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욱. ‘장관님’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이 남자는 나의 직속 상사이자 사주의 장남으로 회사의 후계자. 남자로서의 능력에 훤칠한 외모와 겸손한 성격까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재욱은 사내의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입사 초기에는 그를 두고 여사원들 내부에서 피 끓는 투쟁이 벌어지곤 하였으나, 세월이 흐르며 민심이 안정되고 팬심이 성숙되자 차차 그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누구도 울지 않는 지극히 이상적이고 평화로운 결론에 다다랐다. 이 멋진 피조물을 여사원 모두의 행복한 삶을 위한 공공재로서 다 함께 소비하고 다 함께 지켜 주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창설된 사내 유일무이한 사조직이자 팬클럽, ‘문화재욱관광부’로 대동단결한 여인네들은 오늘도 은밀한 사조직 카페에서 문재욱 관광을 일삼는데……. “엇, 잠깐만! 문광부 특급 공지 떴다.” “대박! 장관님 내일 출근하신대! 오늘 오후 비행기로 김포에 떴단다.” “진짜요? 사이트 또 난리 나겠네.” 장관님의 출근에 모두 벅차하지만, 나는 왠지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문재욱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뭇 여성들이 그 인간의 진실한 모습을 알게 되면 피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어서.
[단독 선공개]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평범한 취준생, 임솔.아이돌 그룹 ‘감자전’ 제5의 멤버 류선재의 덕후라는 사실을 숨긴 채일반인 코스프레 중이다.<속보> 아이돌 그룹 ‘감자전’의 멤버 류선재, 사망!그러던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류선재는 유명을 달리하고슬픔에 빠져 있던 임솔은 우연히 줍게 된 회중시계를 통해6년 전 과거로 타임 리프를 하게 되는데…….회색 바지에 흰 셔츠, 베이지색 니트 조끼.눈을 가늘게 하고 봐도, 부릅뜨고 봐도 선재였다.“선재야, 선재 맞네. 으어어엉. 진짜 있어. 진짜.”사진으로만 봤던 고등학생 류선재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이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류선재를 비운의 제5의 멤버로 감자전에 합류하지 못하게 할 기회.스물세 살에 감기약을 잘못 먹어서운이 없게도 생을 마감한 류선재를 살릴 수 있는 기회.다시 살게 된 열여덟, 목표는 단 하나.류선재를 살리는 것이다!과거에서 으뜸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임솔의 수난기, <내일의 으뜸>* * *고개를 뒤로 젖히고 팔을 눈 위에 얹었다.흘러내린 눈물이 귓바퀴를 스쳤다.학교가 떠나가라 대성통곡을 했다.알 게 뭐야, 꿈인데.여기 선재가 있으면 뭐 해, 현실엔 없는데.“선재야, 으어어엉. 류선재애애애. 진짜 존나게 사랑한다!!”선재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며 울고 있는데 갑자기 입이 확 막혔다.팔을 내리고 시야를 확보하자 눈앞에 선재가 있었다.선재의 큰 손바닥이 내 입을 가리고 소리를 막았다.선재의 눈썹이 삐뚤어진다.“한 번만 더 내 이름 불러 봐.”
사창가에서 자란 내가 세상을 구할 성녀라니,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나는 들판에 핀 제비꽃과 같은 하찮은 존재였다.천민이기에 경멸당했고,성녀이기에 숭배받았다.그러나 여기, 경멸도 숭배도 하지 않는 이가 있었다. 얼어붙은 강철같은 남자는 고요한 시선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나는 널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말 그대로, 그는 날 도와주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나와 함께했다.“네 앞에서 죽겠다.” 심지어는 죽음까지도.푸른 불꽃과도 같은 남자였다.그저 그 색이 차가워 불꽃인지 몰랐을 뿐이었다.그렇게, 기사는 제비꽃을 피웠다.
평범한 취준생, 해원. 그런 그녀의 일상에 한 남자가 성큼 들어왔다. 첫 번째 만남은 사이비에게서 구해준 은인. 두 번째 만남은 노상강도. “선우야, 그냥 그렇게 불러. 야, 라고 해도 되고.” 세 번째 만남에서 알게 된 그의 이름, 백선우.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해원은 서서히 끌리기 시작하고. 그러나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데……. * * * “너는 진짜 내가 만만한가봐.”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 “내가 그냥 네 발 아래에서 기었으면 좋겠어? 그걸 원해?” “…….” “너는 함부로…… 나를 기대하게 만들어.”
빙의한 몸이 하필이면 전과 15범의 악녀다. 용두사망 원작에 끼기도 싫고, 이번 생은 가늘고 길게만 살고 싶어 떠나 주기로 했다. 악녀는 그간의 악행들을 깊이 통감하고 반성하며 시골로 내려갑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그랬는데. “저를 키워 주세요!” 여주인공의 애완 용이자 나중에 미쳐 도는 흑막 꼬마가 여주 대신 나를 각인한 듯하다. 설상가상, 용 도둑으로 몰린 것도 모자라 남주에게 내 가장 은밀한 비밀까지 들킨 것 같은데…. “제가 언제까지 따라다니면서 챙겨 드려야 합니까?” 바로 체포될 줄 알았는데 웬걸, 이 남자에게서 훌륭한 집사의 싹이 보인다. “경, 안아 봐도 돼요?” “안 됩니다.” “그럼 안아 주면 안 돼요?” “…아주 그냥 절 쥐고 흔드시는군요.” 조금만 길들이면 될 것 같은데. 이참에 확, 진짜 집사로 종신 계약이나 해 버릴까? 일러스트: 도브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였던 초은은,친구이자 연인인 은호의 꿈을 위해 매니저와스타일리스트를 겸하며 그를 대세 스타로 만들었다.“헤어지자.”돌아온 건 이별 통보였다.눈앞에서 바람을 피워놓고 은혜를 배신으로 갚은,짐승 같은 놈.그 비참한 순간.자체발광하며 눈앞에 나타난 남자.죽어가는 대본은 살려내고,살아 있는 여자들은 앓다 죽게 만드는,현시대 최고의 톱스타 ‘차도진’은호의 라이벌이자 로망인, 스타들의 스타.우연한 기회로 차도진의 스타일리스트가 된 초은은,은호에게 카운트를 날리기 위해그를 유혹하기로 하는데.“제가 차도진 씨 좀 꼬셔도 될까요?”“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꼬셔봐요.”기꺼이 유혹을 허락받은 그에게, 자꾸만 초은이 넘어가기 시작한다.일러스트 By still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온전히, 대가 없이 받는 무한한 신뢰가 담긴 눈이라서. 그런 건 보통 짐승에게서나 나오는 것 아닌가. 안 그렇습니까, 리안 양?” 리안이라는 이름이 낯설었다. 자신이 지아로 산 세월만큼 리안으로 산 세월 또한 짧지 않은데 여전히 그 이름은 타인의 것인 것처럼 익숙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과 착각한 것 같습니다.” 뻔한 대답으로 눙쳤다. 기계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지아는 그의 인생에 다시는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게 사람이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네?” 그녀가 이마를 살짝 좁히자 트리스탄의 입꼬리가 눈앞에서 올라갔다. 말장난의 함정에 빠진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내가 키우던 짐승을 한 마리 잃어버렸는데 그쪽이라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지아가 이번에는 대답하지 않고 신중히 목 안쪽으로 말을 골랐다. “전 동물을 키워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요.” 동물을 키워 본 적도 잃어버린 적도 찾아 본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확인해 보죠. 아마, 리안 양이라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가 절대 모를 거라는 확신은 불안하게 흔들렸다 일러스트: 몬스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