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으로 태어나 외할아버지에게 학대당하다가 죽었다.내가 가문의 이능을 발현하지 못한 쓸모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기억을 가진 채 과거로 돌아왔지만, 선택지는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이대로 살다가 전생과 똑같이 학대당해 죽거나, 나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아빠를 찾아가거나. '다시 죽는 건 싫어.' 결국 나는 나를 끔찍하게 증오한다는 아빠를 찾아갔다.흑표 가문의 딸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로켓 하나를 손에 꼭 쥐고서. "제가……, 제가 여기서 지낼 수 있게 해 주세요." 내가 요청한 건 성년이 될 때까지의 보호.혼자 살 수 있는 나이가 되면 폐 끼치지 않고 나가서 살 생각이었다.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아이였으니까. 그런데……. "사랑하는 내 딸, 너를 건드리는 놈이 있다면 당장 그놈의 숨통을 끊어 버릴 거다."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던 아빠는 내게 너무 상냥하고, "야, 페르디. 너 자꾸 티엘 번쩍번쩍 안지 말라고. 요맘때 여자애들은 아주 섬세하게 대해 줘야 한다고 했단 말이야.""그 멍청한 이론은 또 어디서 배웠어? 티엘은 안아 주는 걸 좋아해." 무섭다고 생각했던 두 오라버니들은 나를 너무 좋아하는 데다. "티엘, 네게 이 흑표 가문의 가주직을 넘길 생각이다." 친할아버지는 갑자기 내게 가주직을 넘긴다고 한다. 저기…… 다들 저 싫어하시는 거 아니었어요?
독을 다루는 사천당가에서 태어났지만 독에 내성이 전혀 없는 몸.가문의 비전을 배우지도 못하는 여자아이.그렇게 쓸모없는 아이로 15년을 살았다.그런데 사실은 내가 만독불침이었다고?***가문을 배신한 백부는 나를 살해했고,아버지는 내 품에서 돌아가셨다.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돌아왔어……."나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내가 만독불침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채로.심지어 아버지는 독에 당하신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그렇다면,‘이번에는 당해 주지 않겠어!’우선 아버지의 독을 해독할 수 있는 해독제를 구하고,해독제를 만들어야 할 고모부가 파문당하지 않도록 막아 주었다.겸사겸사 백부의 마수에서 살아남기 위해 할아버지 밑에서 무공도 좀 배우고,남궁세가의 소공자도 좀 도와주었는데,“너는 사천당가의 딸이며 나의 손녀다, 어디서도 주눅들 필요가 없다.”가솔들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던 할아버지와,“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지킬 것이다.”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아버지,“나는 너를 돕고 싶어.”그리고 한평생 내 곁에서 나를 돕고 싶다는 남궁세가의 남궁청현까지.일이 이상할 정도로 잘 풀린다?“키이이이익!”게다가 어쩌다 보니 무림 최강 독사까지 손에 넣었는데……“천하의 모든 독물들이 아가씨의 길들임에 복종할 것입니다!”사실은 내가 독물들의 왕이라고 한다.일이 이렇게까지 잘 풀리길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무정한 칼날들이 춤추는 곳거센 풍파가 몰아치는 이 강호에서나는 무사히 복수를 마칠 수 있을까?
버림받은 줄 알았던 내가 남궁이 오래도록 찾던 아이였다.스승이라 부르던 혈마에게 죽임을 당할 때야 그 사실을 알게 되고,열세 살 아이로 다시 깨어난 나는 남궁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가족으로 인정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그저, 이전처럼 남궁이 허망하게 멸문되는 것을 막으려 했을 뿐인데…."가주님께서 아가씨께 내리신 패물과 비단, 금괴와 영약입니다.""자, 꼬맹아. 내가 주는 귀환 축하 선물이다."남궁에서 잃어버린 손녀로 인정받자마자맛있는 음식도, 귀한 의복도, 금은보화도, 질 좋은 검도 생겼다!나를 위해 울고 웃어주는 할아버지와 아빠가 생겼다.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가슴이 간질간질한 감각은 도대체 뭘까?내 손으로 죽였던 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기 위해서,이 간지럽고 따뜻한 감각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서,핏빛으로 물들 미래를 지난 생과는 다르게 바꾸려 하는데….* * * 남궁무천의 얼굴에 그늘이 서렸다.'이 아이는 정말로 살수로 길러진 것인가.'짙은 살기와 살수에게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는 속성의 검법은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망할 새끼.'남궁무천의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상스러운 욕지거리가 흘러나오려는 것을 손녀의 앞이라 속으로만 뇌까렸다.'내 손녀를 감히 살수로 기르려 해?'남궁무천을 감싼 푸른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The eun 장편 무협 로맨스판타지 소설 <남궁세가 손녀딸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