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인생 속 단 한줄기 빛인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보답은 고작…. “말썽 피우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나간다느니 또 허튼소리 하면 그땐 무사가 아닌 족쇄를 달 거니까.” “…이럴 거면 그냥 개를 키우시지 그러셨어요.”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제 주인이 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여인도… 일방적인 사랑도. “저를 개처럼 여기시는 걸 모를 줄 아세요?” 이름조차 빼앗긴 여인의 눈에는 울분과 서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전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 이곳에서 나갈 거예요.” “하, 누가 그래도 된다고 했지?” “제가요. 저 스스로 결정했어요.” 태양을 받드는 카산의 아홉 손, 무트란의 정부는 오늘부로 사라질 것이다. 이것은 오만하고 이기적인 당신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진심이었다.
어린 나이부터 신을 모시고 무당으로 살아가던 연희. 사람들을 상대하며 부적을 그리고 부채를 휘두르던 삶이었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찾아온 죽음. ‘쥴리아 로벤하르츠’로 태어나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제 무당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만 있다면…… [흐흑, 제 원한을 풀어주세요.] “그건 신전으로 가세요.” [너무 억울해요! 길가다 벼락 맞고 죽다니……!] “인생이란 다 그런 거예요.” 근데 어째 이번 생에서도 자신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귀신들은 끝도 없고. “제 이름은 리오 시리우스 에페시아. 에페시아 공국(公國)의 공왕이자 현재 프로렌 왕국의 총사령관.” 이리저리 피곤한 쥴리아의 삶에 불쑥 끼어 든 남자 하나. “부디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부유한 자신의 재산을 선보이며 쥴리아를 유혹한다. 이미 산더미처럼 쌓인 청혼서도 많은데 결혼은 무슨, 귀신 상대하기도 바빠 죽겠다! “그럼 거래를 합시다.” 청혼을 거절하자 기다렸다는 듯 일거리를 준다. 찜찜하긴 한데 눈앞에 백지수표가 왔다 갔다 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좋아요. 뭔데요?” 일단 돈이나 벌고 보자.
천 년 만에 용을 살해한 슬레이어, 종전을 이끌어 낸 시대의 영웅 도미닉 레게논.그는 왕의 견제로 인해 보상은커녕, 후궁 아델하이드의 호위 기사로 임명받는다.그러나 아델하이드에게는 추문이 있다. 첫째는 그녀가 망국의 왕족 출신이며, 현재 제 나라를 멸망시킨 왕의 후궁으로 산다는 것. 둘째는 전 호위 기사들이 모두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는 것.가치관부터 신념까지 모든 게 도미닉과는 대척에 서 있는 이였다.하지만 아델하이드와 서재에서의 만남이 잦아질수록 그의 세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하는데…….분명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모호해지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묘연해져 버리고 만다.“당신이 모른다 해서 세상에 있는 일이 없지는 않아요.”***언젠가 같은 자리에서 다른 생각을 했었다.불쾌하고, 비속하고, 긍지도 명예도 없는, 사랑받음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라고.그러나 사랑에 빠진 청년의 변덕이란 짐승만 못해서,그 생각들은 이제 조각난 꽃줄기보다 몹쓸 것이 되었다.세상 모든 소중한 것을 안겨다 주어도 모자란 여자였다.
“은혜를 갚기 위해 왔습니다, 일레나 님.”일레나는 만신창이의 남자를 주워다 정성껏 돌봐줬다. 치료해놓고 보니 흐뭇하게도, 남색 머리에 황금안을 지닌 엄청난 미남이었다.제 이름이 체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던 꽃미남은, 어느 날 편지만 한 장 남겨놓은 채 날아가버렸다.그리고 1년 뒤, 일레나는 제집을 둘러싼 시커먼 무리를 발견하는데.“정말 대공 전하가 맞으시다구요?”“예. 맞습니다.”“대체 왜…… 대공 전하가 대체 왜.”“은혜를 갚기 위해서입니다.”돌봐줬던 꽃미남은 은혜 갚는 대공이 되기 위해 돌아왔다.체르디에 르벤다르트, 르벤다 제국의 대공.일레나가 한사코 거절하는데도 은혜를 갚겠다며, 물러나질 않고 버틴다.“그러니까. 같이 갑시다. 제국으로.”“대공님.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여길 떠날 수 없어요.”“그럼 저도 여기 있을 텐데요?”일주일의 실랑이 끝에, 결국 일레나는 르벤다 제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대공가에서 일레나는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서서히 제 목표를 정비한다. 그녀는 본디 로지아트 자작가의 영애, 하나 가문은 누명을 뒤집어쓰고 멸문당했다. 원수들에게 복수를.“저는 도와드릴 수 있거든요. 일레나 님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그런데 이 남자. 뭐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왜 자꾸만 이런 말을 하는 거지?“모든 건 일레나의 뜻에 달려 있습니다.”그리고 나는 왜 자꾸 흔들리는 거지?#표지 일러스트 : 러기
“왜 나만 남자인데!”빙의 후 갑자기 성별이 바뀐 것도 억울한데, 내가 소설의 남자주인공이란다.그것도 여자주인공 아이린의 인생을 홀라당 말아먹는!엄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는 없으니 최대한 열심히 살아보려 했다.그렇게 아이린과는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었고,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어야 할 서브 남주 유진과는……썸을 타고 있는 것 같다.“이 꽃 예쁘다. 유진 너랑 닮았어.”“나랑 닮은 게 어떤 건데? 막 사랑스러운가?”*** 유진이 굳이 내 옆으로 따라와 바싹 붙어 앉았다.그의 입술이 내 귓가로 다가왔다.“조심해. 세상엔 나쁜 사람들이 많잖아.”“그, 그렇지.”근데 지금은 네가 제일 나빠 보이는데.다시 여자가 된 나를 유진이 알아볼 리가 없는데,또 내가 좋다는 걸 보면 유진도 취향이 참 한결같았다.
결혼식 사흘 전,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바람났다. 그것도 모자라 그 내연녀를 결혼식 축가로 세웠다. 축가를 부르는 약혼자의 내연녀와, 그녀를 아련하게 바라보는 약혼자를 보며 마침내 깨달았다. 이 결혼, 도저히 못 해 먹겠다고. 나는 멀뚱히 나를 바라보는 주례와 하객들을 향해 또렷하게 선언했다. “저 못 하겠습니다, 이 결혼.” 싸늘하게 식은 분위기를 박차고 나가려는 순간. 이미 개판이 된 결혼식장 한가운데서 그가 벌떡 일어났다. “그럼 나랑 해, 결혼.” “미쳤어요? 남의 결혼식에 이게 무슨 난장이에요.” “남의 결혼식은 방금 끝났고, 이젠 내 결혼식이지.” 그런데 결혼식을 엎자마자 청혼을 받았다. 아니, 왜 이러세요? 우리가 언제부터 알콩달콩한 사이였다고?
피폐, 그것도 19금 소설 속 남주에게 살해당하는 전처란다. 무를 수도 없다. 이곳에서 눈떴을 땐 이미 결혼 서약이 끝나 있었으니까. 남편이 뭘 하는지 몰라도 자주 피칠갑이 되어 돌아오길래 주먹구구식 치유술을 배워서 써먹었는데, 원작과는 달리 남편의 아리따운 여동생과 친하게 지냈으며 남편의 양아들놈한테 늘 상냥하게 굴었는데. …안전 이혼당하기는커녕 덫에 걸려버린 것 같다. “사교계 활동을 그토록 열심히 하더니, 그간 다른 사내새끼랑 눈이라도 맞은 모양이지?” 없던 짝사랑도 만들어 내서 있다고 했더니 늘 냉담했던 남편의 반응이 심상찮다. 일러스트: 셀바
남편의 반란이 실패로 돌아가며 함께 목숨을 잃게 된 래나는 자신이 읽었던 소설 속 세상에서 눈을 떴다. 새로 얻게 된 삶을 감사히 여기며 살던 어느 날, 난데없이 남자 주인공이 나타나 의뢰를 한다. “……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물약을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뭔…… 욕이요?” “……성……욕.” 여기서 문제는…… 지금 물약을 의뢰하고 있는 저 사내가 같은 날 목숨을 잃었던 전남편이라는 것이다. 반듯하고 금욕적이었던 전남편이. 결혼 생활 내내 냉랭하기 그지없던 그 전남편이. 지조 없는 아랫도리로 유명한 남자 주인공에 빙의된 채 나타났다!
[독점연재]다산으로 유명한 가문의 여식으로 태어난 나, 셀레네.언제 죽을지 모르는 아픈 공작의 후계를 위해 팔려 오듯 시집왔다.임신에 좋다는 약에, 점성술사가 합방일까지 점지해 줬건만아이는…… 생기지 않았다.“그래, 태기는 아직도 없는 것이냐?”“아…… 저, 죄송해요.”“쓸모없는 것. 네가 무슨 행운으로 공작 부인 자리를 꿰찼다고 생각하는 거니?”나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아니, 저기요.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 *나랑 닿는 것도 싫어하는 남편.그래도 안쓰러우니 건강하게 만들어 주자.좋은 것만 먹이고, 운동시키고, 수상한 음식은 내가 먼저 먹어 보고.갖은 정성을 다해 건강하게 만든 다음이혼 서류에 사인하고 튀었는데…….“후계자를 낳아 주기로 한 게 그대의 계약이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다니.”건강해져도 지나치게 건강해진 ‘전’ 남편.“당신은 이제 건강해졌잖아요!”“결혼의 의무는 신성한 거야. 빚을 받아 내도록 하지.”“잠깐, 잠깐! 우린 이혼했는걸요? 이제 부부가 아닌…….”그가 픽 웃더니 품에서 종이를 꺼내 팔랑팔랑 흔들었다.“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어????
사업 실패로 무너지기 직전인 베르테 자작가의 유일한 여식, 아름답고 병약한 로시아. 암울한 상황 속에서 그녀가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뿐이다. 가문과 가족,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두고 갈등하던 어느 날, 로시아는 제 운명을 바꿀 청혼을 받는데……, “이 나이젤 그라그포드가 그대에게 청혼하겠습니다.” 왕국의 둘째 왕자이자 디안타 공국의 주인인 나이젤 그라그포드 대공. 바라만 보아도 절로 감탄이 흘러나올 대륙 최고의 미인이자 베첼의 유명한 신 포도. “제안은 감사하지만 듣지 못한 것으로 할게요.” “딱 한 달만 나와 만납시다. 분명 그대는 나와 결혼할 생각이 들다 못해 내 발치에 엎드려 빌게 될 테니까.” 속내를 알 수 없는 제안에 휘말린 로시아의 일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 “저를…… 사랑하시나요?” “글쎄.” 로시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글쎄. 그 단어 하나가 주는 모멸감과 비참함이 더는 덫에 걸린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는 붙잡지 마세요. 전하께는 그럴 자격이 없어요.” 로시아는 나이젤의 손을 밀어내며 중얼거렸다. “전하는 비겁해요. 저는 비겁자를 싫어하고요.”
제국의 허울뿐인 공녀, 루반나 블랑즈. 가문, 친구, 알량하게나마 남아 있던 공녀로서의 긍지. 모든 것을 버리고 은둔을 결심했는데······. 은둔한 별장 안으로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한 남자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저는 한번 마음먹은 건 꼭 이뤄내고 마는 사람이어서요.” “그래서 반 황제 시위대에 있는 건가요?” “스케일이 좀 클 때는 위험한 무기도 들어줘야 하는 법이죠. 총이나 검 같은.” 물리적으로도 위험하고, “나를 공녀의 침대에 숨겨주시겠습니까······?” 심장으로도 위험한 이 남자, 카온 이벨스터. 이 남자 하나만으로 벅차 죽겠는데, “자랑스러운 우리 루브, 제국의 법이 개정되었으니 너가 다시 가문의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대 루반나 블랑즈 공녀를 황궁의 치유법사로 임명하겠다는 황제 폐하의 은공이 주어졌다.” 날 버린 가문과 날 무시해온 사교계가 나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이 위험한 것들로부터.
사이코 패스 대공에게 납치당했다. 그것도 초면에 다짜고짜 결혼하자는 제대로 미친 남자에게. “당신에게서 좋은 향이나.” “먹고 싶게.”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건 물론, “침대로 갈까?” “난 좋은데, 당신은?” 때때론 도를 넘어선 농담까지. 그에게 벗어나기 위해 창문도 넘어보고 개구멍으로 탈출도 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다시.” “제발. 이러지마….” “다시.” “카루스….” 집착을 넘어선 탐욕과 광기. 시간이 지날수록 목을 죄는 그의 손아귀에 어김없이 갇혀버린다. “내게 영원을 맹세해.” 이곳은 새하얀 지옥이다. 순수해 보이지만 그 속은 까맣게 물들어있는 새하얀 지옥.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잔인한 새장.
어릴 때 남주와 결혼해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엑스트라 악역에 빙의했다.사망 플래그를 피하기 위해, 남주와 엮이지 않으려 했는데…“여, 여기 왜 이렇게 추, 추, 추, 추워요.”땔감 살 돈도 없는 너무너무 가난한 공작가를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어차피 남주와 이혼하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한다.그동안 가문도 살리고, 남주도 잘 키워서위자료로 한 재산 받아서 이혼하자!“루스. 갖고 싶은 거 없어?”“갖고 싶은 거?”“응! 뭐든 말만 해!”“그럼 나 누나 사주면 안 돼?”“뭐? 나를?”그런데 내 어린 꼬마 남편은 너무 순하고 예뻐서점점 사랑스럽고 귀엽게 느껴진다.하지만 내 신수가 루스에게 뭔가 있다고 경고하는데…[마스터, 저 애는 위험해요.]“괜찮아, 까망아.”[만약 그러다 뒤늦게 후회하면요?]어쩌면, 이건 그냥 내 고집일 수 있지만…‘누나는 내가 지켜야 하니까.’오롯이 나만 바라보는 그 애를 믿고 싶어졌다.
미혼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든든한 가족? 높은 학력? 절친한 친구?아니, 돈이다.성공한 투자자 이네스 엘르딘.그녀에게는 접촉 상대의 불행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남의 불행을 보는 능력으로, 돈만 쫓아 가던 어느날.불행을 보는 능력이 사라졌다!능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마검의 주인인 칼라드 아스데온과 접촉해야 한다.“찾았다, 내 행운.”칼라드를 향한 이네스의 집착이 시작되고…….때마침 아스데온 후작가에서 청혼서가 날아온다.“저와 결혼해 주십시오!”청혼서를 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칼라드의 동생이었다.“약혼 날짜는 언제쯤이 좋을까요?”“저는 영애께서 괜찮다면 바로 결혼하는 것도…….”이네스는 부채로 팔걸이를 툭 쳤다.“내가 약혼하고 싶은 사람은.”이네스는 멀찍이 앉아 있는 칼라드를 향해 고갯짓했다.“당신 말고, 당신 형인데요.”[불행 보는 여주/사업가 여주/집착 여주/인기 많은 여주/돈이 최고인 여주][개복치 남주/시한부 남주/불행한 남주/마검의 주인/신분역전/인간불신→여주바라기]
공작 영애, 하녀로 취직하다!“굴드의 이름은 오늘로 사라지고 말 거야.”믿었던 친구와 사랑하는 약혼자로부터 배신당해 역모 누명을 쓴 공작 영애 밀리아.5년 후,“나도 슬슬 움직일 때가 된 것 같아.”복수를 꿈꾸던 밀리아는 제 가문을 멸문시킨 세 귀족 가문 중,약혼자였던 이베르의 하녀로 변장한 채 잠입을 시도한다.그런데,“내가 아는 사람을 닮아서 그런가. 계속 보고 싶네.”“아름다운 사람이었어.”“…….”“너처럼.”이 남자, 왜 자꾸 뭔가 아는 것처럼 구는데?!그리고,“보고 싶었어.”내가 보고 싶었다고? 당신이 왜?“아무래도 좋아. 내 곁에 있기만 하면 돼.”“꿈에서 깨어나도, 사라지지 마.”복수 대상에게 연민을 품다니이 복수, 가능한 거 맞아?[걸크러쉬 / 복수 / 하녀로전락한공작영애 / 공작영애의하녀로살아남기 / 직진남주 / 다정남주 / 기사단장남주]
골디나의 뒷골목에 사는 셀레스티아는 마법을 해체하는 재주가 있다. 그녀는 쓸모없는 재주를 가진 자신 대신 마법에 재능이 있던 소꿉친구 세렝게반을 뒷바라지하며 출세시켰건만, “그 미친년을 어서 끌어내!” 결혼까지 약속했던 그는 결국 그녀를 노예로 팔아버리며 배신한다. 탈출할 길이 없어 절망하던 그때, 귀족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고 그의 증상을 알아본 셀레스티아는 거래를 제안한다. “지금 앓고 있는 그 병을 낫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어디서 나에 대해 뭘 들은 거지?” 더 험악해진 남자의 얼굴이 무서웠지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입증해낸 셀레스티아. 결국 그의 소유가 되어 따라가는데, 도착한 곳이 황궁 같다. “앞으로는 폐하, 라고 부르도록 해라.” “……폐하?” “당연히 부르크 제국의 단 하나뿐인 황제, 반 님이시지 누구겠어.” 놀랍게도 남자의 정체는 붉은 눈의 미치광이라 소문난 부르크 제국의 패왕이었는데… 얼떨결에 패왕의 소유가 된 셀레스티아, 그녀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헤론 대공가의 농노 가수, 알페릴. 지나친 아름다움은 독이 되어 그녀의 가는 목을 조르고 원한 적 없는 재능은 날카로운 덫처럼 팔다리를 짓눌렀다. 평생 대공의 손끝에 묶여 꼭두각시 인형처럼 살 신세라고 생각했건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그의 죽음 후 갑작스레 자유가 찾아온다. 외딴 저택에 버려진 그녀 앞에 나타난 사내. 비운의 천재라 불리는 대공의 사생아, 피아니스트 테렌치오 헤론. “앉아, 네 덕분에 완성한 곡이니 처음 듣는 사람도 너여야겠지.” “역시 저희는…… 만난 적이 있나요?” 단순한 외로움에 의한 호의일 뿐일까. 묘한 변덕으로 시작된 관계가 깊어지고 길어질수록 알페릴의 고요했던 삶은 거센 폭풍처럼 흔들리는데……. * “괜찮아, 기억해야 하는 건 모두 남아 있으니까.” “기억해야 하는 게 뭔데요?” “너.” 알페릴이 뚫어져라 바라보자, 테렌치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너를 기억해, 알페.” 그녀는 그것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영원토록 그 웃음만을 눈에 담는다 해도, 그 안에 담긴 뜻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대대로 마법 능력을 타고나는 앨버튼 가문의 수치, 그레이스. 가족들은 무능력자인 그녀에게 저주받은 괴물 공작과의 정략결혼을 강요했고, 그녀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결국 가족들에 의해 독살당하고 만다. ‘신이시여, 이 불쌍한 자를 구하소서. 이대로 죽을 수는 없나이다.’ 신께서 간절한 애원을 들어주신 걸까. 그레이스는 정략결혼을 강요 받던 그 무렵으로 회귀했다. ‘또다시 잘못된 선택으로 죽을 순 없어.’ 다시 주어진 삶을 헛되게 보내지 않으리라. 무능력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그레이스라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떳떳하게 살아가리라. 그 목표를 위해 그레이스는 가족들에게서 살아남고자 괴물 공작과의 정략결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당신이 좋습니다. 감히 사랑을 탐내서도, 욕심내서도 안 되는 괴물인 주제에 당신을 마음에 담았단 말입니다.” 분명 처음에는 괴물 공작의 저주를 받은 것처럼 미치광이를 연기하여 머나먼 곳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마찬가지로 끔찍한 외로움과 아픔을 지닌 공작, 아서 펠릭스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레이스는 그에게서 멀어질 수 없었다. “……정말, 내가 당신을 잡아도 되겠습니까?” “네. 잡아 주세요. 그래 줬으면 좋겠어요.” 두려워서 도망치고 순간일지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더 이상 두렵지 않으니까.
“황제 폐하가 내게 약속한 전리품이다.” 풍요롭고 신비로운 벨리알의 공녀, 레이트리아로 10년을 살았다. 그리고 공국을 위한 제물로 바쳐지기 직전 나는 노예가 되고 말았다. 가장 그리웠던 친구와 꼭 닮은 남자, 루키페르의 손에. 어차피 내게 남은 시간은 1년. 이것은 구원일까, 아니면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일까. *** 나에게 남은 시간은 짧았다. 루키페르에게 빠져든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이런 나를 손가락질했다. 젊은 대공의 앞날을 망치는 타락한 노예. 또는 운명을 거부해 이 땅에 재앙을 불러온 비겁한 제물. “당당하게 고개 들어. 내 사람이면 누구의 앞에서도 고개 숙일 필요 없다.” 하지만 나는 너를 놓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너를 망칠까 무서울 만큼. 그러니 제발, 네가 나를 버려줘.
어린 시절부터 로사나의 인생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들이 정한 ‘로사나 아르카디’를 연기하는 배우였을 뿐. 아무리 소리쳐도 바뀌지 않는 진실에 힘없이 손을 놓아버린 지 오래였다. “너의 끝이 드디어 찾아왔구나. 이야기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어.” “어머니의 말처럼 저로 결정되었나요?” “당연하지.” 그렇게 모두가 원하는 결말에 따라 로사나는 디오바하 황제와 약혼녀가 된다. *** “넌 그 ‘로사나’가 맞나?” “폐하께서 아는 로사나는 누구인가요?” “황태자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동생을 독살하려 했던 여자.” “…그렇게도 불리기도 하죠.” 제이드는 그가 갖고 있던 ‘로사나 아르카디’라는 인물의 틀을 수정할 필요를 느꼈다. 동의한다며 헛웃음을 지은 로사나의 표정이 너무 슬퍼 보였기 때문이다. 발달된 감각이 로사나 눈가의 작은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아니군, 너는. 그 ‘로사나’가.”