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본드의 왕, 아힌과 몰락 가문의 딸인 릴리아나 루델의 결혼은
비웃음보다 더한 침묵과 무시 속에서 이뤄졌다.
몰락 귀족 출신, 벙어리.
이용 가치가 없는 그저 협정의 덤인 여자.
그렇기에 아힌은 그녀를 경계하지 않았다.
적당한 관심, 적당한 애정.
적정선을 그은 채로 끝내야 했다.
하찮음이 사랑스러워지기 전에.
“나를 아주 우습게 만들었어, 릴리아나.”
배신이 이토록 아플 줄 알았다면.
***
아니라고 말하는 손짓을 무시했고
믿어 달라고 하는 몸짓을 모른 척했다.
내가 받은 상처만큼, 당신도 비참하게.
용서하고 싶은 진심을 누르며
혼자 버틴다는 착각에 살던 날.
그녀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며 함께 만든 수어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언젠가 내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그랬는데.
6년 뒤.
릴리아나는 기적처럼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어떠한 애정도 없는 서늘한 눈을 한 채.
“돌아가요, 그리고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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