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특히 장르소설은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한 서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오히려 주변인물들 혹은 국가간의 갈등이 주인공에게까지 이르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고, 갈등상황이 하이라이트에 도달하지도 못해 소설의 긴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많았다. 그냥 적당한(때로는 기발한) 온건책으로 압력이 다 차오르기 전에 김빼기를 반복할 뿐이다.
개인적으론 한쪽에서 압력을 낮추더라도 다른 한 쪽에서 갈등이 터지는 전개로 가는게 낫지 않았나 싶다. 아쉽게도 전개가 계속될수록 글에서 서사는 파편화되고 역사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기능만이 남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하드 SF와 결이 닿아있다.
그리고 코어독자들은 좋아할 순 있겠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 남발도 소설의 가독성을 크게 해친다고 본다. 본인도 대역물을 좋아해 어지간한 소설들은 대부분 봤지만 집착에 가까운 이 글의 어휘 수준은 때로는 몰입감을 높여주지만 많은 경우 '굳이...?' 라고 생각되곤 했다. 그렇다고 그걸 커버할 정도로 문장력이 리드미컬하진 않기도 했고...
글에 힘을 좀 빼고 소설의 본질에 가까운 글을 쓴다면 앞으로 더 기대할 수 있는 작가가 될 거같다.
고루한 문장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고, 선의의 정치를 보여준다는 작품의 주제도 독특하고 좋았으며, 군밤에서 시작된 작은 날개짓이 세계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나비효과를 그려낸 빌드업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단역까지 사서에 나오는 인물로 채울 정도로 엄청난 고증을 보여줘서 소설 본문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이 설명해주는 역사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때가 많았다.
주제, 문장, 구성, 고증, 심지어 캐릭터까지 좋았으며 심지어 문장이 고루한 것 치고 주인공 위주의 활약으로 장르적인 재미까지 담아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내가 이 작품을 고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선의의 정치를 보여주는 전개에 있어서 너무 편의주의적이고 착각물스러운 전개가 많았다는 점이다.
차라리 주인공이 모든 걸 안배해서 치밀한 정치력과 설계로 진행한 일이었다면 납득했겠는데, 그저 나이를 먹었을 뿐인 군밤 장수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군밤을 나눠주는 선한 마음으로 인해 세계사에 '우연히 좋은 영향력을 주게 되었고' 결국 조선에 좋은 쪽으로 사건이 해결되었으며 그로 인해 신하들이 왕을 실로 두려워하더라는 식의 국가 단위의 착각물 전개가 굉장히 취향이 아니었음.
피를 흘리지 않고 선의의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소설 속의 세상이 치밀하지 못하고 너무 편의주의적으로 좋을대로 돌아간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선의의 정치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어떠한 정치적인 선택을 해서 국가를 운영할 때 그 선택에 반대되고 손해보고 희생되는 부류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은 싹 무시해버리고 그저 '군밤으로 인해 좋게 해결되었습니다.' 정도의 초전개만 계속해서 이어지니 읽으면서도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글의 수준은 높으나 내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전개가 계속되어 아쉬웠던 작품. 장르소설의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가독성은 가져오지 못했으면서 장르소설의 최고 단점인 편의주의적 전개만 챙겼다.
가볍게 웹소 읽는 기분으로 읽기엔 꽤 험난한 진입 장벽이 높은 소설이에요. 문체가 장르문학 웹소가 아니라 고전 소설이에요. 대역 판소 읽으려고 했는데 역사 소설이 걸린 기분?그런 소설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좋을 듯 해요.
무엇보다 남주가 86세의 굉장히 현실적인 군밤장수 어르신의 빙의이기 때문에 지식적 부족함과 한계가 명확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10살에 빙의해서 그만큼 공부를 했는데 여전히 생각이나 지식이 늘지 않은 86세 군밤 장수 귀남인 채로 보여요. 주변인물들이 워낙 많이 등장하고 비중이 높다 보니 산만함도 큰 편이에요.
고전 소설의 문체와도 다르게, 86세 소학교도 못 나온 할아버지의 무식 충만한 답답 가득 현실적인 모습과 다르게 왕이 군밤 구워주면 네네하며 급 감성 충만 되는 모습들이 좀 위화감이 강했어요;; 괴리감이 들 정도였달까... 주인공인데 가끔 나오셔서 군밤 구워주고 토닥토닥 역활이라니... 라는 느낌?
성군이 된 군밤 장수 고증 훌륭함. 악의로 점철된듯한 개항기의 조선에 이러한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대체역사 소설의 기조(개혁/개방은 내 손으로! 내 편 아니면 모두 죽일놈!)에서 벗어난 신선한 소설. 표현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섬세한 수작이라고 생각함.
말이 필요 없는 대역물 명작중 명작. 조용한 광기가 일품. 단언하건대, 근래 '진짜' 대역물중 작품성으로 이 소설을 넘을 소설은 단 하나도 없음. 단, 그만큼 매우 무거운 편이기에 역사에 관심 없은 사람이나 가벼운거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다 지루해질 수 있습니다. 코어 대역물 독자들을 위한 소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만한 작품이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에 후한 별점을 주고 싶다. 대체역사소설의 시작은 SF의 서브장르 였고, 굳이 따지자면 '외삽법'이 장르의 중심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뒤틀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사고 실험'이 그 정수라는 이야기다. 거기에 시원한 사이다 혹은 정체성 정치를 찾는 것은 장르적 즐거움의 하나이지만 결국은 곁다리라고 본다. 사실 한국의 '웹소설' 대체역사 장르는 그 '곁다리' 부분이 중심축이기도 했다. 여기서 본 작품과 다른 작품과의 차별점이 생긴다. '고종, 군밤의 왕'은 '사고 실험'을 뚝심있게, 그리고 매우 세심하게 밀고나가며 그런 함정들을 피해나가고 있다.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접근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런 작가의 노력이 겹쳐서 최근 연재분에서 포텐을 터뜨렸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장르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인 작품 중 하나다.
필묘 LV.46 작성리뷰 (169)
대역물로서 소재의 충실함은 더할나위 없이 훌륭하다.
다만 좋은 소설이다라고 하기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글이었다.
소설, 특히 장르소설은 기본적으로 인물들의 갈등에서 비롯된 흥미진진한 서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오히려 주변인물들 혹은 국가간의 갈등이 주인공에게까지 이르면 흐지부지되기 일쑤였고, 갈등상황이 하이라이트에 도달하지도 못해 소설의 긴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많았다. 그냥 적당한(때로는 기발한) 온건책으로 압력이 다 차오르기 전에 김빼기를 반복할 뿐이다.
개인적으론 한쪽에서 압력을 낮추더라도 다른 한 쪽에서 갈등이 터지는 전개로 가는게 낫지 않았나 싶다.
아쉽게도 전개가 계속될수록 글에서 서사는 파편화되고 역사 시뮬레이션으로서의 기능만이 남았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하드 SF와 결이 닿아있다.
그리고 코어독자들은 좋아할 순 있겠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한자어 남발도 소설의 가독성을 크게 해친다고 본다. 본인도 대역물을 좋아해 어지간한 소설들은 대부분 봤지만 집착에 가까운 이 글의 어휘 수준은 때로는 몰입감을 높여주지만 많은 경우 '굳이...?' 라고 생각되곤 했다. 그렇다고 그걸 커버할 정도로 문장력이 리드미컬하진 않기도 했고...
글에 힘을 좀 빼고 소설의 본질에 가까운 글을 쓴다면 앞으로 더 기대할 수 있는 작가가 될 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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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ve187 LV.34 작성리뷰 (91)
입문자에겐 문장이 좀 답답하고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진짜 이만한 작품이 없다.
스띠네 LV.14 작성리뷰 (14)
용산CGV LV.23 작성리뷰 (43)
모두까기인형 LV.81 작성리뷰 (334)
고루한 문장도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고, 선의의 정치를 보여준다는 작품의 주제도 독특하고 좋았으며, 군밤에서 시작된 작은 날개짓이 세계사에 큰 영향을 끼치는 나비효과를 그려낸 빌드업은 감탄스러울 정도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단역까지 사서에 나오는 인물로 채울 정도로 엄청난 고증을 보여줘서 소설 본문보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님이 설명해주는 역사 이야기가 더 재미있을 때가 많았다.
주제, 문장, 구성, 고증, 심지어 캐릭터까지 좋았으며 심지어 문장이 고루한 것 치고 주인공 위주의 활약으로 장르적인 재미까지 담아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내가 이 작품을 고평가하지 못하는 것은 선의의 정치를 보여주는 전개에 있어서 너무 편의주의적이고 착각물스러운 전개가 많았다는 점이다.
차라리 주인공이 모든 걸 안배해서 치밀한 정치력과 설계로 진행한 일이었다면 납득했겠는데, 그저 나이를 먹었을 뿐인 군밤 장수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군밤을 나눠주는 선한 마음으로 인해 세계사에 '우연히 좋은 영향력을 주게 되었고' 결국 조선에 좋은 쪽으로 사건이 해결되었으며 그로 인해 신하들이 왕을 실로 두려워하더라는 식의 국가 단위의 착각물 전개가 굉장히 취향이 아니었음.
피를 흘리지 않고 선의의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주제의식은 좋았으나 소설 속의 세상이 치밀하지 못하고 너무 편의주의적으로 좋을대로 돌아간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선의의 정치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어떠한 정치적인 선택을 해서 국가를 운영할 때 그 선택에 반대되고 손해보고 희생되는 부류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러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갈등은 싹 무시해버리고 그저 '군밤으로 인해 좋게 해결되었습니다.' 정도의 초전개만 계속해서 이어지니 읽으면서도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글의 수준은 높으나 내 개인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전개가 계속되어 아쉬웠던 작품. 장르소설의 최고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가독성은 가져오지 못했으면서 장르소설의 최고 단점인 편의주의적 전개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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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찡 LV.71 작성리뷰 (476)
문체가 장르문학 웹소가 아니라 고전 소설이에요.
대역 판소 읽으려고 했는데 역사 소설이 걸린 기분?그런 소설들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좋을 듯 해요.
무엇보다 남주가 86세의 굉장히 현실적인 군밤장수 어르신의 빙의이기 때문에 지식적 부족함과 한계가 명확해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10살에 빙의해서 그만큼 공부를 했는데 여전히 생각이나 지식이 늘지 않은 86세 군밤 장수 귀남인 채로 보여요.
주변인물들이 워낙 많이 등장하고 비중이 높다 보니 산만함도 큰 편이에요.
고전 소설의 문체와도 다르게, 86세 소학교도 못 나온 할아버지의 무식 충만한 답답 가득 현실적인 모습과 다르게 왕이 군밤 구워주면 네네하며 급 감성 충만 되는 모습들이 좀 위화감이 강했어요;; 괴리감이 들 정도였달까... 주인공인데 가끔 나오셔서 군밤 구워주고 토닥토닥 역활이라니... 라는 느낌?
덕력 부족, 취향의 다름으로 도저히 버티질 못하고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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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도 LV.52 작성리뷰 (239)
고증 훌륭함. 악의로 점철된듯한 개항기의 조선에 이러한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대체역사 소설의 기조(개혁/개방은 내 손으로! 내 편 아니면 모두 죽일놈!)에서 벗어난 신선한 소설.
표현이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섬세한 수작이라고 생각함.
힘들다 띠바 LV.31 작성리뷰 (80)
이재욱61717 LV.28 작성리뷰 (75)
누렁이전문가 LV.57 작성리뷰 (273)
퀘이사 LV.114 작성리뷰 (1258)
고전물은 너무 딱딱해서 못보겠음
삼촌 LV.88 작성리뷰 (720)
Moreader LV.39 작성리뷰 (129)
AppleTea LV.12 작성리뷰 (14)
yy**** LV.24 작성리뷰 (49)
악의로 가득찬 매국노와 금수 같은 외세 세력이 겨우 군밤에 바뀐다는게 도저히 납득이 안감
우리의 한 맺힌 역사가 겨우 군밤하나에 ㅋㅋㅋㅋㅋㅋㅋ
미로미르 LV.6 작성리뷰 (3)
로델 LV.15 작성리뷰 (20)
개발딸/땅따먹 전개 없이 전세계를 어화둥둥 품고 조금씩 현실보다 나아지게 만든다.
Geniuk LV.54 작성리뷰 (209)
기존 대역물의 흐름과는 반대인데 오히려 이쪽이 정파적인 느낌.
문체가 예스럽고 맛깔나서 분위기에 더 어울리고 정감간다.
특히 마지막 후일담 전의 세 챕터는 그야말로 한국 대역물 사상 오랫동안 기억될 절정.
pz**** LV.16 작성리뷰 (17)
트로이 LV.10 작성리뷰 (9)
선인장 LV.22 작성리뷰 (36)
하지만 나는 이 소설에 후한 별점을 주고 싶다.
대체역사소설의 시작은 SF의 서브장르 였고, 굳이 따지자면 '외삽법'이 장르의 중심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뒤틀림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사고 실험'이 그 정수라는 이야기다. 거기에 시원한 사이다 혹은 정체성 정치를 찾는 것은 장르적 즐거움의 하나이지만 결국은 곁다리라고 본다. 사실 한국의 '웹소설' 대체역사 장르는 그 '곁다리' 부분이 중심축이기도 했다. 여기서 본 작품과 다른 작품과의 차별점이 생긴다. '고종, 군밤의 왕'은 '사고 실험'을 뚝심있게, 그리고 매우 세심하게 밀고나가며 그런 함정들을 피해나가고 있다. 어느 정도의 대중적인 접근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그런 작가의 노력이 겹쳐서 최근 연재분에서 포텐을 터뜨렸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장르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다면 무조건 추천인 작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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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어 LV.82 작성리뷰 (629)
역사라는 큰 틀 아래에서 현실의 인물을 통해 잘 짜여진 인물상을 보여주지만
역사라는 큰 틀 아래에서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 밀려나기 쉽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핑거팬 LV.54 작성리뷰 (265)
소난다 LV.34 작성리뷰 (101)
도꺼 LV.9 작성리뷰 (6)
전개가 신선했고 소재는 아주 깊이 있습니다
좀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지만 찾아보면서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당대 조선의 배경지식이 풍부한 분들한텐 이것만한 소설이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