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은 씁쓸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붉게 충혈된 눈..일주일 전, 강원도에 있는 회사 연수원에서 연수를 받으러 갔다가, 갑작스럽게 번개를 맞은 것이었다. 방금 전까지 맑던 하늘이 갑자기 먹빛으로 변하더니, 번쩍하는 섬광 그리고, 우루루..쾅.. 기억나는 건, 뭔가 짜릿한 느낌이 몸 안을 관통했다는 것이다.정신을 차린 건, 병원 응급실이었다. 다행히, 몸에 큰 이상은 없었다. 다만, 2시간 정도 의식을 잃었다는 것과 그리고...이상한 능력이 하나 생겼다는 정도...여자들을 빤히 쳐다볼 수는 없었다. 경민에게 투시력이 생겼다는 건 꿈에도 모르겠지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성희롱이니 뭐니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대신, 경민은 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벽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새로 생긴 투시력은 벽도 가볍게 투시할 수 있었다.***옥상에 올라가니, 안면이 있는 두 녀석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가볍게 묵례를 하고 경민도 담배를 꺼냈다.“야, 너, 금값 올라서 돈 좀 벌었다며?”“3년 전에 1kg 짜리 골드바를 4천 5백에 샀는데, 요즘 금 시세 보니까, 6천 7백까지 올랐더라고. 아직, 판 건 아니고.”“그 정도면 괜찮지, 난 주식하다 폭망했는데. 금이 제법 값이 나가네. 그러고 보니 우리 고향에 동화사라고 절이 있거든.”“동화사?”“그래, 오래된 사찰인데, 거기에 금이 한 40kg쯤 묻혀있다고 그러더라고.”“금이 왜?”“한국전쟁 때, 북쪽 사람이 재산을 다 처분해서, 금으로 바꿔서 월남을 했는데, 무슨 일이 생겨서 다시 월북을 했다는 거야, 그런데 월북하면서 금은 다 동화사 어디 땅속에 묻고 갔는데, 영영 못 돌아왔다는 거지. 그 묻힌 금이 한 40kg쯤 된다니까. 6천 5백으로 계산해도, 6억 5천, 26억이네, 26억이면 로또네 로또야.”“그런데 헛소문 아니냐? 진짜 금이 있으면 그 절에서 이미 찾았겠지.”“아니지, 위치를 정확히 몰라서, 땅속을 다 파보기 전에는 찾기가 어렵다는 거지, 그런데 오래된 사찰이라, 절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서 함부로 파고 그럴 수도 없어.” “결국, 이래저래 못 찾는 거네, 야, 그만 가봐야겠다. 나, 외근 나가야 돼.”두 녀석은 담배를 대충 끄고는 계단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금, 26억, 로또? 26억이면, 로또 1등이나 마찬가지네, 그 정도면 인생역전 아닌가? 잠깐, 땅속에...당연히 땅속에 묻혀있는 거라면, 직접 파보기 전에는 위치를 알기 어렵다. 투시능력이라도 있기 전에는 말이다. 뭐야? 난, 투시 능력이 있잖아? 이 투시 능력으로 땅속도 볼 수 있는 건가?”
“절 구한 사람. 나으리십니까?”“밖이 부쩍 어두워졌습니다. 나중엔 방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어서 가시는 게…….”돌연 정우를 향해 상체를 숙인 계현. 그리고 기억을 더듬으며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부쩍 가까워진 거리에 놀란 정우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만다.계현을 바라보지 않으려 하지만 시선은 자꾸만 그녀를 향하고 만다.“방금 찾은 것 같습니다.”“뭘 말입니까?”“절 구해준 사람.”계현은 절대 잊어선 안 될 사람을 드디어 기억해 냈다.그리고 그러한 비밀을 숨겨야 하는 정우.정우와 계현의 엇갈린 운명으로 차씨 집안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윤지운의 하루는 안시하로 시작해서 안시하로 끝난다. 진단명은 상사병 말기. 합병증으로는 스토킹. 치료약은 오로지 안시하. 순정과 집착 사이에서 남몰래 사랑을 키우던 어느 날, 고삐가 풀려 버렸다. “사귀자. 잘할게.” “좋아요. 사귀자고요.” 지운은 무거운 것이 싫다는 시하가 달아날까, 넘치는 진심을 숨기느라 애먹는다. 그러나 터져 버린 마음을 막을 수가 없었고, 8년간 품어온 미친 사랑을 들키게 된다. 빙구남, 순정남, 집착남, 양파남, 조증남, 요섹남, 뇌섹남, 내 여자에게만 온탕남. “너는.” 없으면 나도 소멸이고, 있으면 하염없이 쫓게 되는 그런 존재. “내 빛이야.”
“너한테 단 냄새가 계속 나. 코를 박고 싶을 만큼.” 강현은 모난 성격 탓에 마음에 드는 것은 손에 넣어야 만족했다. 자신이 처음으로 흥미를 느낀 여자를 두 번이나 순순히 놓아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음영 진 얼굴로 메모지를 내려 두고서, 그 아래 깔린 서류를 들어 올렸다. [협의이혼의사 확인신청서] 시작은 분명 쇼윈도 부부였다. 단아의 이상한 능력과 강현의 상속 문제로 인한 계약 결혼. 그러나 단아를 알게 된 뒤 배운 감정들은 대개, 강현을 돌게 만들었다. 윤단아는 서강현에게 그런 존재였다. 없으면 미치겠고, 눈앞에 두고 보면 더 환장하겠는.
아찔한 외모를 지닌 섹시한 일 중독자, 황제왕 교수.새로 개관한 신관 실내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가뿐한 마음으로 샤워장에 향한 그,개운하게 사우나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둥그런 여체가 하나 보인다. 그런데 이 여체, 어딘지 낯이 익다. '헉! 왜 강의실에서 본 아이가 홀딱 벗고 눈앞에 있는 거지?'패닉에 빠져버린 제왕, 그날 그는 난생 처음으로 혼란에 빠지고 마는데…….운명의 남자를 만나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고 싶은 평범한 대학생, 한송이어느 날 치명적인 실수로 깐깐한 황제왕 교수의 눈 밖에 나고 만다.'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제발!'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애절한 목소리. 하지만 돌아오는 건 스토커라는 차가운 의심 뿐.과연 송이는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할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똑같은 옛날 배경의 꿈을 반복해서 꾸던 나비,임용고시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홀로 떠난 여행지에서자신을 ‘달희’라고 부르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그리고 그날 밤, 그녀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완전히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꿈속의 여인을 찾기 위해 배우의 길을 선택한 진무,긴 세월 동안 애타게 찾아 헤맸던 그녀가 마침내 눈앞에 나타났다.“달희……. 정말로 존재했었군.”혼란과 희열, 그리고 강한 집착이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켰다.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아무래도 좋다. 이제라도 만났으니, 다시 그의 여인으로 만들 것이다.“꿈속에서 사람들은 나를 달희라고 불러요.”“나도 그래요. 꿈속에서 당신을 달희라고 부르죠. 그러니 어서 나를 기억해내요.”웅장하고 화려한 율국의 황궁에서 벌어지는 핏빛 권력 암투와 애절한 사랑 이야기.
잘생긴 이웃집 오빠와의 험난하고 야릇한 과외수업 체험기!과연 다명은 무사히 S대에 입성할 수 있을까.단발머리에 하얀 얼굴이 귀여운 재수생, 한다명.수도권 외곽 전원주택으로 온 가족이 이사 온 첫날,우연히 이웃집 오빠의 나신을 목격하고 마는데…….“애…… 호…… 박……!”믿을 수 없는 크기에 가까스로 그 한 마디만 내뱉고 기절해버린다.그런데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것’을 본 것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데 그 남자에게 과외 수업을 받으라고?오오, 노오! S대 최고의 킹카이자 수재, 곽도진.제 잘난 맛에 사는 에고이스트가 이웃집 평범한 소녀에게 무보수로 과외 봉사를 해준단다.도대체 왜? 어째서?“감히 내 걸 봤겠다. 으드득!”“앗! 거, 거긴 안 돼…….”
*본 작품은 기존 출간 작품을 15세 이용가로 재편집한 개정판입니다.* 이승희 님의 [살 내음]은 ‘더로맨틱 기획 - 후회물 시리즈’의 작품으로, 인기 로맨스 작가 이승희, 비향, 장현미, 정은숙 님이 각자의 감성과 이야기로 ‘후회물’이라는 주제를 풀어낸 4人 4色의 특별한 로맨스입니다.“사람들이 그러더군, 내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냥꾼이라고. 나도 그 별명이 마음에 들어.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반드시 갖고야 말거든.”“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결국엔 계약서에 사인하게 될 거야.”무슨 이런 정신 나간 놈이 다 있는 거지?처음 본 남자가 ‘사귀자’는 것도 아니고 계약 기간 동안 ‘관계’를 갖자니!더군다나 그 정신 나간 놈이 그 유명한 기업 사냥꾼 마크 패스벤더라니,그 유명한 남자가 도대체 왜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자신에게그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것인지,진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결국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을 위해그의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는데…….오로지 계약으로만 시작된 관계,비틀려 버린 관계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점점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이미 처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엇갈려 버렸다!
“소장님, 어때요?”“뭐, 뭐가요?”“오늘 밤, 나랑 잘래요?”처음이다, 누군가를 갈망하는 건.역시 처음이다, 맹목적인 이끌림은.그것도 2년이나 지켜본 남자에게 뜬금없이 빠져들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1년 365일, 무표정의 대명사답게 그 누구에게도 일절 관심조차 없었던 난데,난데없이 달빛 아래 비친 뒷모습을 보고 심장이 덜컥 뛰어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것도, 직장 상사로 내내 알아 왔던 최우진 소장을 상대로.질척거리는 연애는 싫다.하지만 자고 싶다, 그 남자 최우진과.그래서 나는 불도저 공대생답게 과감하게 그에게 물었다,“소장님, 나와 자지 않을래요?”
“자운 그룹? 그깟 것 관심 없어. 내가 원하는 건 너. 바로 너니까.”윤서래는 강은석의 모든 것이었다.그런데, 웃기지도 않은 이유로 마땅히 그의 것이야 했던 그녀를 잃었다.그리고 7년 만에 재회했다.그의 눈앞에 다시 나타난 윤서래.심장은 단숨에 7년이라는 시간을 거스른다.관심 없던 후계 전쟁에 뛰어든 것도 오직 그 이유 때문이었다.그녀의 마음을 얻는 자가 자운 그룹을 가진다는 ‘게임의 룰’ 때문에.그래서 은석은 그녀를 위해 자운 그룹을 가지기로 했다.“도망쳐 봐. 세상 끝까지 따라갈 테니까.”이번에는 널 죽여서라도 가질 거야.그만큼……“널 원하고 있어.”표지 일러스트 : 몬스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