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로판의 악녀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들은 열심히 불 지피고 집 짓는데 민폐 진상 짓을 부리다 죽는 악독한 황녀로.
“이런 딱딱한 바닥에서는 잘 수 없어요! 당장 내가 쓸 침대부터 만들라고요!”
여주를 괴롭히는 건 물론이고, 남주들과도 사이가 나쁜 이 구역의 망나니 황녀가 바로 나였다.
그리고 민폐 황녀의 소설 속 역할은, 주연들의 생존에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는 도구였다.
‘청결도를 유지하는 목걸이, 결계를 생성하는 브로치, 생물을 길들이는 반지, 빛을 내는 귀걸이…….’
당연하게도 아직 생존템들은 내 손안에 있었고.
‘……이거. 악녀라서 오히려 좋은데?’
나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어차피 이 소설은 주연들 빼고는 다 죽는 난이도 최악의 생존 로판. 거기서 힘없이 비명횡사하는 엑스트라보다.
생존템이 있는 악녀가 좋지 않겠어?
***
그렇게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살려는 내 앞에 그가 나타났다. 나를 무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더없이 다정한 모습으로.
“날 봐, 클라리체.”
다시 만나면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는 나를 뻥 찼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여전히 날 좋아하고 있잖아.”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지.
cupid LV.74 작성리뷰 (545)
황제의 총애를 받아 막무가내인 악녀 황녀라면서 왜 한낱 황실기사에게 무시당하면서 눈치를 보고 꼬박꼬박 존대를 하는지 모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