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를 맞으며 나는 돌아갈 거야 -우리가 행복했던 그때로 어딜 가든, 길거리에서는 같이 만들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소꿉친구이자 같은 밴드 멤버였던 배신자의 이름으로. 어떻게든 계속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무리한 연습으로 장점이던 음색을 잃게 되고. 이제 남은 것은 생각지도 못한 영업 사원이라는 직업과 더럽혀진 추억뿐이었다. “내가 이 판에 굴러먹은 지 벌써 십오 년이 넘었는데 너 같은 보컬은 아직도 본 적이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거나하게 취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열어본 홍대입구역 a87번 락커. 열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락커 문이 열리는 순간 기절을 하게 되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밴드 멤버들이 한창 공연을 준비 중이었다. 배신자와 함께. “지혁아. 노래 안 해?” 새로운 마음, 새로운 결의. “초 치는 것 같아서 미안한데, 바꾸자.” “이번엔 뭘?” “전부 다 바꿔야지.” 나는 바꿀 것이다! 우리의 밴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그렇게 최고가 되겠다!
소설은 하나의 세계와 수십억의 등장인물이 존재한다.하지만 히로인이나 조력자 같은'비중 있는 조역'이라면 몰라도그 외의 모두에게 이름이 있을 리는 없다.“춘동아 너는 몇 위야?”나는 나를 모른다. 이름이 왜 춘동인지도 모르겠다.이 세상은 내가 쓴 소설.그러나 나는 내가 단 한 번도 쓰지 않은 인물이 되어 있다.요원사관학교에 입학했다는 것 말고는 평범하기 그지없는,소설 속 그 누구와도 접점이 없는,소설의 지면 그 어디에도 이름이 적히지 않을 그런 인물.그러니까, 나는 소설 속 엑스트라가 되었다.……아니. 소설 속 먼지가 되었다.[소설 속 엑스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