 것은 아닐지……. 투구와도 같은 저 관형사를 조심스레 벗기고 내가 반했던 모습 그대로의 윤동주를 시인의 묘역에 이장하고 싶었다.

아닌 계절

<아닌 계절> 2017 제41회 이상문학상 수상! 문학 인생 30년, 작가가 새로이 바라본 소설의 내적인 무늬 "쓰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즉각 존재를 환수당하는", "쓰되, 다른 것이 아닌 소설을 써야 하는" 것이 소설가의 운명이라 말하는 작가 구효서. 올 초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쓴 수상소감에서였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로 등단,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는 작가에게 더욱 특별한 소식이었으리라. 그의 아홉번째 소설집을 묶는다. 제45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별명의 달인』 이후 4년 만이다. 『아닌 계절』은 삶의 그늘진 구석과 군중 속 개인이 느끼는 고독, 타인에 대한 이해불가능성 등을 그린 전작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인물의 이름도 국적도 모호하고 시공간적 배경 역시 불분명하다. 소설의 기본 전제라 여겨지는 현실의 반영과 모방을 버리고 현실 자체를 의심하고 불신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닌 겨울"과 "아닌 여름", "아닌 봄" "아닌 가을"로 이어지는 작품의 배치와 이를 아우르는 "아닌 계절"이라는 제목, 방점은 "아닌"에 찍힌다.

늪을 건너는 법

<늪을 건너는 법> 우리가 한 번은 떠나보낸, 그러나 먼길을 돌아 다시 도래한 이방인 같은 소설 ― 23년 만에 다시 읽는다, 소설가 구효서의 첫 장편소설 1991년 『문예중앙』 봄호에 발표되고 그해 6월 단행본으로 선보인, 소설가 구효서의 첫 장편소설 『늪을 건너는 법』이 23년 만에 새 옷을 입고 출간되었다.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마디」가 당선되고 3년이 지난 1990년,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 『늪을 건너는 법』을 썼다. “등단 3년, 직장생활 3년, 결혼 3년째였고 아이가 세 살이었”던 “모든 게 세 살인 시절”, 작가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까지 이 소설을” 쓰고 직장으로 출근했다. 작가의 작품세계에서도 ‘새벽’에 해당하는 첫 장편을 탈고한 후, 작가는 다니던 직장(문학사상사)을 그만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업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작가는 출간 당시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회의를 가져보자는 생각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됐으며 기존 소설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으로 기법 또한 ‘과거를 훑어나가는’ 새로운 방법을 채택했다”(경향신문 1991년 5월 21일자)고 집필의도를 밝힌 바 있다. 그래서였을까, 당시 신예작가 구효서의 작품들은 80년대 해체시에 대응하는 해체소설로 읽히기도 했다. 또 그는 전통적 소설 문법을 거부하는, 형식 실험을 하는 작가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추리소설적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단숨에 읽히는 작품을 쓴다는 점에서 평단과 독자의 인정을 동시에 받아왔다. “설화적인 것과 소설적인 것의 절묘한 결합에서 오는 긴장감의 지속성이 독자를 이끄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의 평처럼 말이다. 당신의 피와 이름과 과거와 성장과 의지와 사랑 모두가 조작되었다 『늪을 건너는 법』은 이탈리아 월드컵이 한창이던 1990년 여름, 사십대 중반의 주인공 전봉구가 겪은 기이한 경험을 그 자신이 회고하고 기록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제시대 자본가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해온 전봉구는 현재 사원 천여 명 규모의 기업체 부사장이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일생을 지배해온 남부러울 것 없는 평온한 일상은 그해 여름 발신인 불명의 팩스 두 통이 배달되면서부터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당신은 당신의 가족 중에 죽은 맏딸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라는 내용이 전부인 첫번째 팩스, 그리고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되 훨씬 내용이 길고 구체적인 두번째 팩스가 주인공에게 배달된 것이다. 팩스는 이렇게 전한다. 당신(전봉구)이 알지 못하는 맏누이가 있는데, 그 맏누이는 열세 살 때 아버지로부터 호된 질책을 듣고 충동적으로 자살한다. 그런데 이 자살이 당신의 존재(출생)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당신은 지금까지 친어머니로 알아온 고씨 부인의 소생이 아니라고, 당신의 친어머니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사장인 형과 부사장인 자신을 이간질시키려는 노조 간부들의 장난질인가, 하는 게 이 팩스에 대한 주인공의 반사적 대응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평소 자신답지 못하게 그 팩스 내용을 떨치지 못한 그는 차츰 불면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균형감각과 현실감각을 회복시키고자, 자신 출생의 비밀을, 가족의 진실을, 어머니의 실체를 제 손으로 밝혀내기 위해, “얼마간 당신의 현재 삶과, 그 삶이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당신의 입장과 처지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자신과 세상을 되돌아”(15쪽)보라는 팩스의 요구대로 본적지 강화도로 떠난다. 주인공은 강화도를 세 번 방문하는데, 이 세 번의 여정에 대한 기록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모의 귀환’이라는 문제의 실체를 파헤치고자 주인공은 기사처럼 모험길에 나서고, 다양한 조력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등장해 모험을 떠난 주인공을 돕는다. 리리코의 미즈 정, 통대, 뽀로수 할머이, 이씨 집성촌의 이성희, 향토사학자 김송배, 오호자의 조카 오씨, 초지진 관리인 이씨, 무당 최무수 등등. 그러나 이 조력자들은 전통적인 의미의 조력자 역할에 관심이 없는 편이다. 이들은 각자의 시선과 입장에서 주인공에게 이야기를 전하는데, 이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덤불 숲」(살인사건에 대한 4인의 서로 다른 시선과 입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진실에 가까이 접근할 때마다 나는 점점 알몸이 되어갔다, 부끄러웠고 또 두려웠다 첫번째 강화도행에서 주인공은 일제시대 악덕 자본가이자 호색한(주인공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이었던 아버지의 실체를 알게 되고, 두번째 방문에서는 어머니의 실체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하게 된다. 아버지의 회사 동화고무의 생산직공이었던 이포전이 전봉구의 어머니라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세번째로 찾은 강화도에서 주인공은 이포전이 사주 전만호의 추행에 의해 임신했다는 재판 기록을 읽고,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주인공은 어머니의 실체를 확인하자마자 또다른, 더 강력한 과업을 부여받게 된다. 어머니가 속해 있던 ‘나림’이라는 집단의 미스터리한 성격이 주인공을 더 깊은 “혼돈과 미망의 늪”으로 빠뜨린 것이다. 소설 중반 무렵 플롯은 또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나’라는 존재의 일차적 뿌리(어머니의 존재)를 확인한 후 전봉구는 보다 근본적인 뿌리(어머니의 배경)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러나 ‘녹두’ ‘백절교’로도 불리는 이 ‘나림’은 삼별초의 후예라는 견해, 무신정권에 반대한 노비의 후예라는 견해, 유배된 왕족의 후예라는 견해, 역사의 희생양이라는 견해 등 갖가지 다른 설명이 더해지는 집단인 까닭에 주인공은 점점 그 실체로부터 멀어져만 간다. 그러다 주인공은 이 여름 강화도행을 감행하기 전 자신과 기이하고도 제의적인 정사를 가졌던 ‘리리코의 미즈 정’ 부고기사를 읽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온다. 그간 미즈 정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이름이 어머니의 이름과 같은 ‘포전’임이 부고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포전은 백절교의 직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여름의 혼륜이 시작될 때 ‘관계’ 맺기 시작한 그녀가, 어머니와 같은 이름을 가진 그녀가, 현재 백절교의 일원인 그녀가 죽자 주인공은 그간의 여정을 접고 도망치듯 귀경길에 오른다. 주인공은 서울로 돌아와 경기도 광주 인근의 정포전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괴이하고 섬뜩한 추도 행사를 견디지 못하고 한번 더 도망치듯 서울로 빠져나온다. 1990년 여름의 깊은 혼돈에서 주인공은 결국 도망치는 방식 외에 다른 해법을 구하지 못한 셈이다. 주인공은 그래서 이 혼륜의 여름을 기억으로라도 남기고자 이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소설은 글쓰기에 대해 자의식적인 언급을 수차례 반복하고, 현실 재현이나 진리 추구에 대해 반성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메타픽션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이루어놓은 모든 것들이 소중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 그것들을 꼭 붙들어야 할 것 같았다. 나를 숨길 숲이었으므로. 길이 들어 자유스러워진 일상을 그 숲 밖에서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으므로. 그것들에 내 몸뚱어리를 붙들어매는 데 필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늪에서 기어나와 숲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죽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 이 기록은 숲이 울창하도록 나무 한 그루를 더 심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찾는 일에 난 왜 철저하지 못했을까. 어머니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아버지를 드러내는 일에도 소홀했다. 돌이켜보면 섬사람들에게서 나림과 동화고무에 관한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그들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입고 있는 옷들이 한 벌씩 벗겨져나가는 착각에 빠져들었었다. 나의 옷이 대답의 대가로 그들에게 지불되는 화폐이기라도 하듯. 어머니에 관한 힌트 한 가지를 얻을 때마다 나는 점점 알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착각에 몸을 움츠렸다. 알몸으로 샅샅이 벗겨지기 전에 섬을 탈출할 각오를 미리 다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벗겨나간 옷들을 필사적으로 다시 주워입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그 옷 속에서 아내의 남편, 자식들의 아버지, 건실한 중소기업의 부사장으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려는 것이 아닐까. 누에가 고치를 짓듯 옷의 내벽에다 끊임없이 각질의 성을 쌓으며. 그 여름을 기록하려는 이유가 명확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난 더 오래 참을 수가 없어서 백지 앞으로 달려들었다. 모든 것은 스스로 존재할 권리를 갖듯이, 내 글도 일단 기록을 시작하고 나면 나름의 존재 이유를 얻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부적을 그리듯 써내려간 지난여름의 혼륜, 허무 그리고 늪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늪을 건너는 법』에서 ‘문명과 야생’의 관계를 닮은 여러 이분 구조를 읽어낸다. 주인공에겐 가해자 아버지(전만호)와 피해자 어머니(이포전)가 양립하는 이분 구조이고, 삶과 죽음, 국가와 녹도, 서울과 강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립항들은 표면상으로만 맞설 뿐, 한 단계 아래 층위에서는 서로가 공생하고 공존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유한한 인간이 그 한 단계 아래 층위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 실체가 허무에 가까워진다는 데 있다. 소설 후반 “늪에서 기어나와 숲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죽을 때까지 숲에서 나오지 말아야 했다”는 주인공의 다짐과 깨달음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진실과 실체에 접근하고자 노력하면 할수록 내가 입은 옷들이 한 벌씩 벗겨져나가는 건 아닐까, 이러다 알몸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결국 주인공은 균형감각과 현실감각의 회복이라는 애초 목표를 포기하고 섬을 탈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자명하고도 허무한 실체를 발견하게 되었다는 게 주인공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주인공을 따라 먼길을 우회하자 이 소설 속에 산재한 갈등들이 끝끝내 실체나 진실 파악의 형태로 해소되지 않은, 해소될 수 없는 까닭이 저절로 드러난 셈이다. 류보선은 “이방인은 문제를 가져오고, 질문을 한다”라는 데리다의 말을 빌려 『늪을 건너는 법』을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가 한 번은 떠나보낸, 그러나 먼길을 돌아 다시 도래한 이방인 같은” 소설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해설을 마무리짓는다. “바야흐로 이제 우리가 늪을 건널 차례이다.”

별명의 달인

<별명의 달인> "버릇처럼 숨처럼", 오로지 소설로 존재하는 사람… 황순원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구효서 신작 소설집 올해로 등단 26년째,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마디」로 작가생활을 시작한 구효서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삶이 깊어갈수록 소설세계 또한 다채로워진 대표적 전업작가. 리얼리즘에서 모더니즘, 신비주의와 낭만주의 등 다양한 문체와 알레고리로 독자를 꾸준히 매혹해온 그다. 『시계가 걸렸던 자리』 『저녁이 아름다운 집』을 잇는 여덟번째 소설집 『별명의 달인』은 앞선 두 소설집에서 천착한 탄생과 소멸의 문제에서 벗어나 삶 그 자체를 조망한다. 죽음에 대한 사유 끝에 따라붙기 마련인 허무의식이 이번 소설집 곳곳에 스민 것은 그러므로 놀라운 일이 아닐 터, 그것이 삶에 대한 포기나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이 소설집의 빛나는 힘이 있다. 요컨대 삶은 유한하며 우리는 삶의 의미를 끝내 모를 것이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까닭에 끊임없이 재질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두

<명두>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78권. 『별명의 달인』으로 45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구효서 작가의 작품 『명두(Relics)』는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다루는 동시에, 생존의 의미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구효서만의 날카로움을 놓치지 않은 수작이다. 2006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 안에서 인간과 역사, 그리고 운명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천착을 보여주고 있다. 구효서는 진중하게 개인의 내면을 탐사하는 일련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해 자칫 사변적일 수 있는 서사적 한계를 극복해낸 한국문학의 생생한 중심에 서 있는 작가이다. 능동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수많은 굴곡들을 개인의 삶이라는 결 위에 풀어놓는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에 깊이 숙연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