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어.”누구에게나 선 긋는 걸로 유명한 월드 백화점 대표 구태주.그에게 찾아온 불행 같은 사고를 목격한 고객센터 직원 오사라.정전이 깜깜한 어둠을 가져왔던 날, 사라의 정신도 같이 나가버렸다. “잠시 확인 좀 할게요.”사라의 우발적인 입맞춤에 이어진 불같이 뜨거운 키스. 전신이 녹아버릴 것 같은 감각에 뒤늦게 그를 밀어내지만.“왜 그만해야 하지? 서로 확인해보자고 한 거 아닌가? 그 말을 꺼낸 건 오사라 씨인 걸로 아는데.”“그, 그건 맞지만.”쏟아져 내린 태주의 까만 머리카락 사이로 비친 그의 눈을 보고 깨달았다.아. 멈출 수 없겠구나.“그렇다면 멈출 이유가 없군.”역시나.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목소리에 심장이 조여왔다.저를 탐하는 태주의 눈은 음욕에 짙게 물들어 있었다.
“형 대신 나는 어때.”첫사랑인 태경이 결혼 소식을 전한 날, 충격에 빠진 유진에게고등학교 동창이자 태경의 동생인 단우가 느닷없는 제안을 건넨다.“형이랑 나, 꽤 닮았잖아.형 대신 나랑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미친놈.”유진은 그것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는데…….“내가 결혼하지 말라고 하면 형은 혜정 누나랑 결혼 안 할 거야.너도 알잖아, 형이 나를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지.”“…….”“나랑 2주, 아니 한 달만 연애하면 형한테 결혼하지 말라고 할게.”김단우는 형의 죄책감을 교묘히 이용하는 악질이었다.그리고 유진은…….“좋아. 대신 약속은 꼭 지켜.”김단우보다 더 악질이 되기로 했다.#계약관계 #몸정>맘정 #소유욕/집착 #친구>연인 #계략남 #무심녀
〈네, 이혼해 드릴게요.〉아넬리아 로사린,원작 남주인 루든이 여주와 눈이 맞자엄청난 호구력을 발휘하며순순히 이혼해 줘 버린 비운의 서브 여주.책을 덮고 극심한 두통에 정신을 잃었다가눈을 뜨니 소설 속이었는데……하필이면 바로 그 호구력 만렙인 그녀가 나라고?어처구니가 없었던 것도 잠시,기왕 이렇게 된 것 처음 보는 자리에서남주에게 계약 결혼을 하자고 했다.“그럼…… 파혼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결혼 계약. 계약서를 써요.”자, 난 더 이상 호구가 아니야.원작 여주한테 갈 남주 따위 마음 한 톨도 주지 않을 테다.그렇게 결심했건만…….“부부가 될 사이인데, 키스 정도는 괜찮죠.”“이런 건 건전하지 못해요.”“약혼녀를 두고 건전하게 행동할 남자는 없습니다.”혹시 다른 꿍꿍이라도 있으신가요?낯설게 왜 갑자기 잘해 주세요?#소설빙의 #여주사이다 #무심>다정남
노예 출신의 마물 헌터 웨니에코.언니가 있는 황궁에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황실기사단」에 입단하는 것 뿐.“만약 네가 꽤 쓸만한 소환수를 데려갈 수만 있다면 뭐, 입단은 따 놓은 당상이지.”동료의 말에 웨니에코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천년 늑대의 심장!?‘늑대의 심장을 쥐는 자가 대륙을 손에 넣는다’은색의 털, 황금빛의 눈동자. 불사의 몸을 가진 신수 천년 늑대.“난 너 같은 인간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좋아하게 만들어줄게. 나를.”목숨을 건 사투 끝에 결국 성공한 소환 맹약.맹약을 맺으면, 소환수는 소환사의 ‘통증’을 공유한다.그런데, 어째서…?인간화한 천년 늑대의 얼굴을 본 순간.심장이 미칠 듯이 뛰는 걸까.
대한민국 최고 헌터와 원치 않은 결혼. 그것이 이렇게나 피 말리는 일인 줄은 몰랐다.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이혼해요, 우리.” 고된 시집살이와 냉정한 남편 때문에 이혼을 결심한 순간,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힐러 님! 힐러 님, 정신이 좀 드세요?” 갑자기 힐러로 각성해 인생 2회차를 맞이했다! 뭔가 이상하다. 난 그냥 대한민국에서 흔하디흔한 일반인, 백하은인데.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웬 노인이 다짜고짜 절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오랜 시간 마왕님을 기다렸습니다.” 예? 마왕요? 대체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북부의 도살자’라는 살벌한 별명을 가진 북부의 냉혈남 프란시아. 그는 그레이엄 후작의 부탁을 받아, 그의 손녀이자 귀족 사회에서 신비주의로 소문난 릴리를 신부로 맞이한다. 그런데 이 여자, 겨우 프란시아의 가슴에 닿을 만큼 작은 데다가 “혹시, 결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응, 결혼이란 건요, 같이 가족이 돼서요, 만날 손을 잡고, 만날 마주 보고 웃는 거예요!” 세상 물정은 아나 싶을 정도로 너무 순진하고 해맑다. 살면서 이런 생명체는 처음 본 프란시아는 난감하기도 한 한편, 그녀를 볼수록 꿈틀거리는 낯선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다 깨닫는다. “내 아내가 무척 귀엽다……!” 귀여우면 좀 물고 빨고 핥아도 되건만. 자신의 힘과 큰 몸, 그리고 주변 환경으로 인해 그녀가 다칠까 걱정되었던 프란시아는 고민 끝에 결정한다. ‘이혼하자.’
“그럼 보여 줘요. 내 파트너로서의 자질.”그저 에둘러 거절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첫 만남부터 계약 조건으로 결혼을 제시한 이 남자에게서 빠져나가기 위해.하지만 이 남자는 물고 놔줄 생각이 없었다. “하나라도 보여 주면 됩니까?”이 남자와 매칭이 됐다는 건, 말 그대로 모든 게 잘 맞는다는 것.“제일 확실한 거로 갑시다. 하룻밤만 빌려줘요.”남자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날카롭게 박혔다.“우리는 그 누구보다 잘 맞을 겁니다. 파트너로서.”“…….”옭아매는 시선은 지독하리만큼 무력하게 만들었다.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모든 게 무색했다. 감히 어딜 도망가려 하냐는 듯 그에게 끝없이 끌려가는 기분이었다.그런 남자가 서하 자신의 동아줄이 되리라곤 예상치도 못했다.“……신도헌 씨. 그 계약, 아직 유효한가요?”하지만 어떤 것이든 끔찍한 과거에서 달아날 수만 있다면.“그렇습니다.”“그럼 해요. 그 결혼.”붙잡고 봐야지. 살기 위해서.
'외모면 외모, 학문이면 학문, 무예면 무예. 이제껏 여인에게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수현’선대왕의 유일한 공주인 ‘소혜’는 기방 한 번 드나든 적 없다는 난공불락 같은 그를 함락시키기 위해 온갖 유혹의 기술을 동원하게 되는데...“무슨 책을 찾으시오?”“왜. 그런 것 있지 않소? 조금 은밀한 그런 것…….”“은밀한 것……?”소혜는 주위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남녀가 연애하는 내용 말이오.”“아…… 진즉에 그리 말할 것이지. 어떤 종류를 원하시오?”“종류도 있소?”“당연한 것 아니요? 취향 별로 다 마련되어 있소.”“그…… 여인이 치명적이라 사내를 유혹하는 내용이면 좋겠소.”세책점 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책 한 권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 책이라면 마음에 드실 거요.”“치명적이오?”“아주 치명적이오. 특히 마지막에는…….”여기까지 말한 세책점 영감은 갑자기 아까까지의 무신경한 태도를 버리고 눈을 빛냈다.“깜짝 놀랄 만한 것이 들어 있소. 그대로만 하면 사내란 사내는 전부 넘어갈 것이오.”
※ 『디어 유어 디어』는 『디어 마이 디어』의 후기 모음집입니다.중등 산타 교육 기관의 졸업식 날, 작고 귀여운 꽃사슴과 루돌프 계약을 맺은 루카스는 상급 산타 교육 기관의 졸업을 1년 앞두고 자신의 사슴과 3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이상하다. 내가 계약했던 건 분명 작고 귀여운 꽃사슴이었을 텐데 내 사슴이 뭔가 좀 많이 크다?↓ 내 꽃사슴은 분명 이랬었는데!(본문 중)햇빛도 잘 안 닿는 구석진 자리의 수풀 안쪽에 아기 사슴 하나가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일 만큼 작게 웅크리고 있었다. 수풀 앞으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았다. 어둠 속에서도 사슴의 커다란 눈망울이 또릿또릿하다. 눈을 마주치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안녕? 나는 루카스라고 해.”갑자기 나타난 나에게 관심이 없는 건 아닌지 수풀 위로 쫑긋 솟은 귀가 움찔거린다. 아이 쪽으로 한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만나서 반가워. 네 이름은 뭐야?”수풀 앞으로 바짝 들이민 손가락에 축축한 코끝이 닿았다. 경계심을 풀 때까지 손을 내민 채 끈기 있게 기다렸다. 손가락 끝을 스치는 날숨이 간지럽다.충분히 냄새를 맡는 걸 기다렸다가 손을 몸 쪽으로 물렸다. 잠시 후, 수풀이 흔들리며 작은, 정말 작고 귀여운 아기 사슴이 걸어 나왔다. 수풀을 나서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한 건지 비틀거리는 걸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잡아 품에 안았다. 내가 갑자기 잡는 바람에 겁을 먹고 달아나려고 바동거릴 줄 알았는데, 웬걸. 사슴은 살포시 고개를 내 가슴에 묻고 비비적거렸다.↓ …누구시죠?(본문중)그냥 한눈에 딱 봐도 거의 2m 가까이 되는 듯한 키 때문인지 남자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위축이 되는 느낌이었다.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이 철철 넘쳤다. 소심한 나와는 잘 안 맞는 타입.일단 저 거대한 뿔부터가 부담스럽다. 꽃사슴과는 다르게 물갈퀴처럼 넓적하면서 두께도 제법 있는 든든한 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와. 대단하다. 뿔만 봐도 기가 질리는 것 같아.얼굴만 따로 보면 피부도 하얗고 눈빛도 말가니 참 곱게 생겼다. 근데 저 대단한 뿔과 단단한 근육으로 뒤덮인 몸과 만나는 순간 그 고운 얼굴마저도 박력 넘치게 변한다. 와우. 누구네 루돌프가 이렇게 대단해?
"내가 널 위해 무슨 짓까지 했는데?"친구의 야망에 휘말려 황제의 정부로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 라모나.그런데 10년 전으로 시간이 되돌려졌다……?당혹스럽긴 했지만 라모나는자신의 과오를 수습하고 새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제국 최고의 미남이자 권력자인 메닝엔 공작,로베르트 메닝엔을 찾아갔다.하지만.“세상은 역시 나같이 잘나고, 매력적인 남자를 가만히 두지 않지.”“저기요? 각하?”“그러니까, 결국 그쪽도 그거 아닙니까. 계약 결혼 제안.”어쩐지 제 잘난 맛에 사는 이 남자를 잘못 건드린 것 같다…….“오, 라모나. 나의 천사, 나의 사랑. 당신의 손길이 너무 짜릿해.”그제야 라모나는 깨달았다.사람들이 그를 재앙의 주둥이라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걸.#계약관계 #회귀물 #능글남 #능력녀 #자존감과잉 #재앙의주둥이 #이런날견뎌 #잘생기면다야?
스투아투 국왕의 사생아로 태어난 아이린 그녀는 날 때부터 궁에서 버려져 이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 이모에게서 도망쳐 자유를 찾으려 했지만, ‘왕위 계승 서열 3번째인 아이린이 낳은 아이가 스투아투의 왕위를 잇는다!’ 자신이 버린 사생아로부터 차기 지도자를 받아내려는 국왕의 계략에 신변이 위험해진다. 남자들은 아이린을 차지해 후대 국왕의 아버지가 되고자 하지만 아이린은 자신을 한 여자로서 사랑해주고 지켜줄 남자를 찾아 도망친다. 그러던 중 보르나데의 자작나무 숲에서 북부의 공작, 카딘 르미네를 만났다. 아이린은 그가 자신의 운명임을 직감한다. ‘저 사람이다. 나를 구해줄 남자. 저 사람에게 매달려야 한다.’ 카딘도 똑같은 짐승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린. 갖가지 방법으로 유혹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카딘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었는데…….
이복 여동생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기고 목숨까지 빼앗긴 공녀 에밀리. 회귀한 그녀는 살기 위해 공작가를 도망치기로 한다. 하지만 도망가던 중 괴한에게 납치될 위기에 처한 에밀리. 그때, ‘아빠’와 ‘오빠’를 자처하는 의문의 남자들이 나타나는데……. “내 딸에게서 손 떼.” “제 동생을 놓아주면 목숨만은 살려 드리죠.” ‘우리 아버진 저렇게 젊지 않아. 그리고 난 오라버니가 없는데……?’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지? 공작가 구박 소녀 에밀리에서 백작가 부둥부둥 막내딸로 다시 태어난 엘리사벳의 인생 2회 차 잘 먹고 잘살기 프로젝트!
회귀 4번, 빙의 1번.도합 5번의 삶을 새로 살게 되었는데.아무래도 이번 생도 망한 것 같다.“이번에는 죽기 싫어!”원작 남주인 황태자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래서 미래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목이 잘린 반란군 수장을 찾아가서 파트너 제의를 했다.“서로 치명적인 걸 알고 있으니 동업하죠.”“협박인가?”“혼자 죽진 않겠다는 소리죠. 대신 황제로 만들어 줄 테니, 개국 공신으로 인정해주고 안전을 보장해줘요.”이놈을 잘 구슬려서 비즈니스 파트너 자리도 쟁취했으니, 남은 건 이 사람을 새로운 황제로 만들어서 황태자를 내 인생에서 영원히 치워버릴 일만 남았는데…….비즈니스 파트너만 원했는데 자꾸 다른 파트너 자리를 노린다.“우린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관계일 뿐입니까?”뜬금없는 질문에 의아해졌다. 그럼 그것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한 거지? 싶어서 루펠로스를 바라보는데, 그는 유쾌한 미소를 지었다.“개국 공신에 안전을 보장해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주 완벽한 자리를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그렇게 말하며 그가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살짝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너머로 보이는 루펠로스의 눈빛은 기이하게 번득이고 있었다.“초대 황제의 황후 자리라면, 아주 완벽한 자리일 듯합니다만.”#빙의물 #회귀 #사이다 여주 #집착남 물리치기 #입덕부정기 남주 #존댓말 남주 #어떻게든_원작 남주를_처리하자 #그런데_나한테_왜그러세요일러스트 By GYU(@gyussi7410)타이틀 By 타마(@fhxh0430)
[ 축하합니다♥️ ][ 당신은 각성자의 자질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각성 시스템 관리자다.상상하는 그거 맞다. 인간 하나 데려다가 휘리릭~★얍! 해서 각성시켜 키우는 게 내 일이다.하지만 관리자로서의 첫 임무, 첫 배정, 첫 각성의 부푼 꿈은 한방에 와르르 무너졌다.저놈 때문에.“각성, 안 해. 그만 좀 귀찮게 해.”그는 각성을 쭈우욱 거부하고 있거든.알았어. 이제 마지막이야.이번에도 안 하면 각성하든 말든 이제 손 털고 다른 인간을 찾아볼게.그러니까……이번엔 좀 낚여주시면 안 될까?일단 각성부터 해봐. 내가 쑥쑥 키워줄게.**그런데 나 이제 알 것 같아. 각성 안 되는 이유.님 정체가……“하라는 거 다 한다고. 각성 그거 해. 누구 마음대로 날 버려.”어떻게 내게 말을 걸어? 눈도 마주치네? 헐, 손도 잡아.시스템 관리자는 인간들이 볼 수도 만질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게 정상 아니었나?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 거지?언제부터 저게 다 가능했던 건지 모르겠다고.#시스템관리자여주 #세계관최강 #발랄_긍정_TMT #EX급헌터예정남주 #헌터중최강 #길들여진염세남#남주랑여주랑 손잡고 세계멸망or구원
촤라락. 공중으로 내던져진 돈 뭉텅이가 바닥으로 흩어졌다. “요구하셨던 것보다도 많을 테니, 주워서 세보시던가요.” “이… 이게 지금 무슨…!” “그럼 이만.” 나는 그대로 찻집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당황으로 물든 여자가 어버버 하는 것도 잠시. 문 너머로 찢어질 듯 날카로운 분노의 외침이 들려왔다. **** 아델트에서 카시안을 처음 마주쳤던 언덕을. 그와 함께 걸었던 길을 달렸다. 기나긴 엇갈림 속에 드디어, 그가 보였다. 우리 집 대문 앞에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앉아있는 카시안이. 나는 한결 느려진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빗소리에 내 기척을 눈치채지 못한 그는 여전히 심각한 표정이었다. 고개를 무릎에 묻었다가, 푹푹 한숨을 내쉬었다가. 게다가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 건지 그 역시 나처럼, 비 맞은 강아지처럼 쫄딱 젖어있었다. 나는 온전히 카시안의 앞에 섰다. 그리고 내 양손으로 그의 양 볼을 감싸 쥐었다. 그의 고개가 천천히 들리며 물기 어린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 시아라…?”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요. 바보 같아 정말….” 나는 단숨에 끌어안았다. 젖은 옷 사이로 서로의 체온이 느껴졌다. 그가 들고 있던 우산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진짜로, 진짜로 나한테 왔어. 오겠다더니, 진짜로 왔어.”
서라국의 황태녀 황여안. 담 너머 들리는 아름다운 가락에 마음을 빼앗기다.어쩌면, 나의 미련한 연모의 시작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선 당신을 눈에 담은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그저 귀에만 담아 둘 것을. 지나쳐 갈 것을. 호기심이 뭐라고 담을 넘어 당신을 보았고, 눈에 담았고, 어리석게도 마음에 품었다. 그 아름다운 가락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혼인 후 초야를 거부하는 당신을 보며 알았다.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만들었던 그 가락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곡이었다는 것을.봄날에 부는 바람처럼 온화하던 당신의 눈동자에 나를 향한 원망이 비쳤다. 그날 나는 결국 당신에게서 도망치고 말았다. 비겁하게.그렇게 남보다 못한 부부로 지낸 지 어언 5년이 되던 해. 나는 당신을 놓아주기로 했다. * * *“가지 마십시오.”5년을 한결같이 차갑던 사람이다.“저조차 몰랐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관절 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그랬던 이가 내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다른 이도 아닌 당신이.“해서 후회합니다.”고아하던 당신이.도도한 달님 같던 당신이.“잘못했습니다.”내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니 제발 그리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저를 지나치지 말아 주십시오.”그토록 간절했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내가 당신을 놓으려 할 때가 돼서야. 당신은 나를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