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를 보고 잤을 뿐인데, 대뜸 천마로 착각당했다. 희대의 살인광, 천마신교 9대 교주 무혈천마 천호명. 그런 그도 웹소설 <도왕 무림 정복기> 속 캐릭터일 뿐. 결국엔 주인공 팽도천의 손에 죽을 운명이…었다. 내가 천마 천호명의 몸에 빙의하기 전까진 말이다. ‘데드 엔딩만큼은 피해야 돼.’ 죽음을 피하기 위해선 전쟁부터 멈춰야 한다. 그래서 마인들에게 곤륜파 태상장문의 수급을 돌려주라 명했는데…. “곤륜파가 이 일을 정식으로 무림맹에 회부한다 합니다!” “천마께서 의도하신 대로 신교의 진출이 머지 않은 듯합니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어째 마인들이 점점 더 날 존경하기 시작한다?!
미각성자 던전 보초, 한상우.내가 온갖 게임의 랭킹 1위였던 것도 한때에 불과하다.10년 전, '그 사건' 이후 세상은 바뀌었다.게이트와 몬스터와 헌터의 시대.더 큰 오락이 생긴 세계에서도, 나는 여전히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었다.하지만 탑급 랭커에게 랭킹 1위를 빼앗긴 어느 날.동시에 던전 브레이크를 맞은 어느 날.[각성 조건 확인][자격이 부여됩니다.][각성 : 하이어의군주를 획득합니다.][캐릭터 소환 : 땡길거야]메시지와 함께 내 앞에 나타난 신원미상의 기사는.“제 이름은 땡길거야. 황혼을 지키는 수호 기사입니다. 당신이십니까, 제가 모셔야 할 군주가.”내가 키운 게임 캐릭터였다.
현 황제의 의형제와도 같은 사이였으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갑주를 걸치고 금군(禁軍)을 이끌었던 희대의 명장(名將), 진철산.평생을 전장에서 살았던 그가 온몸이 난자당한 채로 천천히 죽어갔다.‘……후회합니다.’아무리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면, 오히려 욕심을 냈을 것이다.북벌을 성공시킨 대장군의 이름으로 황실을 발아래 놓았을 것이다.전신(戰神)이라 불리던 자신을 시기하고 모함하려던 작자들의 목을 쳐서 황실 곳곳에 세워 놓았을 것이다.‘나는…….’황실을 위한다는 위명 아래 진철산이 죽었다.그후로부터 50년.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진철산은 악자운이라는 어린아이의 몸을 빌려 다시 숨을 쉬고 있었다.‘이 불쌍한 늙은이에게 기회를 주려 함이었소? 아니면 후회하던 것들을 바로 잡으란 말이오?’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없고, 말하더라도 쉬이 믿어주지 않을 만한 이야기.하지만 분명한 사실.‘……여전히 옥좌를 붙들고 있다지. 그 추잡스러운 탐욕을 버리지 못하고 말이오.’‘하지만 더 오래 살아주시오. 내가 당신을 마주할 때까지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