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세어 본 적 없다.그저 이승과 저승의 가운데 떠도는 하나의 영(靈)이 되어 버렸으니까.탈마의 경지를 넘어서부터 난 선택을 강요받았다.불로불사의 선인이 될 것이냐.아니면 초월적 존재인 마선(魔仙)이 될 것이냐.아마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건, 어설픈 깨달음으로 신마경의 경계에 머무른 이유였을 것이다.솔직히 나는 무엇도 되고 싶지 않았다.여전히 강해지고 싶었고 나보다 더 강한 적과 맞서 싸우고 싶었다.상대가 신(神)적인 존재라면 더욱 좋았다.강하고 초월적 존재들은 언제나 나의 가슴을 뛰게 하니까.결국엔 난 무엇도 선택하지 못했다.그것이 지금 내가 구천을 떠돌며 흘러 다니는 원인일 것이다.아마도 앞으로도.나는 영원히 이곳을 계속 돌아다니게 되겠지.분명 그렇게 믿었었다.그들을 만나기 전까진.“들리십니까? 제 목소리가…….”이유는 알 수 없었다.갑자기 현계와의 경계가 무너지며 시야가 생겼고.드넓게 펼쳐진 수백 개의 봉우리.깎아진 암벽과 곧게 솟은 탑이 시야에 들어왔다.기묘하게도 나를 부른 자들은…….내가 세운 마교의 후인들이었다.
꽐라 되게 술 처먹고 아침에 눈을 떴다. ...23년을 동고동락한 내 발은 분명 두 개뿐인데. “그럼... 남은 발 두 개는 누구 거지?” 낯선 곳인데다, 간밤의 기억도 백지.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고개를 돌렸다. 헐벗은 채 옆에 누워있는 남정네가... 펜미니드? “이건 재앙이야.” 사람 목을 풀처럼 베는, 포악한 전쟁 영웅. 내 위에 서 있는 건 황제뿐이고, 그 외엔 다 내 발밑을 기는 것들. 굉장히 오만한 발언을 해도 납득할 수 있는 그의 작위는 대공. 이게 왜 재앙이냐고? 언젠가 대공이 이를 갈며 음산하게 선포했단다. “사랑의 묘약, 이딴 더러운 물약을 만들어내는 탈피오트 가를 쓸어버리겠다.” 그 탈피오트 가의 후계자가 바로 ‘나’ 되시겠다. 이럴 때 선택지는? 하나, 도망가고 보자. 둘, 일단은 목이 붙어있어야 변명을 하지. 그러니 도망가자. 셋, 뭐가 됐든 도망가고 보자. …백 가지 선택지 중 이 남자가 눈 뜨는 걸 기다리는 건 없었다. “일단 튀자!” *** “나와 연애하지.” 대공이 블랙 다이아몬드를 내밀며 헛소리를 뻥뻥 해댔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세요? “대공님, 서로 즐긴 후 깔끔한 작별! 그런 게 ‘으른의 연애’라는 거잖아요? 집착? 넣어두세요.” 단호한 거절에, 도리어 대공이 사악하게 입귀를 올렸다. “집착? 원하면 그것까지 하고.”
악역에 빙의했다.그것도 코니아 왕국의 희대의 미친년이라 불리는 악역으로.그럼에도 나는 환호했다. 왜냐하면 악녀 르네 블레어는 돈이 많았으니까! 비록 작품 초반에 죽는 캐릭터였지만 나쁜 짓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이제부터 모두에게 잘해줘야지. 아니면 원작 인물들과 엮이지 않고 살거나. 혹시 알아? 이렇게 갑자기 돌변하면 흔한 악녀 빙의물처럼 남주 후보들이 나를 좋아하게 될지!그래서 잘해보려고 했다.띠링.[오늘의 미션 : 시중드는 시녀의 뺨을 때리자.]라고 적혀 있는 웬 정신 나간 반투명한 미션 창이 뜨기 전까지는.* “이제부터 나 시녀 할래.”내 말에 시녀는 안절부절못했다.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입속으로 ‘난 시녀야.’를 염불 외듯 중얼거리면서 손바닥을 들었다.그리고 내리쳤다.내 뺨을.
연재 내내 물고 빨았던 최애가 있는 소설에 빙의했다. 기왕 빙의한 것 최애의 가족이나 친구, 하다못해 전속 시녀였다면 더없이 좋았을 텐데. 현실은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살해되는 황제의 애첩이다. 하, 인생 진짜…. * 일단 죽기는 싫어서 황성을 탈출하려는데 일이 이상하게 꼬인다. “네가 허락해 준다면, 널 내 옆으로 데려오고 싶어. 황성을… 나올 거지?” 서브 남주는 내가 황성에서 빠져나오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고. “그놈이 그리도 좋더냐?” 남주는 의처증 환자처럼 굴며 나를 닦달한다. "그 녀석이 너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난 기뻤어. 그래서 일부러 부추긴 것도 있고." 설상가상으로 내 최애는 큐피트 역할에 꽂힌 것 같다. 다들 왜 이러는 거야? 나는 안전하게 덕질을 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나, 무사히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까?
바람 난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미엘린에게 빙의한 윤이나. 그녀는 이전 생에서도 절친과 바람이 난 남편과 소송 중이었다. 그런데 전남편과 미엘린의 남편, 절친과 이곳의 상간녀이자 여주의 얼굴이 무척이나 닮았다. 이건 운명일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생에서 못다 이룬 복수를 이곳에서 이룰 거다. 미엘린은 여주에게서 남주를 빼앗기로 결심한다. 남주에게 필요한 것은 조카를 지키기 위한 계약 결혼. 남편에게서 벗어나야 하는 자신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제 남편이 저를 죽이려고 해요. 공작님, 저 좀, 저를 좀 도와주세요.” 미엘린은 의도적으로 남주 아이반에게 접근하고, 아이반은 그녀의 뒤를 조사해 사실임을 확인하고 마침내 계약 결혼에 성공하는데… “저는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이혼당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밤에 부인을 만족시켜드리지 못하는 것은 합당한 이혼 사유에 속합니다.” “그래서요…? 지금 정말로 제 침실에 들어오시겠다는 건가요?” 착실한 남자주인공이 최선을 다해 미엘린을 유혹해 온다.
제국으로 시집온 지 하루 만에 황제가 죽었다.여기까지만 해도 팔자는 충분히 꼬였는데황제가 키우던 세 마리 짐승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내게 청혼했다.사랑스러운 의붓딸이 황위를 물려받을 때까지 황후인 내가 지켜 주어야 하는데,짐승들 상태가 하나같이 정상이 아니다.나는 이 무도한 맹수들을 길들이고 무사히 딸을 지켜낼 수 있을까.***“공들의 제안, 받아들이겠어요.”보랏빛의, 새빨간, 짙푸른 눈동자가 내게 모여들었다.나는 활짝 웃으며 의심으로 가득한 세 짐승들에게 제안했다.“혼인하자 하지 않았습니까? 해 봅시다.”저들의 수작에 맞춰주면서 주도권을 빼앗아 올 수 있는 방법,내가 밤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이것이었다.나는 턱을 치켜들고, 지엄한 황후의 말투로 덧붙였다.“참고로, 나는 순하고 다정하며 온화한 이를 좋아한다.”그러니 이빨과 발톱은 숨기고 오렴, 이 짐승들아.[황후여주/특급조련사여주/팔자에도 없던 맹수조련, 하다 보니 적성발견/참지 않는 의붓딸/우리 애들 사람 물어요]
나라를 말아먹은 악녀가 나라고?! 19금 피폐 소설 주인공인 성녀가 되었다. 이미 인성은 쓰레기라 소문나고 벌여놓은 일도 많지만 지금부터 수습하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미안했어. 분홍아, 아니, 아이로스.” “그래도 전 좋아합니다. 성녀님이 저를 분홍이라고 부르시는 거.” “어?” “저는 성녀님이 벗으라면 벗고 기라면 기는 개니까요.” “…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성녀의 마지막 남은 수호자 아이로스, 너 나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시에라, 어때? 곁에 놔둬 봤자 결혼도 못 하는 신전의 검보다는 내가 낫지 않겠나?” “가슴 근육이 훌륭하시고 얼굴 또한 훌륭하시지만, 황태자 전하, 제가 연애할 생각이 없어서요.” 나라 망친 걸로도 모자라 내가 죽여버렸다는 남자랑 미안해서 어떻게 연애를 하겠어. 난 그렇게 양심 없는 사람이 아닌데. “성녀님, 저런 조신치 못한 황태자 전하보다는 제가―” “시에라, 저런 목석같은 수호자보다는 내가 더 조신하게 내조도, 밤일도―” “둘 다 안 조신하니까 그만 좀 쫓아와요!!” 이상하다. 나라를 말아먹는 악녀 여주에서 벗어나 착하게 살려고 하는데 자꾸만 두 남자가 조신하지 못하게 윗도리를 풀어 헤치고 다가온다. 나, 과연 이곳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을까?
로베르시아 백작가의 양녀 데이지. 하루아침에 멸문한 집안에서 도망쳐 나온 그녀는 하녀로 위장해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원수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반드시…… 당신을 죽일 거야.” 하지만 단검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정말로 그가 이대로 죽을까 봐. 사실은 몹시 두려웠으니까. 고개를 파묻고 있던 그녀가 시선을 들자, 서로의 두 눈이 마주쳤다. 초록빛 맑은 호수 같은 눈동자. 그녀에게 빠져 있던 그가 돌연 그녀에게 키스를 건넸다. “그러게 왜 망설여. 한번 기회를 줬으면 죽였어야지.” 놀란 그녀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온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휩싸였다. 그가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당겼다. 그녀가 벗어나려고 몸부림쳤지만, 두 사람의 몸이 반대로 뒤집혔다. 그를 죽여야만 하는데…… 자꾸만 그에게 끌려가고 있다. 그녀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시한부 공작님을 죽이는 방법》
반역자의 딸에 빙의해, 남주의 애완동물이 되는 조건으로 살아남았다."침대로 올라와. 같이 자야지. 넌 내 애완동물이잖아?"나른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붉은 눈은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살기 위해서, 얌전히 굴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나는 깨달았다.아무 일도 안 하는데 하루 세 끼 맛있는 밥이 나오고,폭군인 남주 때문에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혹시 지금 나 인생 편 거?'[집착남주/폭군남주/상처있는/예쁜 또라이 남주/착각계/도망여주/하찮은 강아지같은데/빙썅 사이다여주/귀염뽀쨕물]남주는 점점 다정해졌고, 원작이 시작될 때가 되었다.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아서 그렇게 말했는데... 반응이 이상하다."네가 날 길들였잖아. 네가 날 길들여 놓고... 날 버리겠다고?"붉은 눈에 지독한 집착이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