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찾아 은퇴를 결심했다. 한데, 이게 웬걸? “반갑네. 내 이름은 파헤른 폰 데큘란.” 옘병…… 사냥개 하나 도주하는데 가주가 나서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엉? “다시 데큘란의 그늘로 돌아오게.” 뭬? 다시 그늘 아래로 돌아오라고? 이거 정말이지 썩 끌리는 제안……은 개뿔! 어떻게 결심한 은퇴인데, 다시 개가 될까 보냐! 피할 수 없는 죽음. 하나, 당당히 맞서겠다! 안락한 개로 살아갈 바에는, 자유로운 와이번으로 죽으리라! ……그런데. 짤그랑! “……?” 죽지 않았어? “으흐흐. 그래, 그렇단 말이지?” 옛말에 이르길 대현자의 복수는 백 년도 이르다고. 진정한 대현자(?)의 복수를 보여 주마! 부랑아로 시작하는 뒷골목 마법사의 회귀 생활!
빌어먹을 세상.이왕 빙의라면 잘생긴 남자들이 가득한 미연시. 못해도 생명의 위협 따윈 없는 판타지힐링물이 좋았다.이모아.어딘가 익숙했던 상태창의 이름을 이제야 제대로 떠올린다.‘중간보스의 여동생이라니.’긴장이 탁 풀어짐과 동시에 눈앞이 깜깜해졌다.기가 막힌 일이었다.내가 물론 이겸을 좋아하긴 했지만. 가끔 직접 만나는 상상도 하긴 했지만.그게 이런. 이런 방식의 실물 영접 형태로…….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내 눈앞에 존재했다.‘이모아.’이겸의 동생이자 하나 남은 가족.내가 그녀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이겸과 나이 차이가 열셋이나 나는 늦둥이 동생이라는 것.이겸이 부모의 몫을 대신하며 이모아를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웠다는 것.그리고‘이모아는 16살 생일에 죽는다’는 것.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이 게임의 고인물이라는 것.어쨌든 산다.일단 나는 살아남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