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이고 담백한 문체가 격동적이고 열렬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특히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의 유럽, 벨 에포크(Belle Époque)를 그려낸 듯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단지 설정으로만 벨 에포크를 표현하고 등장인물로는 현대의 정서를 녹여낸 작품이 태반인데, 이 작품은 벨 에포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등장인물의 복장, 행동,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에서 그 흔적이 드러난다. 그 덕분에 나는 작품을 보면서 주인공, 유진의 모티브가 아인슈타인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작가가 시대상을 무시하고서 아인슈타인의 행적만 모티브로 삼았으면, 나는 주인공의 모티브가 아인슈타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시대상이 작품의 해석과 관찰에 중요한 지표가 되어준다. 비록 현실의 역사를 반영한 소설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이 소설만큼 시대상을 잘 표현한 작품을 보지 못했다.
잠재력은 훌륭했지만 막상 까놓고 보니 기대한 것보다 미흡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쓸데없는 내용에다 살을 붙이고 늘어지느라 작품의 원동력이 사라진다. 기대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도 모자라서 전혀 기대가 안되는 방향으로만 간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연료가 바닥나고 있는 와중에도 주유소에 가기는커녕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엄한 곳으로 가는 꼴이다. 여러모로 청개구리 같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주인공이 강해지고 적들을 무찌르며 히로인과 이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이 강해지는 것도, 적들을 무찌르는 것도, 히로인과 이어지는 것도 다 시원찮았다. 이 모든 게 일련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병렬적인 구조로 따로 놀아서 더욱 피곤했다. 그 때문에 주인공이 수련하느라 적들과 히로인의 비중이 줄어들고, 적들이 치열한 암투를 펼치느라 주인공과 히로인의 비중이 줄어든다. 히로인은 애당초부터 비중이 없다. 그런데 히로인의 비중을 줄여가면서 보여준 치열한 암투는 재미가 없고, 히로인도 한 명이 더 나와서는 나중에 분양이나 보내버린다. 여러모로 작가의 무빙이 최악이다. 안 그래도 작중 배경이 마교라서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래서야 누가 좋은 평가를 내릴까 싶다. 그런데도 잘만 갔으면 충분히 훌륭한 작품이었을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크다. 잠재력은 훌륭했다.



높은 평점 리뷰
소년의 삶은 그저 돛단배였다. 결국 바람이 나부끼는대로 항해하는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 끝에 도달한 곳이 어딜지는 더욱이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돛을 떼고 노를 저었다. 결국 자기 발로 따뜻한 세상을 떠나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고 전사로서 어른이 되었다. 그 과정이 시리고 아플지언정 알을 깨고 나온 자만이 진정한 세상을 볼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우리도...
니체가 말한 영원회귀의 결론을 운명애와 정반대로 해석한 소설. 주인공이 영원회귀를 고통으로 여기고 이러한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도를 궁구하며, 과거의 행복에 얽매이는 것이나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것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 자신의 결정을 더 강조한다. 해당 사상은 논어의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와 부처의 유언이었던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 언급되는 부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동시에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따라 더 나은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부분은 고통 속에서 인연의 무상함을 깨닫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간 주인공과 인연에 집착하며 현재를 장난감처럼 여긴 미래왕의 대비를 통해 알 수 있다. 삶은 곧 기적! 이것은 기적이 운명을 넘는 이야기다.
서정적이고 담백한 문체가 격동적이고 열렬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특히 19세기 후반이나 20세기 초반의 유럽, 벨 에포크(Belle Époque)를 그려낸 듯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단지 설정으로만 벨 에포크를 표현하고 등장인물로는 현대의 정서를 녹여낸 작품이 태반인데, 이 작품은 벨 에포크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등장인물의 복장, 행동,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와 문화에서 그 흔적이 드러난다. 그 덕분에 나는 작품을 보면서 주인공, 유진의 모티브가 아인슈타인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작가가 시대상을 무시하고서 아인슈타인의 행적만 모티브로 삼았으면, 나는 주인공의 모티브가 아인슈타인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시대상이 작품의 해석과 관찰에 중요한 지표가 되어준다. 비록 현실의 역사를 반영한 소설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 이 소설만큼 시대상을 잘 표현한 작품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