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하면서 타락한.
순결하지만 퇴폐적인.
다정한데 파멸적인.
북부의 주인인 에녹 틴헤임은 이율배반적인 수식어를 가진 남자였다.
“그리웠어, 아그네스.”
무엇 하나 아쉬운 것 없는,
그 어느 순간에도 절실할 리 없는 남자가 애원했다.
“앞으로 절대 떨어지지 말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그네스.”
자신은 ‘아그네스’가 아닌 ‘아네스’였다.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한낱 교화 죄인에 불과한 자신을, 그는 첫사랑 ‘아그네스’로 여겼다.
“제 이름은 ‘아네스’인데… 혹시 다른 사람하고 착각하신 건 아닐지 싶어요.”
“아그네스.”
“…….”
“아그네스가 맞아. 하지만 원하면 아네스라고 부르고.”
그때 깨달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은 오직 ‘아그네스’뿐이었다.
“네게 모욕적인 말을 한 새끼들이잖아. 다 죽여야지.”
이 정신 나간 남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선 완벽한 ‘아그네스’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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